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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요 바깥도 없이 깜깜한 지하셋방서 아덜 키우니라 참말로 욕봤다 돈 쪼매 준다 캐도 흙 마당 있는 식당서 일하고 싶다꼬 와 안 그렇컷노 날 좀 보소 평생 흙에 엎데가 지문도 없는 이 호박데기 같은 손 좀 보소 내는 마 내 목심 팍 집어넣을 구디 팠다 아이가 쇠사슬 칭칭 감고 밧줄 꽁꽁 짜매고 마 깜깜한 흙구디 호박씨가 돼 삐리기로 작정한 기라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난리가 났네

아-요 애비 없이 자란 아덜 쇠 깎는 공장 보냈다꼬 미안하다꼬 아이요 대학 못 보낸다꼬 기죽지 말래이 높은 것들은 다 서울로 간다꼬 마 전기도 센 놈은 다 서울로 보낸다 카이 한평생 흙바닥에 달라붙어 산 무식한 할매 할배 가마띠에 둘둘 말아가 패대기친 경찰도 오늘 내일 죽을 할망구 조서 끼민다꼬 인상 쓰샀는 놈덜도 다 높은 디서 왔다 카드라 봐라! 저 기 칠백육십오 캐이바이라 카나 뭐시라카노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난리가 났네

억수로 높대이 저마 지 혼자 툭 불거져서 머 우짤 끼라고 목심 같은 흙 다 뭉개고 사람 다 주째삐고 와 자꼬 올라가 쌌노 한평생 일군 땅 가슴 다 찢어놓고 조래 빳빳이 고개 쳐들고 나라님 같은 고압 자세로 송전탑이라 카나 뭐시라 카노 내가 나라한티 밥을 주라 쿠나 돈을 주라 쿠나 이래 농사짓고 살겠다는데 언제까지 없는 넘덜만 개 잡드끼 잡들라 카노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난리가 났네

아-요 아끼 쓰고 쪼매만 고쳐 쓰면 안 되것나 핵발전소고 나발이고 고마 살던 대로 살모 안 되것나 벌도 꽃 몬 찾고 소돼지도 새끼 몬 낳는다 카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네 발로 기어 올라가는 날 좀 보소 전기톱이 반치나 기들어온 나무를 꺅 보듬고 있은께 밑둥은 자르도 못해따 아이가 우리보다 더 오래 산 목심인데 저것들 다 베 버리고 나믄 느그는 어데 기대 살 끼고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난리가 났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호박 꼭지 확 돌아삔 날 좀 보소 새끼 매어단 탯줄 같은 호박 꼭지 다 비틀어버리고 나믄 느그는 누구 젖 빨고 어데 엎드려 살 끼고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핀 듯이 날 좀 보소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있는 주민들의 천막 농성장에 간디학교 학생들이 펼침막을 걸어놓은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있는 주민들의 천막 농성장에 간디학교 학생들이 펼침막을 걸어놓은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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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송전탑이란다. 무려 94미터, 아파트 30층 높이도 넘는단다. 무려 69개란다. 76만 5천 볼트를 수송한단다. 765kV, 엄청 세단다. 바로 옆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도 원자력 부품에 문제가 있어도 계획대로 나무는 베어지고 땅에 구멍은 뚫리고 레미콘은 시멘트를 들이붓는다. 우리가 까딱없이 사는 동안 평생 흙에 엎드려 생명을 키워온 허리가 휘인 할배와 할매들이 지팡이를 짚고 네 발로 산을 오르내리며 웃통을 벗어던지고 흙구덩이에 처박히며 욕설을 들으며 두드려 맞으며 한뎃잠 자고 있다.

그들이 흙이다. 그들이 탯줄이다. 안구 건조증으로 오래 말라 있던 눈물이 흘렀다. 눈물샘이 마른 건 눈병이 아니라 이 시대 우리가 앓는 심장병일지도 모른다.

11월 30일 출발하는 밀양 반핵 희망버스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밀양 아리랑으로 아프고 지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씻기는 한판 굿이 되어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와 산문집 <민중열전>,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의 저자입니다. 이 시는 11월 29일 열리는 <백기완의 민중비나리>의 연대행사로 기획된 <2013년 저항시선 80인 선집>을 위해 쓰여졌다. 시를 주신 시인과 기획단에 감사드립니다.



태그:#밀양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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