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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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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아들 논란' 속에 묻혔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과 어머니 임아무개씨의 개인정보 유출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장영수)는 28일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0시간여 동안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조 국장이 지난 6월 중순쯤 서초구청 행정지원국 'OK민원센터' 직원에게 임씨 모자의 기록 조회를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당한 즈음이었다.

당시 채동욱 총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의 '방패막이'였다. 법무부 등은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데 반대했다. 황교안 장관의 수사지휘권 문제까지 불거졌지만,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 기소 방침을 고수했다. 특별수사팀은 6월 14일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무범위를 넘어서는 불법적인 지시를 수시로 반복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왜 '국정원 사건' 발표 즈음에? 왜 서초구청에서?

조이제 국장이 이때 임씨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검찰 조사 전날인 27일, 취재진에게 "누군가의 요청으로 알아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누구인지, 어떤 경위인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또는 원세훈 전 원장의 요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는 원 전 원장이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일할 때 비서였고, 원 전 원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국정원장으로 취임할 때에도 함께했던 최측근이다. '누군가'는 국정원 또는 원세훈 전 원장 쪽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임씨 모자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장하는 서초구청 관계자는 더 있다. 임아무개 과장(감사담당관)이다. 그는 '채동욱 찍어내기'를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중희 현 민정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다. 2003년 곽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었고, 이중희 비서관은 특수3부 소속 검사였다. 임 과장은 이때 이 비서관의 방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총장 혼외아들 의혹보도 다음날인 9월 7일 청와대 공문을 받고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했다고 알려졌다.

임 과장은 청와대 요청에 따라 적법하게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곽 전 수석이나 이 비서관이 그 전에 임 과장에게 임씨 모자의 기록 열람을 부탁했을 수도 있다. 조이제 국장이 말한 '누군가'가 임 과장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지난 20일 두 사람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만간 임 과장도 조사할 예정이다.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줄곧 '서초구청'이 등장하고 있는 점 역시 미심쩍다. 임씨와 채군의 주소지는 강남구다. 청와대가 '혼외아들 의혹' 보도 후 확인을 위해 기록 열람을 요청했다고 해도, 이들이 살고 있는 강남구 또는 청와대와 가까운 종로구가 아닌 서초구청에 공문을 보낸 대목은 의아하다. 28일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문을) 서초구청 임 과장한테 보낸 것인지, 서초구청으로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편의를 위해 빨리 해달라고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혼외아들 논란'에 묻힌 '청와대·국정원 배후설'의 실체 드러날까

지난 9월 16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동욱 찍어내기 청와대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수석은 '채동욱 사찰 파일이 있었고,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게 채동욱 총장이 곧 날아간다고 말했다'는 의혹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혼외아들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나왔던 국정원 배후설 역시 별다른 근거가 없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눈길은 '혼외아들이냐 아니냐'로 쏠렸다. 채동욱 총장이 퇴임식 당일인 9월 30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하고, 이날 임씨의 가정부였다는 한 여성이 '채아무개군은 채동욱 전 총장의 아들이 맞다'고 주장하면서 '혼외아들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9월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가 임씨 모자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혐의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고발한 사건 수사가 진전되면서 채동욱 전 총장의 사퇴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을 향해 날아갔던 부메랑은 다시 청와대와 국정원으로 돌아오고 있다.


태그:#채동욱, #조선일보, #원세훈, #국정원?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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