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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도 없이 진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앞으로 11월 19일 3차, 12월 17일 4차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 10월 22일 사걱세 토론회 모습 두 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도 없이 진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앞으로 11월 19일 3차, 12월 17일 4차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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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아래 사걱세)는 '스토리텔링 수학교육 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살핀다'는 주제로 수학 사교육 고통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4차까지 예정되어 있는 이 토론회는 '유치원 누리과정과 특별활동의 초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의 선행 여무 실태 점검'을 주제로 지난 9월 24일 1차 토론회에 이은 두 번째 토론회였다.

필자는 두 해에 걸쳐 초등학교 1학년을 가르치면서 스토리텔링 수학 교육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이미 기사([2009개정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경험적 분석②]수학 교과서)로 쓴 바가 있었다. 또 올해 바뀐 1-2학년 교과서를 갖고 직접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사를 토론자로 모시고 싶다고 해서 토론자로 참여하게 됐다.

사걱세의 수학사교육포럼 대표인 최수일 인하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스토리텔링 수학교육 정책과 사교육 유발 문제'라는 공동 발제문을 통해서 지난 정권의 스토리텔링 수학교육 정책 자체가 지닌 문제점과 사교육 시장 확대의 문제를 다뤘다. 핵심은 스토리텔링 수학교육의 도입이 사교육 시장에 미친 영향과 언론의 비정상적 보도, 그로 인한 부모들의 불안감 확산이었다.

발제자는 학원 홍보성 기사를 거침없이 싣고 있는 경우와 학원에 아예 지면과 방송을 맡긴 경우의 사례들을 자세히 제시했다. 또 수학 교과서 편집권을 갖고 있는 천재교육 출판사의 횡포도 언급했다. 교과서 개정과 관련한 정보를 독점하면서 문제집과 자습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학 공부는 수학 시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1학년 아이들은 1부터 100까지의 수,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과업이다. 100까지 수의 순서를 알고 세고, 실생활에서 세어보는 활동은 모든 교과 활동과 연계되어 재미있는 수학공부가 된다.
▲ 생태 공부를 하면서 네모 모양 안에 들어가는 나뭇잎수를 세어보는 아이들 수학 공부는 수학 시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1학년 아이들은 1부터 100까지의 수,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과업이다. 100까지 수의 순서를 알고 세고, 실생활에서 세어보는 활동은 모든 교과 활동과 연계되어 재미있는 수학공부가 된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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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마무리하면서 4가지 내용으로 주장을 압축했다.

먼저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정체불명의 신조어를 사용하지 말고 '쉽게 가르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정도로 바꿔서 홍보해야 한다. 둘째, 교육부는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야기된 혼란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서 전국 각 학교에서 즉시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대안 정도인 정책으로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시급하다. 셋째,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인하여 평가가 바뀐다'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일부 사교육 기관에 대한 행정 처분을 내려야 한다. 넷째, 새로운 정책을 펼칠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숙고하여 시행해야 한다.

발제자의 발제가 마무리되고 바로 이어서 현행 1-2학년 수학교과서의 집필진이었던 강완 서울교대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강완 교수의 주장은 아래와 같았다.

"스토리텔링 수학 교육은 여러 다양한 교수학습의 기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확대해서 사교육 시장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식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교수학습 기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식 평가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데 평가 방법까지 스토링텔링식으로 바뀐다고 광고하는 것을 보고 놀랍기까지 했다.

스토리텔링은 새로운 기법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존 듀이가 의미화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극화(dramatization-필자 역)의 한 방법으로 도입했고 우리나라는 1차 교육과정에 반영된 바 있다. 1960년대에는 행동주의 사조가 들어오면서 연산 연습 중심으로 바뀌긴 했지만 5차 교육과정 이후부터는 점차 입지를 더 넓히고 있으며, 2007개정 교과서에서는 이야기 마당 같은 형태로 반영되고 있다. 이렇게 더 진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사교육 시장이 이 틈새를 파고 들어와서 학부모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음식에 빙초산을 들이붓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제집 시장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발달했는지 모르지만 수학을 즐겁게 조작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교구 시장은 참 미약하기 짝이 없다. 외국 브랜드의 교구와 국산 교구는 만지는 질감부터 다르다. 지난 8월 전교조 새학기 준비연수에서 이 교구를 보여줬더니 다른 선생님들이 우리는 짝퉁을 산 것 같다며 울분을 표하셨다.
▲ 매쓰링크라는 외국의 수학 교구를 갖고 수와 연산을 공부하는 아이들 우리나라의 문제집 시장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발달했는지 모르지만 수학을 즐겁게 조작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교구 시장은 참 미약하기 짝이 없다. 외국 브랜드의 교구와 국산 교구는 만지는 질감부터 다르다. 지난 8월 전교조 새학기 준비연수에서 이 교구를 보여줬더니 다른 선생님들이 우리는 짝퉁을 산 것 같다며 울분을 표하셨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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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완 교수의 토론에 이어 현직 교사인 필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온갖 부록으로 너무 무거운 교과서, 스토리텔링으로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들의 부담만 가중시킨 정책이지만 현장에서 그리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현상, 스토리텔링 수학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교육 시장과 문제풀이 학습에 너무 이른 시기부터 아이들이 지쳐가기 때문이라는 진단 등에 대해 논했다.

