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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주문진항 부둣가에 쌓인 도루묵(2012).
 강릉시 주문진항 부둣가에 쌓인 도루묵(2012).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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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에서는 도루묵이 올해 또 다시 풍년이다. 도루묵을 잡으러 바다로 나갔던 배마다 만선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기쁨에 들떠 있어야 할 어부들의 표정이 몹시 어둡다. 도루묵이 잡혀도 너무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찾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잡히고 있다.

그 바람에 도루묵 가격이 크게 폭락했다. 지역에서 소비를 촉진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앞으로 그 많은 도루묵을 어떻게 다 소비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민들 중에는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는 "도루묵은 잡으면 잡을수록 손해"라면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도루묵은 동해안에서 잡히는 겨울철 대표 어종 중에 하나다. 제철 어종이 가장 맛이 좋은 것은 불문가지. 그래서 이 시기에 동해는 알 밴 도루묵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 푸른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부두는 도루묵을 사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올해도 도루묵을 찾아서 동해를 찾는 사람들은 예년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동해 어민들이 얻는 소득은 예년에 비해 크게 모자란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올해 도루묵 어획량은 예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불어났다. 그에 비해, 도루묵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가 늘지 않으면, 가격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격 하락은 어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준다. 도루묵은 원래 강원도 어민들의 소득을 향상 시키는 데 큰 기여해온 생선이다. 겨울철에 특별한 소득이 없던 어민들에게 큰돈을 가져다 준 복덩어리였다.

도루묵은 또 한때 일본으로 전량을 수출하던 생선이다. 너무 많이 잡아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런 생선이 다시 우리 밥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획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런데 어획량이 늘어난 만큼 다시 소비가 늘지 않아 문제다. 풍어가 기쁨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코앞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속초·강릉·양양 등 동해에서는 이달 내내 '도루묵' 축제

주문진항, 알밴 도루묵 구이.
 주문진항, 알밴 도루묵 구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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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감안해, 강원도가 도루묵을 판매하는 데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강원도는 13일부터 '강원도 콜센터(033-120)'를 통해 도루묵 주문접수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이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도루묵을 좀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콜센터를 통해 판매하는 도루묵 가격은 40마리가 담긴 1상자(약 4kg)가 1만 8000원(배송료 포함)이다. 콜센터는 이 서비스를 위해서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등 근무 시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강원도가 이처럼 직접 도루묵 판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는 지난 4월 냉동창고에 쌓인 채 판로를 찾지 못하던 도루묵을 판매하는 일에 나서 큰 성과를 거뒀다. 최 지사는 당시 트위터 등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도루묵을 구매해줄 것을 호소했다. 강원도는 이때도 콜센터를 통해서 냉동 도루묵 2000상자를 판매했다.

속초시에서는 도루묵을 홍보하고 도루묵 소비를 촉진할 목적으로 '알도루묵 축제'를 개최한다. 이 축제는 청호동 아바이마을 부둣가에서 오는 1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도루묵 축제는 이 외에 11월과 12월 사이, 양양군 물치항과 강릉시 주문진항 등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강원도 동해에서는 겨울철에 잡히는 3대 제철 어종으로 '도루묵'과 '양미리', 그리고 '복어'를 꼽는다. 이 생선들은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그런데 동해에서는 지금 도루묵 못지않게 양미리도 문제다. 양미리까지 대풍을 이루는 바람에, 어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원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겨울철 제철 생선들의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한겨울 동해 바닷가에서는 매년 도루묵뿐만 아니라, 양미리와 복어를 홍보하는 축제가 열린다. 이때는 축제 현장을 찾아서 동해를 여행하는 것도 어민들을 돕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태그:#도루묵, #양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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