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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 알 지(知)는 화살(矢)이 과녁을 꿰뚫듯 상황을 판단하여 말(口)할 수 있는 능력이 ‘지식’에서 비롯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알 지(知)는 화살(矢)이 과녁을 꿰뚫듯 상황을 판단하여 말(口)할 수 있는 능력이 ‘지식’에서 비롯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漢典

알 지(知, zhī)는 화살 시(矢)와 입 구(口)가 결합한 형태로 화살이 과녁을 꿰뚫듯 어떤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하여 말(口)할 수 있는 능력이 '지식'에서 비롯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인지적인 '앎'에 시간(日)과 연륜이 더해지면 '지혜(智)'가 된다고 여긴 고대인의 인식 세계가 엿보인다.

과녁처럼 우리 앞에 놓여 해결을 기다리는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꿰뚫을 수 있는 '지식'은 무엇일까?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앎'이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고 하였다. 최소한 과거에는 아예 배움의 기회가 없거나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부지(不知)에 대한 솔직한 자기고백이 쉬웠다.

하지만 온갖 매체가 난무하는 현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잘 알지 못하거나 얼핏 주워들은 것조차 마치 자신의 지식인 것처럼 여기는 습성이 강해져 공자가 말한 '앎'의 경지가 더욱 요원해진 느낌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장자(莊子)도 용과 호랑이는 그려도 그 뼈는 그리기 어렵다고 하면서 사람과 그 얼굴은 알아도 그 마음은 알기 어렵다(知人知面不知心)고 했으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가 보여준 음악을 통한 지음(知音)의 경지는 매우 특별해 보인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고, 아는 것이 병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아는 것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지피지기(知彼知己), 지천명(知天命)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족(知足)'이 아닐까? 노자는 <도덕경>에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고 했다.

'나는 오직 만족함을 안다'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의 경지를 이르는 말일 것이다. '안다'라는 것이 자칫 자기 과시나 교만에 빠지기 쉬운데 그것을 경계하는 말이 '지지지지(知止止止)'이다. 멈춰야 할 때를 알고 멈춰야 할 때 멈추라는 뜻이다.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어쩌면 언제 나아가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력과 통찰력을 갖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공자는 무언가를 아는 것이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보다는 낮은 수준(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知者)의 인식 단계라고 했다. 앎을 통해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그것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며 즐기는 것이야말로 더 높은 차원으로 삶을 향유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는 노자의 말처럼 무한한 앎의 세계 앞에 늘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는 '기본'일 것이다.


#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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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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