송교준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교육연구사의 토론 및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교육부는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식으로 대대적인 홍보 작업을 한 적이 없다. 또 이런 정책이 갑작스럽게 추진된 것이 아니라 수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를 만들어서 제안된 '수학교육선진화' 방안 중 하나였다. 2011년 사교육 경감 공교육 강화 선순환 방향이라는 공청회에서 발표되었던 것이다.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수학 익힘책의 경우 문제풀이 동영상을 만들어서 탑재하기도 했다. 내년에 교과서가 바뀌는 3-4학년의 경우도 사교육이 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의 수학교과서는 초등과 달리 인정도서이기 때문에 출판사와 집필진이 정하는 것으로 교육부가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이어진 청중들의 질의 응답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학원의 과대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송교준 연구사는 "법적으로 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응답했다. 스토리텔링이 하나의 기법일 뿐인데 평가 방법까지 바뀐다는 식으로 광고를 한 업체나 이를 토대로 대대적인 확장을 한 업체도 있는데 이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 보겠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데 이것을 이야기 수학이나 다른 용어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참가자도 있었다. 이에 대한 강완 교수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스토리텔링 자체만 갖고 얘기한다면 초등학교 수학은 이미 그렇게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과포장이 되어서 문제다. 전체적인 평균치를 반영해서 5-6학년까지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은 이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몇 개의 스토리텔링 특화단원은 내년 개정판에서는 다 없애는 것으로 했다. 왜냐하면 그 특화 단원 자체가 위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 너무 약하니 좀더 강하게 쓰라는 압력이 있어서 초고를 다 쓴 상태에서 다시 몇 개 단원만 특화해서 쓴 것이다. 그런데 내년도 사용하는 교과서에서는 그런 부분을 다 없애는 것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나라 수학교과서에서는 기껏 제공해주는 게 모양 스티커다. 스티커를 붙여서 창의적인 모양을 만들라고 한다. 스티커는 한 번 붙이면 끝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바꿀 수가 없다. 즉 모양을 머리에 떠올리고 구상대로 붙여가야 한다. 1학년에게 과도한 요구다. 이런 블럭은 마음껏 바꿔가면서 이리저리 탐색해 볼 수 있다. 그게 진정한 교구 아닌가?
▲ 도형을 공부하면서 패턴블럭이라는 교구를 사용해서 만든 모습 우리나라 수학교과서에서는 기껏 제공해주는 게 모양 스티커다. 스티커를 붙여서 창의적인 모양을 만들라고 한다. 스티커는 한 번 붙이면 끝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바꿀 수가 없다. 즉 모양을 머리에 떠올리고 구상대로 붙여가야 한다. 1학년에게 과도한 요구다. 이런 블럭은 마음껏 바꿔가면서 이리저리 탐색해 볼 수 있다. 그게 진정한 교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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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이 스토리텔링 수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책임 문제나 학교 현장의 혼란에 대해서 필자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스토리텔링 수학이 정말 별거 없는 것, 이미 하던 것이라는 것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문제풀이 동영상 같은 거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려 놓고 할 일 다한 것처럼 하지 말아 달라. 요즘 아이들 오히려 컴퓨터, 태블릿 피시,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게 해야 하는 상황인데 동영상 탑재해 놓고 그거 보고 따라하라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다.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을 생각해달라, 이상한 부록들만 넣지 말고 질 좋은 교구들을 교사들에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서 정말 아이들이 실제로 움직이고, 조작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수학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

이에 대해 교육부 연구사는 "학습준비물 예산을 사용하라고 했다, 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교구를 마련해 주는데 1인당 2만5천원 정도의 예산이 들고, 이 부분은 교구가 과연 교과서인가 하는 법리적 문제도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시간이 없어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의지'의 문제 아닌가! 1인당 2만5천원이라는 예산이 문제라면 장관 특별교부금 같은 것도 있다. 또한 1인당 2만 5천원을 매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얼마의 예산으로 교구재를 보내주고, 다음 해부터는 유실분만 보충해주는 형태로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나?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교육'을 잘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답변'만 잘하려고 모인 것 같아서 씁쓸한 토론회였다.


태그:#초등1학년수학, #스토리텔링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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