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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입구. 단풍이 우릴 반긴다.
송광사 입구. 단풍이 우릴 반긴다. ⓒ 정현순

"와! 여기는 그래도 단풍이 들었다. 단풍을 못보고 가나 해서 조금 아쉬웠는데…."
"그러게. 여기가 조금은 북쪽이라고 곱게 물들었어."

지난 2일,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승보사찰이라는 송광사에 도착했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녔지만 제대로 된 단풍은 볼 수 없었다. 남쪽에서 단풍을 보기에는 시기가 조금은 이른 관계도 있었고…. 그래서였을까? 다른 사찰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보였다. 공기도 다르고 나무의 색깔도 다르니 색다른 맛이 났다. 송광사에 들어서니 친구가 입을 뗀다.

"난 절에 오면 저그림(사천왕)이 정말 무서워. 어렸을 때 엄마 따라 절에 갔는데 저 그림이 어찌나 무서웠는지. 지금도 무서움이 없어지지 않았어."
"어린나이에 아주 깊게 각인이 되었나 보다."
"그런 것 같아."

왜 사천왕은 절 입구에 있을까

 고운 색깔의 단풍
고운 색깔의 단풍 ⓒ 정현순

 송광사 대웅전
송광사 대웅전 ⓒ 정현순

그런데 저만치에서 스님 한 분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우리는 스님에게 사천왕은 왜 절 입구에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질문은 받은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사천왕은 일주문과 본당중간에 사천왕문을 세우고 사천왕의 조상을 모십니다. 모두 설명 하려면 기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불교의 수호신, 모든 잡어와 악안 등 나쁜 것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젊은 스님은 아주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해주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우리는 다시 사천왕 그림을 바라봤다.

"얘, 사천왕이 무섭게 생겨서 그러지 그런 막중한 임무가 있었네."
"설명을 듣고 보니 믿음직스럽다."

송광사 대웅전앞은 다른 사찰과는 달리 무척 넓어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대웅전 앞에 있는 석탑이 보이지 않았다. 석탑이 없으니 시원하고, 속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대웅전 안을 들여다봤다. 불공을 들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무슨 날인가? 기도 하는 사람들이 많네."
"수능시험이 얼마 안 남았잖아."
"맞네. 우리 아이들이 그 시기가 다 지나서인지 세월가는 줄 모르고 산다."

 고운 색깔의 단풍
고운 색깔의 단풍 ⓒ 정현순

 대나무 사이에 단풍
대나무 사이에 단풍 ⓒ 정현순

처음 가보는 송광사의 느낌은 참 좋았다. 너무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기도 좋고 산책로 옆으로는 나무들이 많아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단풍을 만난 친구들은 곱게 물든 가을날에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난 지난해보다 사진 찍기가 더 싫어졌다. 어른신들이 나이 들면 사진 찍기가 싫어진다고 하더니 어느새 내게도 그런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나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생겼다. 그래도 그렇다면 당당하게 받아들여야지.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러고 보니 그곳은 사색하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었다.

"어머, 여기가 손 씻는 곳이야... 재미있다"

 해우소
해우소 ⓒ 정현순

 해우소에서 나온 뒤 손 씻는 곳.
해우소에서 나온 뒤 손 씻는 곳. ⓒ 정현순

산책이 끝날 무렵 해우소가 보였다. 해우소에 갔다. 그런데 해우소에 가던 사람 중에 되돌아 나오는 사람들이 하는말 "공중화장실에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는데도 있다"며 이상해한다. 호기심이 생겼다. 진짜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재래식 화장실로 들어갔다.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은 볼 일을 볼 수가 없어 그냥 나왔다고 한다(예민하기는). 화장실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나오려고 하니 친구가 "어머, 어머, 여기가 손 씻는 데야, 재미있다"라고 하기에 나고 그곳에 가 손을 씻었다. 친구가 가르쳐주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손 씻는 곳 아래에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일석다조란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둘러보니 그곳에는 잔잔한 깨알같은 재미가 군데군데 있었다.

 물가에 비친 고운 단풍
물가에 비친 고운 단풍 ⓒ 정현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 정현순

 와! 정말 예쁘게 물들었다.
와! 정말 예쁘게 물들었다. ⓒ 정현순

송광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친구들은 그곳에서 직접 만들어 판다는 둥글레차, 말린 도라지 등을 샀다. 주부들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곳에 와서 단풍을 볼 수있어서 조금도 서운하지 않다. 그렇지?" "그래 아주 만족해!"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송광 사를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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