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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가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기자들에게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3일 투표지분류기의 정확성을 보여준다며 과천 본청에 기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3동 4투를 비롯한 네 곳 투표구에서 10표 이상 오분류 현상이 발견돼 일부 언론과 국감에서 투표지분류기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마련한 자리였다.

설명회를 주최한 중앙선관위 한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서울 양천구 목3동 4투를 제외한 세 곳은 투표지분류기의 오류는 없고 심사집계부 단계에서 기기 미투입 매수관계 처리를 하면서 일부 오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 원인을 밝혔다.

또 "미분류 투표지와 분류 투표지가 섞여 계수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최종 득표수 변동은 없었음을 확인했다"면서 "서울 양천구 목3동 4투는 86표의 득표수 차이가 발생했지만 그마저 투표지분류기 오류가 아닌 수검표 상의 오류"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 말에 따르면, 투표지분류기의 분류는 정확하나 심사집계부에서 운영상 착오나 수검표를 잘못해 득표수에서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투표지분류기의 정확성 여부와는 별개로 선관위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가 적법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한 시민은 인천 남구의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인천 남구선관위는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음을 통보했다.

"투표지는 '공직선거법' 184조에 따라 개표가 끝난 후 봉인하여 보존하는 비공개 정보이고,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개표과정에서 투표지의 기표면이 그대로 스캔, 기록된 것으로 투표지에 준하여 봉인, 보존하는 비공개 정보임"

"선거무효소송 재판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제4호에 의거 비공개"

투표지 이미지 파일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선관위의 회신
▲ 인천 남구선관위의 회신 투표지 이미지 파일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선관위의 회신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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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선관위에선 이처럼 "공개할 수 없다"던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중앙선관위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날 설명회가 개표 오분류 의혹이 제기된 네 곳 투표구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라지만, 안 된다고 했던 '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는 왜 갑자기 가능해졌을까?

중앙선관위 담당 부서인 선거1과의 이인희 주무관은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공직선거법에 투표지분류기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중앙선관위가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내부 기준(실무 편람의 지침)을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시민 개개인에 공개한 게 아니고 부정선거 의혹을 불식시키고자 기자들에 한해 확인시켜줬기에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선관위 선거2과는 설명회 이전에 의혹이 제기된 네 곳 투표구의 이미지 파일을 자체적으로 먼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를 토대로 설명회에 나서 기자들에게 투표지 이미지 파일까지 보여주며 투표지분류기의 분류에 이상이 없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선관위 여러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투표지분류기에서 나온 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은 없다. 담당 기관의 '행정적 판단'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공직선거관리 규칙 154조와 156조는 중앙선관위의 주장과는 다른 해석의 여지를 보여준다.

이들 규칙에 따르면 전자투표기 및 개표기를 봉인·봉쇄할 때는 "참관인들의 참관하에" 하게 돼 있고 투표소 집계 저장 디스켓을 개봉할 때는 "출석한 위원 전원과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관리규칙 154조와 156조는 전자투표기인 '터치스크린' 도입을 염두에 둔 규정이라 현 투표지분류기와는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주장에 따르면 투표지분류기는 '전자개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선거무효소송인단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투표지분류기를 전자개표기로 보고 있어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일각에선 적법성 여부를 떠나 중앙선관위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개표가 끝나면 선관위는 참관인들이 보는 앞에서 투표함과 투표지분류기 등을 봉인·봉쇄한다.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조치다. 그런데 선거무효소송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실물 투표지와 동일한 투표지분류기 이미지를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먼저 조사하고 기자들에게 그 이미지 파일을 공개하는 건 공정치 못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각종 선거에 사용되는 투표지 일련번호는 절취선 한쪽 면에만 적혀 있어 누군가 투표지 혹은 투표지 이미지를 증감해도 현실적으로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 이미지 파일 조사 단계부터 각 당의 참관인이나 검열위원들을 참여시켜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태그:#투표지분류기,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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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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