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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머더발라드' 임정희와 한지상.
 뮤지컬 '머더발라드' 임정희와 한지상.
ⓒ 마케팅컴퍼니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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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효기간은 어디까지일까. 한때 사막의 목마름처럼 서로를 갈구했던 남녀 '탐'과 '사라'. 어느 날 권태를 느낀 '탐'은 그녀의 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사라'는 절망한다. 그때 그녀의 곁을 지킨 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남자 '마이클'이다. 이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고 아이까지 낳는다. 하지만 권태는 잔인하게도 곧 '사라'를 집어삼킨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라'는 과거 '탐'과의 뜨거웠던 열정을 떠올리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휩쓸리고 만다.

뮤지컬 <머더발라드>는 누군가 멈추지 않으면 모두 파국을 맞고야 마는 '치킨게임' 같다. 인물들은 자기 파괴적 사랑 때문에 충돌하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고, 묵직한 록 사운드는 끈적한 피의 점성처럼 극과 인물 사이에 들러붙는다. 극렬함으로 터져 나오는 폭발의 잔해는 순식간에 객석을 뒤덮는다.

관능적인 러브스토리에 록 음악 더해

뮤지컬 '머더발라드'의 한 장면. 한지상과 임정희.
 뮤지컬 '머더발라드'의 한 장면. 한지상과 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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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이제 막 건너온 신작이다. 작품은 2012년 브로드웨이 맨해튼씨어터 무대에 올랐고, 2013년 7월까지 공연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공연 프로듀서로 변신한 김수로가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프레스콜 무대에서 "공연을 본 지 10분 만에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막장스토리'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전형성에서 오는 클리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드라마의 '그것'이라 치부하기엔 아쉽다. 작품은 권태로 방황하고 열정으로 갈등하는 이 시대의 사랑을 축약해 효과적으로 보여주지만, 설득의 단계에 이르진 못한다.

작품은 평이한 이야기 위에 화려한 비주얼과 그 자체만으로도 폭발적인 '록'의 색채를 덧입힌다. 조명은 색색으로 눈부시고, 5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은 스피커를 찢고 나올 듯 생생하다. 시각과 청각의 충돌은 관객을 단숨에 압도한다. 그 사이에 선 배우들은 보기 좋게 핀 탐스럽고 관능적인 꽃처럼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매혹한다.

무대는 실제 바(Bar) 클럽처럼 꾸며진다. 당구대와 무대 전체를 둘러싸는 바(Bar), 그 주변에 놓인 테이블에는 실제 관객이 앉는다. 무대 한가운데 테이블에도 관객이 착석한다. 배우들은 테이블에 오르기도 하고, 관객과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뮤지컬 <머더발라드>는 음악적 아우라가 중요한 작품이다. 작품은 '송스루뮤지컬'인 만큼 모든 대사를 노래로 전달한다. 90분간 음악적으로 관객을 제압하지 못하면 관객은 이야기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음악감독 원미솔은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에서 보여줬던 록 비트의 강렬함과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서 드러냈던 세련된 감각으로 윤기 넘치는 선율을 이끌어냈다. 들끓는 록 멜로디는 중독성이 강하다. '탐'이 부르는 'Sara', 네 명의 주인공이 부르는 'Murder Ballad' 등의 뮤지컬넘버는 귀와 입에도 착착 감긴다. 다만,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흘러나오는 비슷한 멜로디의 반복은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임정희
 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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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주목받던 임정희, 작은 터닝포인트

열정의 배우들이 폭발하는 것은 '커튼콜' 시간이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은 록 사운드에 몸을 자유로이 맡기고 관객과 무대를 공유한다. 극 안에서 감정을 조율하며 노래했던 배우들은 극 밖으로 빠져나와 무대를 콘서트 현장으로 바꿔놓는다.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들의 놀이에 기꺼이 동참한다. 5인조 밴드의 살아있는 라이브 음악과 열의로 가득찬 무대가 끝나고 나면 관객은 후련한 마음으로 공연을 마무리 짓는다.

뮤지컬 <머더발라드>는 배우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목 안쪽부터 터져 나오는 시원스런 가창력은 물론 단순한 줄거리를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빚어낼 줄 아는 연기력도 필요하다. 올해 '탐' 역으로 캐스팅된 한지상은 뮤지컬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핫스타' 다운 면모를 제대로 과시했다. 귀를 뻥 뚫는 샤우팅은 물론 달콤한 사랑의 세레나데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절창 배우'임을 증명했다.

'사라' 역의 임정희는 작은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듯하다. 전작에서 주로 '노래'로 주목받았던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배우로서 성장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내재된 폭발성과 다양한 표정으로 '사라'의 복잡한 감성을 그려냈다. '마이클' 역의 홍경수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연륜이 묻어나는 무대를 선보였다.

'내레이터' 역의 문진아는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그녀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라 레볼뤼시옹> 등에서 청순하거나 발랄한 이미지를 주로 연기해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시스루 의상과 킬힐, 바(Bar)를 기어 다니는 도발적인 섹시함을 갖춘 인물을 탄력적으로 소화했다. 문진아는 때론 맹수 같은 농염한 눈길로, 때론 장난기 많은 소녀 같은 반전 매력으로 객석을 녹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에 기재됩니다.



태그:#뮤지컬, #머더발라드, #임정희 , #한지상,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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