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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표지석 물이 매우 귀한 섬이다
빗물 표지석물이 매우 귀한 섬이다 ⓒ 이재언

'기도箕島'. 섬이 너무 작아 공을 차면 바다로 빠지는 섬. 면적이 불과  면적 0.24㎢, 해안선 길이는 총 3㎞인 아주 작은 섬이다. 11가구 20명이 살고 있다. 목포에서 32km, 주섬인 상하태도와는 1.9km 떨어진 섬이다.

2011년 가을, 7년 만에 다시 찾은 기도 섬 가는 길 막혔다. 새벽 6시에 장산 북강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섬사랑호 8호를 타려고 갔는데 마침 그 배가 보이지 않았다. 가게에서 물어보니 목포로 기름을 넣으로 갔다고 하여 할 수 없이 기도 이장님에게 전화를 하였다. 바람이 부는데도 장산 엔두 선착장으로 택시를 타고 오면 배를 가지고 오겠다고 해서 그리로 가 조금 기다리니 그 배를 와서 타고 기도에 들어갔다. 

고추밭 정경  작은 섬 밭에서 고추 농사짓기
고추밭 정경 작은 섬 밭에서 고추 농사짓기 ⓒ 이재언

신의면에 소속된 기도는 장산면에 속한 장산도 북강 선착장에서 5분이면 닿는 섬이다. 장산면에 소속되어야 서로 불편함이 없을 텐데, 신의면에 소속되어 아무래도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았다. 장산도 북강 선착장에서 기도와 막금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신해8호 70톤 급이 물때에 따라서 운행하지만 가지 않을 때도 많이 있다고 한다. 강을 따라 가야 하는데 물이 빠지면 수심이 얕아 지기 때문이다. 옹기종기 아홉 가구로 이루어진 신의면 '기도'는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조차 안 되는 작은 섬이다. 섬의 형태가 곡식을 고르는 키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키 기箕'자를 붙인 이름이다.

생활

1769년경 김해 김씨 형제가 고기잡이를 하던중 표류하여 섬에 들어와 정착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기도는 아직도 김해 김씨 동족마을을 이루고 있다.

천천히 걸어가도 40분 정도이면 섬을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좁은 땅이다. 면적이라 해야 고작 0.24㎢에 불과하며, 해안선 길이는 총 3㎞인 섬이다.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이어진 형태인데 마을은 위쪽, 즉 섬의 북쪽 선창가에 집중되어 있다. 섬주민들은 농어업과 함께 근처 간석지에서 김을 생산하고 있다. 10가구 중 네 가구가 밭농사에 주력한다. 작은 섬이지만 섬 전체가 평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밭을 일굴 수 있어서이다. 나머지 여섯 가구도 바다에 나가 김 양식도 하고 낙지와 고기, 조개를 잡는 일과 밭일을 함께 하고 있다. 작아도 너무 작지만 버릴 만한 땅이 하나 없는 곳이라 땅과 바다에서 풍요로움을 거두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섬마을이다.

주목받는 빗물

그러나 섬이 워낙 작다보니 해마다 가뭄을 피해 갈 수 없다. 수원지도 없고 땅을 파봤자 짠물만 나오는 섬의 식수난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빗물이다. 이 빗물이 국내외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안군과 '서울대 빗물 봉사단'은 빗물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급수시설 시범사업으로 2012년 5월, 이 기도 마을에 4t짜리 물탱크를 묻고 소독조, 여과시설 등을 설치했다. 먼지, 황사방지 시설, 침전조 등 빗물 저류장을 만들어 빗물을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설비를 한 것이다.

박상준 어린이 집  바닷가의 아담한 가옥
박상준 어린이 집 바닷가의 아담한 가옥 ⓒ 이재언

섬 둘러보기

기도 선착장은 마을의 한쪽에 위치해 있다. 물양장으로 들어서면 길은 양쪽으로 갈린다. 오래된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좌우로 길이 나뉘는데 해안 가는 길과 마을 가는 길이다.마을 가는 길에 고추밭이 제법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집들이 흩어져 있다. 길 역시 인공적으로 닦은 길이 아니라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낸 길이다. 형편 닿는 대로 시멘트를 덧입히기도 한 길 주변에는 낮은 돌담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특별히 대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해도 좋을 개방형 주택들이다. 집을 지키는 개는 보이지 않고 고양이 몇 마리가 눈에 띄었다. 골목길을 나오면 바로 해안가로 이어지고,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길은 다시 산길이 되는 단순한 길이다.

