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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SBS <스타킹>에 방송된 기적의 성형 마사지 편.
 지난 10월 27일 SBS <스타킹>에 방송된 기적의 성형 마사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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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방송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아래 스타킹)>에서는 한 명의 유명 마사지사 김무열씨가 출연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김씨를 장동건, 고소영, 소지섭 등 톱스타들의 몸매를 관리해주는 분이라며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소개를 받은 김씨는 바로 팔뚝살 마사지로 팔뚝의 사이즈를 줄여 보겠다며 방청객을 상대로 시범을 보였습니다. 김씨의 마사지가 끝나자 방청객의 팔뚝 사이즈는 시술 전에 비해 4cm가 줄어들었습니다.

김씨의 이런 마법 같은 마사지는 SBS의 <스타킹>에서만이 아니었습니다. MBC의 아침 교양 프로그램인 <기분 좋은날>에도 지난 7월 24일 비슷한 내용이 방영됐습니다. MBC의 <기분 좋은날>에서는 개그우먼 노유정씨를 상대로 복부 마사지를 해, 허리 둘레가 7cm 줄어들었다는 내용이 방영됐습니다.

과연 이런 마사지의 효과는 사실일까요? 하지만 일본에서 3년간 안마 전문교육을 받고 면허증을 취득했으며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는 저로서는 선뜻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허리둘레 7cm 줄인다는 기적의 마사지, 사실일까

방송처럼 과연 마사지 한 번으로 팔뚝살이 4cm나 빠지고 허리 둘레가 7cm나 줄어들 수 있을까요? 또 그렇게 줄어들어도 건강에는 괜찮을까요?

제가 <스타킹>을 보면서 의아했던 것은 팔뚝 사이즈를 측정한 위치였습니다. 보통 재활의학이나 마사지 등의 수기요법에서는 신체의 사이즈를 측정하는 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윗팔뚝(상완)이나 아래팔뚝(전완), 그리고 장딴지(하퇴부) 등은 부위 중의 가장 굵은 부분을, 허벅지(대퇴부)는 무릎에서 10cm 정도 윗부분을 측정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스타킹>에서는 어깨 바로 아랫부분을 측정하더군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가라는 마사지사가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몰랐거나 아니면 일부러 측정 부위를 변경한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지난 10월 27일 SBS <스타킹>에 방송된 기적의 성형 마사지 편.
 지난 10월 27일 SBS <스타킹>에 방송된 기적의 성형 마사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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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반적으로 윗팔뚝을 측정하는 부위는 팔뚝의 가운데 부분 즉, 일반적으로 알통이라고 부르는 두갈래근과 세갈래근이 있는 곳입니다. 이 부분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사이즈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지 않습니다. 반면 프로그램에서 측정한 어깨의 바로 아랫부분은 어깨 관절과 관련된 여러 개의 근육의 힘줄이 지나는 곳입니다. 따라서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자세의 변화나 자그마한 외부 압력에도 두께가 변하기 쉽습니다.

또 마사지사 김씨는 어깨 관절을 열어주고 셀룰라이트를 풀어만 줘도 팔뚝살이 빠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어깨 관절과 팔뚝 부위의 마사지법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마사지법은 겨드랑이 부분에 밀집한 림프절을 자극해 림프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어깨 관절을 가볍게 마사지하면 어깨 결림이 풀어지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깨 관절은 우리 몸의 여러 관절 중에서도 연결력이 아주 약한 부위입니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잘못 시술하면 어깨 관절에 손상을 입을 수 있고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나 탈구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 김씨는 MBC <기분 좋은 날>에서는 여자 연예인에게 "장기들이 많이 노화돼 있는 것 같다. 스트레스 때문에 위나 십이지장 부분이 많이 막혀 있다. 노화된 부분을 하나하나 풀어준 뒤에는 지방을 연소시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연예인의 복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마사지법으로 시술했습니다. 실제로 마사지 후 여성 출연자의 복부는 빨갛게 변할 정도로 강한 자극을 받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 깊숙히 자리잡은 장기의 노화 정도를 외부 촉감만으로 알 수 있을까요? 또 마사지만으로 지방 연소가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우리 몸의 장기는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장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시 장막은 복부 전체를 싸고 있는 복막 안에 존재합니다. 일부의 경우 장기와 장막, 장막과 장막, 그리고 장막과 복막이 유착되어 운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 경우 복부 마사지를 해주면 장기 유착이 다소 호전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힘으로 마사지를 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술법에 관해 경력이 20년이 넘고 부산에서 지압원을 운영중인 정태기 원장은 "복부 마사지를 통해 순간적으로 허리 둘레를 7cm씩 줄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횡격막을 자극해 복강에 있는 장기를 위로 올리고 골반을 교정하면 복부의 면적이 위아래로 넓어지고 일시적이나마 순간적으로 허리 둘레가 줄어드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 원장은 "이런 시술법은 효과가 지속될 수 없다. 또 복부를 무리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장기와 장막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때문에 "장벽이 약해져 있는 환자나 노인, 여성, 어린이들에게 무리하게 시술을 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의 환자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사업자등록은 '헬스케어' 간판엔 '마사지'... 불법입니다

