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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장비를 총동원한 경찰의 채증이 갈수록 고도화 됨에 따라, 인권침해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이 1180만 원 상당의 디지털 카메라 21대와 1430만 원 상당의 망원렌즈 3대 등 5억 7920만 원에 달하는 채증 장비를 2014년에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어서 해당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27일 "경찰이 인권 침해에 대한 반성 없이 채증을 더욱 철저하게 하기 위한 장비를 구입하려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해당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19일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에 있는 사유지의 길 위에서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대나무 울타리를 경찰이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과 관련해 경찰관 3명을 폭력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19일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에 있는 사유지의 길 위에서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대나무 울타리를 경찰이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과 관련해 경찰관 3명을 폭력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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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채증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이 '몰래 카메라'를 사용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채증하며 경찰이 '몰카'를 썼다는 것.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경찰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채증하면서 몰래카메라까지 사용했다"며 "주민들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처사로 경찰이 용역이나 흥신소, 범죄 집단이 하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관의 허리춤에 'Full HD 캠코더를 내장한 고휘도 LED 플래시'를 찬 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몰래 촬영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채증할 때 카메라의 형태에 대한 법적 규정은 따로 없고, 경찰법 등에 따라 채증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몰카' 등의 방식이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다.

경찰의 채증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반값등록금 집회가 봇물을 이뤘을 때,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등록금 집회 때 연행된 바 있는 김준한 당시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6월 10일 등록금 집회 때 연행됐는데, 조사 중에 내 사진만 CD가 하나 따로 있었다, 청계광장을 걷거나 광화문 역 앞에 서 있는 사진 등 집회 중이 아닌 때의 사진도 있었다"고 밝혔다.

집회 중이 아니거나 합법 집회 참가 시에 채증을 하는 경우는 '불법'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경찰은 무차별적 채증을 벌였고, 이를 기반으로 출석요구서를 남발해왔다.

경찰, 내년에 6억 원 상당의 '채증장비' 구입 예정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경남도와 경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인권침해감시단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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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채증이 가능했던 것은, 경찰이 고가의 채증 장비를 계속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찰은 초고가 채증장비를 꾸준히 도입해 왔다. 해당 기간 동안 총 660대의 비디오카메라·디지털카메라·렌즈를 구입하는 데에만 총 16억 6435만 원을 쏟아 부었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경찰은 2014년에 1180만 원 상당의 디지털 카메라 21대, 1430만 원 상당의 망원렌즈 3대 등을 추가로 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 5억 7920만 원에 달한다.

1430만 원 상당의 망원렌즈(니콘 JP-AFSNIKOR 600mm F4 GDE VR)의 경우, 200m 밖에서도 인물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렌즈다. 주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데 쓰이는 전문가용 초고가 장비다. 경찰이 구입 계획을 밝힌 DSRL 카메라(D4, D8000)의 경우 방송 촬영에 주로 사용될 만큼 전문가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센터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채증이 강화되고, 고가의 채증 장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단순 집회 참가자들도 '언제 내가 찍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고, 채증 사진을 근거로 한 소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비가 좋아지면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채증할 수 있어, 보이지 않는 경찰에 의한 채증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집회 시위의 자유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들이 침해될 수 있는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 시키며 권력에 저항하는 것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진 의원도 "경찰이 집회에 대한 철저한 채증으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경찰은 합법시위에서도 불법행위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채증을 하며 소위 '시위꾼'을 골라내고 있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발을 묶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 의원은 "경찰은 원칙적으로 영장이 있거나 현장에서 범죄 행위가 있을 때에만 증거 수집용으로 채증할 수 있지만 합법집회에서도 저인망식으로 모든 참가자에 대해 무분별하게 채증을 하고 있다"며 "채증 자체를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고가 채증장비를 추가로 구입하려는 건 집회 참가자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채증하겠다는 뜻"이라며 "경찰의 불법 채증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반복되고 있는 지금, 초초가 채증장비 예산은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예산심의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태그:#채증, #불법, #경찰,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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