가울 우측은 물탱크  서울대 빗물 봉사단이 설치해 주다
가울 우측은 물탱크 서울대 빗물 봉사단이 설치해 주다 ⓒ 이재언

능선에 올라서면 길은 다시 서쪽 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책길과 갈라진다. 주변은 온통 고추밭이다. 섬의 서쪽 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있다. 해안으로 내려가면 앞바다는 온통 갯벌인데 독살이 설치되어 있다. 기도와 맞은편 섬 그리고 북쪽의 옥도는 물이 빠지면 갯벌로 연결되는 말 그대로 갯벌지상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는 교회가 하나 서 있다. 1992년 말 세워진 기도교회는 건물이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기도교회  이 섬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물
기도교회 이 섬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물 ⓒ 이재언

특별한 교육

교회 옆으로 흙길이 있다. 이 주변 역시 고추밭. 이 흙길로 해서 남동쪽으로 가면 조그마한 숲이 있고 그 옆으로 학교가 있다. 바로 신의초등학교 기도분교장이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달랑 학생 1명에 총각 선생님 1명이 전부인 분교다. 이장 아들인 박상준(11세) 학생 1명에 강대호(32세) 총각 선생님 1명이 전부인 분교다.

학생이 6학년이어서 졸업하면 폐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학교라 안타까움부터 일었다. 운동장이 작은 것은 그렇다 치고 건물도 작다. 마치 가정집 같은 건물이다. 학교를 상징하는 조형물 하나 없다. 다만, 종이 교실 입구에 매달려 있고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휘날려 아직은 이곳이 학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철봉과 화장실이 한 쪽에 있다. 교실 안은 하나의 방으로 되어 있다. 소파도 있고 피아노도 있다. 마치 가정집의 거실 같은 분위기이다. 학생이 혼자이다보니 게시판 에 붙어 있는 그림과 붓글씨 등의 솜씨는 상준의 것이다. 학교급식 역시 선생님의 담당으로 배를 타고 나가서 일 주일분을 받아와서 학생하고 같이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이장님 배  우리를 마중 나온 이장님
이장님 배 우리를 마중 나온 이장님 ⓒ 이재언

교사인 강 선생님은 교대를 나왔지만 교사생활을 남들보다 4~5년 뒤늦게 시작했다 한다. 그의 뜨거운 열정이 학생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학생의 입장에서는 독서와 영어, 컴퓨터, 한자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엄청난 혜택을 입고 있었다. 선생님은 도시에서 학원을 다니며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실히 공부를 시키고, 하루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며, 매일같이 영어공부와 영어일기 쓰기를 통해 상준이의 어학 실력을 향상시켰다. 그야말로 상준이는 하루 온 종일 같이 붙어 있으면서 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한 교육을 받는 행복한 소년이었다.

마을로 내려와 이장님을 찿았다. 상준이 아버지 박옥남(54) 어머니는 이금단(46)씨이다. 이런 섬에 찿아 오셨다고 친절하게 대하여 커피를 대접 받았다. 이장님은 낚지도 잡고 농사도 짓지만 가장 힘을 쏟는 것은 김양식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지주식 김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 모두 알아주는 제품이라며 대단한 자부심과 자랑을 하였다. 기도 섬 둘레에는 온통 김 양식장의 지주대들이 설치되어 있어 갯벌과 바다 김 양식 농사터가 장관이다.

나이가 젊은 이장님은 어떻게 이런 조그만 섬에서 살만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도 한 때는 섬마을 떠 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용산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배워 채소를 밭떼기로 사서는 이익도 남겼지만 다시 고향으로 온 것은 김 때문이었다 한다. 그 당시 김값이 좋아 다시 고향에 와서 살게 되었던 것이다.

갯벌에서 낚지 잡는 아주머니  갯벌에서 조개와 낚지를 잡고 있다.
갯벌에서 낚지 잡는 아주머니 갯벌에서 조개와 낚지를 잡고 있다. ⓒ 이재언

박상준 어린이와 선생님  선생님과 단둘이서 공부하는 모습
박상준 어린이와 선생님 선생님과 단둘이서 공부하는 모습 ⓒ 이재언

"한동안은 교사월급 2~3만 원 할 때 김 재배로 한 달 10만 정도 원씩 벌었습니다. 야채・과일 장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요."

그는 자신이 양식한 김의 맛과 질에 대한 찬사를 끝없이 이어가는 것이었다. 앞으로 이런 시절이 또 올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는 박옥남 이장과 기도 사람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추억의 섬 학교가 내년이면 사라지게 되다니 아쉬운 마음으로 이장님의 배를 타고 다시 장산도 앤두 선착장으로 나왔다.

기도 섬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기도
기도 섬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기도 ⓒ 이재언

●기도 가는 길
오전 6시 장산도 축강을 출발하여 막금 기도를 갔다가 다시 축강으로 돌아와 부소도 반월도를 거처서 축강으로 돌아온다. 오후 3시에도 같은 방법으로 순회한다.

● 지리적 개요
기도는 신안군 신의면에 속한다. 면적 0.24㎢, 해안선 길이는 총 3㎞인 아주 작은 섬이다. 목포에서 42.9km, 주섬인 상하태도와는 1.9km 떨어진 섬으로 10가구 18명이 살고 있다.

●특산품
김, 굴, 조개, 낙지 등이다.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



#기도 #빗물봉사단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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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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