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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고료가 걸린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시(상금 500만원) 분야는 <오늘 아침>을 낸 신호승(경기 파주) 시인이, 소설(상금 1000만원)분야는 <독>을 낸 권상혁(서울) 작가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27일 남성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위원장 박노정)는 올해 당선작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말 마감 결과, 시는 1059편, 소설은 156편이 응모됐다.

시는 황학주·김언희·유홍준 시인, 소설은 구효서 소설가(본심, 예심은 정영훈·구경미)가 심사를 맡았다.

 남성문화재단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는 올해 당선자를 발표했는데, 시는 신호승(오늘 아침) 시인, 소설은 권상혁(독) 작가가 당선했다. 사진은 2011년도 시상식 장면으로,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남성문화재단 김장하 이사장이다.
남성문화재단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는 올해 당선자를 발표했는데, 시는 신호승(오늘 아침) 시인, 소설은 권상혁(독) 작가가 당선했다. 사진은 2011년도 시상식 장면으로,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남성문화재단 김장하 이사장이다. ⓒ 윤성효

황학주 시인은 "심사위원들은 응모자 중 본심에 오른 10명의 작품을 놓고 토의를 하고, 장고를 거듭한 끝에 대상을 새롭게 포착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상상력이 뛰어나면서도 시적 구심력을 잃지 않은 신호승의 <오늘 아침>을 당선작으로 뽑는데 합의했다"며 "신호승의 새로움과 결합된 상상력이 한국시의 다채로움에 한 자리를 마련하고, 신인으로서 시의 길을 끝까지 밀고갈 수 있는 힘이 되길 빈다"고 밝혔다.

구효서 소설가는 "본심에 오른 17편을 읽었고, 모두 단편이었으며, 패기 있다 싶으면 영락없이 미숙했고, 안정되었다 싶으면 못내 낡았다"면서 "신인응모전의 작품은 물가의 용이다, 아직 용이 아니다, 보란 듯 물을 차고 올라야 비로소 등룡이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힘찬 몸짓이 간절했던 이유다"라며 "권상혁 작가의 안정적이면서도 내공이 만만찮아 보이는 문장은 다른 응모작인 <블루데이>에서도 여전히 이어져 안심하고 <독>을 당선작으로 민다"고 밝혔다. 이어 당선작인 <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반복되는 유산을 견디는 임신부 이야기다. 유산을 야기하는 체내의 독성. 그것의 기원을 피폭 3세인 남편과 남편이 복용하는 약물에 두렵고 하나 화자의 유년의 기억이 새로운 독의 가능성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이 소설은 무엇이 독이 되었을까를 따져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쪽 얘기라면 화자가 당했다는 유년시절의 성폭행은 진부한 설정이 되고 만다. 이 소설에서는 뇌가 아닌 몸의 기억에 대해 말한다. 몸이 존재하는 한 그것은 누대를 거쳐도 잊히지 않는다. 체세포에 내재된 독과 싸우며 기어코 생명을 잉태하려는 화자의 애환은, 그러니까 오히려 에코페미니즘적 관점에 가깝다."

진주가을문예는 1994년 남성문화재단이 기금을 출연해 이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소설 분야에 걸쳐 공모해 시상하고, 올해로  19회째이며, 현재까지 37명의 시인·작가를 배출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7일 오후 5시 진주 갑을가든 3층 웨딩홀에서 열린다. 다음은 시 당선작 전문이다.

"오늘 아침," - 신호승

오늘 아침, 야쿠르트 아줌마가 없어서 이 거리는 슬프다, 그를 완전히 죽이지 못한 지난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도 폭포수 찜질방에서 익사체로 걸어 나왔다, 햇빛은 끝내 구름을 따라 출근하지 못한다, 쇼 윈도우에서 비친 나방이 파도처럼 한번 파닥거린다, 결국 생각은 기다리면 오지 않는 버스, 점자 책 같던 가로수도 고비 때 마다 사라질 것이다, 길은 아직도 두고 온 밀림 속에 들어가고 싶다, 후회하지 않는다, 라고 다시 담배 불을 붙이자 사방천지 불 꺼진다, 표류하는 하늘, 등대 없인 해도 달도 뜨지 않을 것이다, 어둡지만 익숙해야 하는 이름을 천천히 불러야 한다, 나뿐 만은 아니라고 엽서를 쓰자마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약속 다방 무릎 위에 앉아 희희덕대다가 여러 날 가출한다, 밤에만 문을 여는 동평화 약국에서 아스피린 같이 활짝 핀 하얀 머리통을 다 팔고 나왔다, 사장도 없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자 겨울이 끝났다, 봄이 오면 새벽 개떼들을 따라 다닐까, 그렇게 꽃피우고 싶다고 꽃이 핀다,


#진주가을문예#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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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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