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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명망가를 영입하겠다."

지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릎을 꿇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바로 다음 날, 부랴부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역량 강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SNS에서의 열세가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자성에 따른 행보였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나온 첫 번째 대책이 SNS 명망가 영입, SNS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SNS를 통한 당 지도부와 국민의 소통 강화였다.

한 두명의 'SNS 명망가'를 데려온다고 해서 2040세대와의 소통에 서투른 당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선거 패배 하루 만에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SNS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선에서 소설가 이외수·공지영씨 등 '파워 트위터러'들이 '박원순 멘토단'에 참여해 SNS 여론을 주도하자 무력감에 빠졌었다.

트위터·페이스북 뜨자 선거전 연전연패... 한나라당의 'SNS 흑역사'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릎을 꿇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다음 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역량 강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릎을 꿇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다음 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역량 강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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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용이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패배를 거듭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4·27 재보선과 10·26 서울시장 보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선거는 SNS 활용도가 높은 20~30대 투표율이 과거 보다 높았고 투표 마감 직전 투표율이 급상승하는 특징을 보였다. SNS는 반한나라당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투표장에 나오게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SNS 열세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고전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한나라당은 SNS 배우기에 적극 나섰다. 당 지도부는 SNS 소통 등 온라인 소통지수를 당무감사에 포함하겠다고 하는 등 SNS 활용도를 테스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2011년 11월 9일, 당시 김정권 당 사무총장은 "미국 공화당이 2010년 SNS를 잘 활용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SNS 활용은 권고가 아닌 필수"라며 "중앙당 당무감사에 온라인 소통지수를 포함하고 콘텐츠 적합성, 시의성, 지속적 소통 지수 등을 측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후에는 'SNS 역량지수'를 개발해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SNS 공포에서 벗어나 적극 활용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긍정적인 변화 조짐도 감지됐다. 검찰이 SNS에 유포되는 한미FTA 관련 유언비어에 대해 구속 수사 방침을 밝히자 SNS 사용자들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검찰 방침에 대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검찰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등 SNS 사용자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SNS 시대 이전까지 온라인 전략이라고는 막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댓글 물량공세 밖에 없었던 한나라당의 체질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SNS 열세로 인한 선거 패배의 '흑역사'가 반복될 때마다 "SNS 때문에 졌다, 대책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들끓다가 사그라지는 패턴이 되풀이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S는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까지 심의를 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하기로 해 비난 여론이 높아졌지만 한나라당은 방관했다. 또 당시 장제원 의원은 불법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SNS 접속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가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들까지 나서 SNS가 괴담을 퍼트리는 흉기라는 공격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제도 언론보다 인터넷 공간의 괴담이 더 멀리 유포되는 것은 인세인 소사이어티(미친 사회)다", "SNS 공간의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양 인식되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고 밝혀 SNS 사용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SNS는 난공불락"... 무력감에 빠졌던 새누리당

지난 8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지난 8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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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가 무력감이 당내에서 고개를 들었다. 당 내에서는 "SNS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 "SNS가 당내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가 아니라 스트레스 앤드 스트레스(Stress and Stress)의 약어로 통한다", "젊은 의원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의원들이 트위터가 뭔지 모른다"는 자조가 터져나왔다.

SNS를 소통이 아니라 당의 입장을 주입하는 도구로 인식한 나머지, SNS에 족쇄를 채우려는 욕구도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당내 SNS 소통 능력 강화가 생각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당 밖의 불법 사조직들이 빈 공간을 채웠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SNS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유죄를 받은 윤정훈 목사의 '십알단'이나 '서강바른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21일 서울 고등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십알단과 국정원의 트위터 계정이 같은 내용의 글을 리트윗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십알단 계정과 국정원 연관 계정이 같은 글을 놓고 RT를 한 정황이 있었다"고 하자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그렇게 보고받았다"고 인정했다. 국정원이라는 국가조직이 집권 여당과 연관이 있는 사조직과 보조를 맞춰 박근혜 후보 지원에 나섰다는 의심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서강대 동문모임 서강바른포럼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수개월간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에 모여 조직적으로 트위터와 포털사이트 등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나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린 혐의로 간부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서강바른포럼의 송년회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SNS 전담팀 강화... 새누리당과 이심전심?

SNS를 담당하는 국정원 심리전단 5팀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폭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 따르면 2011년 11월 18일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가 트위터를 중심으로 1억원 피부숍 논란이 일면서 낙선했다"며 "흑세무민하는 것을 정상화하고 사이버상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고 이 발언이 나온 후 수개월 뒤 SNS팀 인원이 10여 명에서 20여 명으로 배이상 보강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대선 국면에서 어떻게 여론조작에 나섰는지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법원에 제출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국정원 SNS전담팀은 9월부터 대선까지 약 100일간 5만5000여 건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9월부터는 야당 후보들를 비방하는 데 집중하고 대선에 임박해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데 집중했다. 또 트위터 활동이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중단된 점 등을 볼 때 국정원의 조직적인 여론조작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밝혀낸 트윗 글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몇 개의 국정원 계정이 삭제됐는지 알 수 없다"고 "분석하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NS 흑역사' 기사 관련 장제원 전 의원의 반론
<오마이뉴스> 지난 10월 22일자 "여당의 SNS 흑역사'를 보면 국정원 댓글이 보인다" 기사 중 '(2011년 당시) 장제원 의원은 불법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SNS 접속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가 뭇매를 맞았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장 전 의원은 '당시 본인이 제안했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SNS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법안이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관리의 중립성 유지를 위한 법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태그:#SNS, #국정원, #박근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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