방송을 보고 난 후 해당 마사지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디에서 마사지 교육을 이수했는지, 관련 자격증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연예인 누구누구를 시술했다는 식의 광고성 내용은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그 유명세에 비해 객관적인 자료는 너무 부족했습니다.

현재 의료법은 안마나 마사지, 지압 등의 수기요법에 관한 자격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82조는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으며 2년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보건복지부의 '안마사에관한규칙' 제2조에는 안마사의 업무 범위를 '안마사는 안마, 마사지 또는 지압 등 각종 수기요법에 의하거나 전기기구의 사용 그밖의 자극요법에 의하여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것을 업무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안마사가 아니고서는 그 어느 누구도 안마나 마사지, 지압 등의 수기요법으로 인체에 대한 시술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엄격히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안마사가 아닌 사람이 안마, 마사지, 지압 등의 시술행위를 할 경우 의료법 제87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안마나 마사지 등의 업종을 개업하는 것도 엄격히 관리됩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안마나 마사지, 지압 등의 수기요법의 업종으로 개업할 경우, 보건소가 발부하는 신고필증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안마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개업할 수 있으며 해당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는 신고필증이 교부되지 않습니다.

안마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안마'나 '마사지' 등의 상호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사진은 김무열 마사지숍 외관.
 안마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안마'나 '마사지' 등의 상호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사진은 김무열 마사지숍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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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씨가 운영하는 김무열 마사지숍에 전화를 걸어 사업자 등록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업소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외부 간판에는 '김무열 스포츠 마사지숍' 혹은 '김무열 마사지숍'처럼 '마사지'라는 상호를 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마사나 마사지사 자격증이 없으면서 간판 등에 '안마'나 '마사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안마사 자격 외의 사람이 안마나 마사지, 지압 등의 용어를 상호로 사용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도 "원칙적으론 의사, 물리치료사, 한의사 외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마사가 아닌 사람이, 즉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안마, 마사지 등 간판을 내거는 것은 불법"이라고 확인해 줬습니다.

안마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 유보직종입니다. 올해까지 총 3차례 헌법소원에서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를 할 수 있다는 게 합헌 판정을 받았습니다. 안마와 유사한 마사지, 지압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운 몸매 만드려다 건강 해칠 수도

저는 이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마사지숍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김무열 마사지숍 측은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후 저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의 도움을 받아 수 차례 반론취재를 시도했지만 마사지숍 측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마사지숍 직원은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의 질문에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으므로 기사가 나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와 상호 등에 '마사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등에 대해서도 "홈페이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직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기자의 질문에 "기자님 때문에 몹시 힘들다"며 "그렇게 묻지 말라"는 답변만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안마나 마사지, 지압 등의 수기요법은 인체를 다루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안마사가 되기 위해서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등의 기초 의료 과목과 함께 안마, 마사지 등의 실기 과목을 최소한 2년 이상의 교육 과정으로 이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마사지사의 경우, 몇주 또는 몇 개월만의 교육 경험으로 마사지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무자격 마사지사들에게 마사지 시술을 받을 경우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 투자하는 노력이 오히려 건강을 크게 해치는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태그:#김무열 , #스포츠마사지, #기적의 10분 마사지, #안마, #시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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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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