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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금강변에 떠오른 물고기
 지난 해 10월, 금강변에 떠오른 물고기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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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민관합동조사단이 지난해 금강에서 일어난 수십만 마리 물고기의 떼죽음 원인을 4대강 사업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단은 또 사고 당시 6만여마리를 수거했다는 환경부 발표와는 달리 30만 마리 이상의 사체를 수거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16일경. 금강에서 물고기가 무더기로 떠올랐다. 이후 약 13일 동안 물고기 떼죽음 행렬이 멈추지 않았다. 충남 부여군 백제보에서 시작해 전북 익산 부근의 하류까지 60㎞ 구간에서 매일 물고기 사체가 떠올랐다. 길이 136㎝, 무게 40㎏짜리 초대형 메기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물고기에게도, 사람에게도 재난이었다.

물고기 떼죽음 원인, 민관합동조사단 "4대강 사업에 의한 용존산소 부족"  

지난 해 10월, 부여군 장하리에서 떠오른 1m 36.5cm에 이르는 대형메기
 지난 해 10월, 부여군 장하리에서 떠오른 1m 36.5cm에 이르는 대형메기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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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게 환경부가 나섰다. 하지만 환경부는 물고기 떼죽음이 '원인 불명'이라고 발표했다. 독성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바이러스 등 병에 감염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 가능성도 부인했다. 용존산소량이 정상치로 나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시민환경단체의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 사이에 추진되던 민관합동조사도 조사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남도가 나섰다. 충남도는 지난 1월 물고기 떼죽음 원인규명에 대한 민관공동조사를 시작했다. 21일 전문가, 환경단체와 공무원 등 9명으로 구성된 '충남 금강물고기 집단폐사 민관 합동조사단'(단장 허재영 대전대 교수)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떼죽음 원인으로 "4대강(금강)사업에 의한 서식환경의 변화와 유기물 퇴적과 퇴적된 유기물의 분해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용존산소 측정 지점 '부적절'

물고기 떼죽음을 앞둔 2012년  여름 부여 벡제보 앞,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을 앞둔 2012년 여름 부여 벡제보 앞,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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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누치가 입을 벌린채 죽어있다. 멀리 금강변 마을이 보인다.
 지난 해 10월, 누치가 입을 벌린채 죽어있다. 멀리 금강변 마을이 보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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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만든 보로 인해 물이 정체되면서 유기물 퇴적이 늘어 용존산소가 급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울과 소, 하중도가 사라지면서 하천수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유수역이 없어지는 등 서식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도 '보설치 전후 수생태계 영향평가'를 통해 4대강(금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 유수성 어종이 줄어들고 정수성 어종이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단은 또 하천 퇴적물도 "백제보와 가까워질수록 입자가 작고, 혐기상태로 색깔이 검었다"며 "집단폐사사고 당시에는 퇴적된 유기물의 분해로 이곳에서 용존산소가 부족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물고기 폐사가 시작된 직후 사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차단하지 않아 백제보 하류로 떠내려 간 물고기 사체가 부패하면서 저층의 산소를 고갈시켜 대형 사고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의문은 남는다. 환경부는 용존산소량이 정상치로 나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측정한 지점(백제보류 380m 지점)은 수심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고 수문 개방에 의한 수층 혼합이 잘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환경부 조사에서는 용존산소가 줄어드는 야간에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용존산소 측정지점에 오류가 있다는 얘기다. 

조사단은 백제보에서 상류 7km까지 용존산소의 수심별 주야간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수심이 깊을수록 용존산소가 떨어지고 야간에 더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밤 사이 수심이 깊은 저층에서 용존산소가 치명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6만 마리 vs. 30만 마리

충남민관합동조사단이 밝힌 부여 왕진교 지점 일자별 주·야간 용존산소 변화 추이
 충남민관합동조사단이 밝힌 부여 왕진교 지점 일자별 주·야간 용존산소 변화 추이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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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 수거량에 대해서도 환경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약 6만여 마리의 사체를 수거했다고 밝힌 반면 조사단은 약 30만 마리 이상의 사체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어류학자들은 물에 떠서 수거되는 물고기는 많아야 죽은 물고기 수의 5분의 1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해 크기가 큰 성체가 대규모로 폐사했다"며 "사고 이후 유수성 어류가 감소하고 정수성 어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환경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원인규명을 위한 현장조사와 증거수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부실 대응으로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물고기 집단폐사 사고시 ▲ 낚시 등 어로 활동 금지 등 주민안전 조치 시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 ▲수문 상시 개방 등 합리적인 보 운영 방안 강구 ▲금강 전역에 대한 수심, 유속, 하상의 상태 및 퇴적물량 등 에 대한 정밀조사 등을 제안했다.


태그:#금강 물고기, #떼죽음, #충남도, #민관합동조사단, #수문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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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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