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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7월달부터 파스타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홀과 주방이 구분 없이 탁 트인 인테리어여서 손님들이 훤히 보인다. 본의 아니게 손님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는 분이 거의 없다.

남녀가 데이트를 와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걸 보면 참 보기 안좋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친구나 연인과 나누는 대화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스마트폰과의 대화가 주가 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자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서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무엇인가 바쁜 일이 있는 것처럼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상대방이 먼저 정적을 깨뜨려주길 바라는지 그 어색한 공기를 흐뜨려놓을 생각을 안 한다. 주방에서 손님들을 보고 있다보면 그들이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되어서 저렇게 어색한 것인지, 저 사람들은 언제쯤 어색함을 깨고 서로에게 대화를 건낼 것인지, 보는 나까지 어색하게 만든다.

본의 아니게 손님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는 분이 거의 없다.
 본의 아니게 손님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는 분이 거의 없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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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닌가보다. 외국에는 '스마트폰을 건드리면 지는 게임'이 유행이라고 한다. 식당같은 곳에 가서 친구들을 비롯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먼저 테이블 가운데에 모아둔다. 그 후에는 전화가 오건 문자가 오건간에 먼저 스마트폰을 건드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대체 스마트폰이 뭐길래 이렇게 억지로라도 손에서 떼어내려고 하는 건지 참 애쓴다 싶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땠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 시절에는 '휴대폰 중독자'라는 말을 상상이나 했을까. 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예상했을 지도 모른다. 그가 남긴 말중 "과학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넘을 그 날이 두렵다. 세상은 천치들의 세대가 될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현 시점에 와서 놀라울 만큼 딱 들어맞는 말 아닌가?

물론 스마트폰은 휴대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손바닥 크기만한 기계 안에 컴퓨터만큼이나 다양한 기능을 넣어놨으니,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되는 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3명중 1명 이상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한다고 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3분의 1이 친구들 만나서 얼굴 안보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는 말이다. 영화같은 데 보면 첨단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간끼리의 정이 사라지고 삭막한 사회로 변하던데...내가 너무 오버한건가?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있을 때 되도록이면 스마트폰 대신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게 어렵다는 것도 종종 느낀다. 대화를 나누다가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할 말이 생각이 안나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잡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도 스마트폰을 잡고, 속으로는 그 고요함에 몸서리치면서 오지도 않은 카카오톡만 들어갔다 나갔다 한다.

아니, 실은 나만 그렇게 어색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내가 알아낼 방도는 없다. 그러나 어색함을 달래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든, 그 순간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든 어찌됐건간에,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줄었다.

이를 단지 스마트폰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한 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이 대화를 시도할 의지를 마비시킨다고 생각한다. 과거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대화 대신 폴더폰을 만지작거렸던가? 지인들끼리 만났다면 대화를 나눠야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스마트폰 말고 상대방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우리 파스타집을 시끌벅적하게 한다면 나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태그:#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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