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수석비서관회의서 발언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

관련사진보기


검찰이 8일 전국공무원노조(아래 전공노) 서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자유청년연합, 종북척결기사단 등 보수단체가 지난달 29일 지난해 대선 당시 전공노가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시기가 논란거리다. 국가정보원·국가보훈처·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추가로 드러나면서 '총체적 부정선거'란 비판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이번 사건을 통해 '물타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전공노 때리기'에 나섰다.

검찰의 압수수색 시점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공노 대선개입 의혹은) 아주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선거개입이어서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새누리당 지도부의 '전공노 때리기'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최 원내대표는 당시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아직 국가정보원이나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지 않느냐, 이를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오히려 전공노의 대선 개입은 훨씬 조직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전공노 서버 압수수색이 "권력의 주문에 호응한 '맞춤형 기획수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신호탄'에 총공세 나섰던 새누리... 일사불란했던 '대선개입 물타기'

사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청와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첫 언급이었다.

그러나 그 방향은 검찰 수사나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로 확산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유독 전공노만 문제삼았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정부공무원노조를 대선개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검찰은 전공노를 즉각 수사하라"고 말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대검찰청 국감에서 전공노 게시판 글을 거론하며 "이렇게 많은 공무원의 개입이 있는데 국정원만 잡으려고 하면 되냐"며 사실상 전공노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세는 다음날인 1일에도 계속됐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전공노는 문재인 후보와 정책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정권교체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 문재인 후보 지지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댓글 차원을 넘는 정치개입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야당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전공노의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공노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등과 맺은 '정책협약'도 문제 삼았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해 12월 7일 전공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협약을 맺고 전공노는 협약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으며, 소속 공무원들은 SNS를 이용해 무차별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기본 양심이 있다면 전공노와 공모하여 저지른 전대미문의 불법선거에 대해 스스로 참회하고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서용교 의원은 지난 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전공노) 공식 트위터 상에 박근혜 후보 비방, 집회 참여 독려하면서 정권교체란 표현을 사용하고 팔로워 8만 명 넘는 전공노 사이버 단장이 '친구여 기호 2번 문재인 찍자, 우리가 남이가'라는 글을 남기는 등 많은 흔적들이 남아있다"면서 트위터 글을 통한 여론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전공노 때리기'에 동조했다. 황교안 법무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전부 장관은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혐의가 있을 경우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 4일 보수단체 고발 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즉, 청와대-새누리당-행정부-검찰 모두 전공노를 타깃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셈이다.

이미 '근거 부실'로 드러난 전공노 의혹... 압수수색 정당했나?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전공노 때리기'가 이미 사실에 맞지 않는 등 허점을 곳곳에서 드러낸 터라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 집행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먼저, 전공노는 대선 당시 문 후보 말고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무소속 김소연·김순자 후보와도 정책협약을 맺었다. 전공노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에도 같은 정책협약서를 보냈지만 박 후보 측은 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박 후보 측은 당시 전공노의 정책협약 질의에는 침묵했지만 지지는 호소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 노조설립신고 쟁취 ▲ 해직자 원직복직 ▲ 공무원·교사 정치표현의 자유 등 6개 과제 등이 내걸린 전공노 총회에 참석, 당시 박 후보의 축사를 대독했다. 결국 "전공노 지지=공무원 대선개입"이라는 자신들의 논리라면 결코 스스로도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 전공노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 대선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취합해 내부 게시판에 공지한 바 있다"며 "새누리당에도 정책협약을 제안하고 당사를 찾아가 설명했지만 (새누리당은) 검토하겠다고만 하고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개최한 조합원 총회 이슈도 정책협약과 동일한 내용이었고 각 대선후보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당시 박 후보는 일정상의 이유로 심 최고위원을 보내 총회를 축하했다"면서 "새누리당이 주장하듯이 정책협약 등이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선거개입이라면 박 대통령 역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최초 고발됐고 김진태 의원이 제기했던 게시판 글도 마찬가지다. 당시 보수단체들과 김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일반인'도 글을 남길 수 있는 자유게시판의 익명글이었다. 당시 김 의원의 문제제기를 들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 점을 지적하며 "(해당 게시판에는) 선거법 위반 내용은 사전에 예고없이 삭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표기돼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서용교 의원이 문제 삼은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최윤영 전공노 교육선전실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공식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한 적이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영화 반대 인증샷' 홍보글의 해시태그로 '정권교체'가 들어간 단 몇 건의 글을 놓고 '박근혜 후보 비방'으로 연결시켰다는 얘기였다.

특히 그는 ''친구여 기호 2번 문재인 찍자' 글을 올린 이는 10년 전에 해직돼 이미 공무원이 아니다"면서 "개인 계정을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도 밝혔다.

"권력 주문 맞춘 기획수사" VS "정치권 왈가왈부할 일 아냐"

이에 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물타기' 위해 검찰이 나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검찰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지금 이 타이밍에 허겁지겁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정치적 의도는 명확하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행위를 물타기 하기 위해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락을 깔고 장관들과 새누리당이 앞다퉈 목소리를 높이니 그 장단을 맞추기 위해 정치검찰이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명확한 근거가 있는 국가권력기관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 축소은폐로 일관하면서 근거부실의 전공노 수사에는 전광석화, 기세등등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오늘 압수수색은 국정원 등 대선개입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무마하고,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해 권력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 기획수사'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공무원노조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정치 검찰의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공노와 관련해 문제 제기된 부분들에 대해 검찰이 수사 단초를 확인했다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태그:#전국공무원노조, #대선개입, #박근혜, #새누리당, #압수수색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