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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꾸리면서 저희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을 종업원이라고 생각하던 조합원들이 점차 스스로를 노동자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흩어져있던 마음들도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위 설치된 화면에서 나오는 남자 조합원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120개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얀 우비를 입고 공원 바닥에 앉아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9일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얼마전 숨진 고 최종범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9일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얼마전 숨진 고 최종범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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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주는 선봉이 되자"

9일 오후 7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주최로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오는 13일 전태일 열사 서거 43주년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단체 회원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를 통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라",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인정하라",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위원장 투쟁사와 집단 율동 등 각종 문화공연을 함께 했다.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김성욱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지회 지회장 등의 모습.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김성욱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지회 지회장 등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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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숨진 노동자 열사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
 9일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숨진 노동자 열사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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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함께 외치고 있는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함께 외치고 있는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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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들도 참석했다. 마이크를 잡은 게다루(네팔) 이주노조 의정부지부장은 "이주노동자라도 노동자는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미등록 노동자들을 합법화하고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8년째 투쟁 중인데, 정부는 계속 불법노조라며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금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장시간 노동 등으로 삶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며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에게 살 길을 열어주었듯이,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을 열어가는 데 선봉이 되자"고 덧붙였다.

'노동자 열사 분향소' 뒤 빼곡한 영정사진

앞서 오후 3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노동박람회'가 개최됐다. 여기에는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 지킴이(반올림) 등 32개 단체가 참가해 각각 전시부스를 차리고 후원주점 및 선전전을 열었다.

9일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32개 단체가 참가해 각각 전시부스를 차리고 후원주점을 열기도 했다.
 9일 열린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32개 단체가 참가해 각각 전시부스를 차리고 후원주점을 열기도 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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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둘레를 가득 채운 부스들 사이에는 '노동자 열사 분향소'도 보였다. 분향소 뒤로는 '노조탄압 중단'을 외치며 자결한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씨 등 지금껏 노동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200여 명의 영정사진이 빼곡하게 걸렸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과로사한 고 임현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기사 등 올해 희생된 비정규노동자들만 7명에 달한다.

국화꽃이 수북이 쌓인 분향소 탁자 위에는 지난달 31일 '삼성에서 너무 힘들었다'며 목숨을 끊은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고 최종범(33)씨의 영정사진이 놓여있었다. 분향소를 지키던 민주노총 열사특위 관계자는 "오늘 50여명 정도가 찾아와 분향을 하고 갔다"며 "다만 해가 갈수록 노동자대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차려진 노동자 열사 분향소에는 노동운동을 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이 빼곡하게 걸렸다.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차려진 노동자 열사 분향소에는 노동운동을 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이 빼곡하게 걸렸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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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발암물질 사용 사업장' 등 열악한 작업환경을 고발한 민주노총 사진전 등 오후 3시경부터 각종 선전전이 열렸다.
 '2013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발암물질 사용 사업장' 등 열악한 작업환경을 고발한 민주노총 사진전 등 오후 3시경부터 각종 선전전이 열렸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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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전교조 탄압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알리는 전시회를 열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 시절 내건 기초연금·교육공약 등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의미에서 "뻥이요~"라 외치며 뻥튀기를 시민들에게 팔기도 했다.

노동자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본관으로 이동해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추모제'를 개최한다. 이어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광장에서는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태그:#노동자대회, #삼성전자서비지회, #노동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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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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