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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오른쪽은 박현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전 위원장.
▲ 지난 5월 4일 철탑농성장에서 열린 연리문화제 왼쪽은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오른쪽은 박현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전 위원장.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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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안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저는 다른 곳에 출근하고 있어 참석하지는 못했고요. 대신 비정규직 노동조합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접했습니다. 2년 전 현대차 울산공장 1공장에 다니던 박현제 씨가 어렵고 힘든 비정규직 노조 수장을 맡아 운영을 해왔었습니다. 그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신규채용을 강행할뿐 불법파견을 완강히 거부하는 현대차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2012년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최종판결이 나면서 "정말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 갓 돌지난 예쁜 딸도 못 본 채, 집에도 들어가지 못 한 채 공장 안에서 잠을 자며 노력했는데 해결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해 10월께부터 시작되었던 철탑농성이 마무리 되면서, 현대차는 그 과정을 문제삼아 박현제 노조위원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노조간부를 고소고발 했습니다. 이에 여러 간부가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아 조사에 응했습니다.

박현제 위원장과 또 한사람의 노조간부는 노동조합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 출두를 하지 못했고 수배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임기를 마치고 새 집행부가 들어선 다음 자진 출두 하기로 하고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지켰습니다. 지난 14일 비정규직 노조는 다음 집행부 선거를 실시했으며 새 집행부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16일 오전 박현제 위원장과 김응효 조직부장이 경찰에 자진출두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자진 출두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그들이 남긴 자진출석 회견문을 보았습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처벌과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회견문은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노동현실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1998년 IMF로 비롯된 대대적인 정리해고 이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확대되었다. 파견법상 제조업 사업장에는 파견노동자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2004년 노동부로부터 127개 업체 9234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서 현대자동차의 파견법 위반사실이 사회적 관심사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2010년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2012년 대법원 확정판결, 그리고 2013년 중노위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

저도 지난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 또한 지난 2000년 7월경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에 먹고살기 위해 들어갔지만, 극심한 원하청간 차별에 분노하여 2003년 5월경 노조결성에 참여했습니다. 수도 없이 들어왔던 사실을 두 비정규직 노동자는 경찰에 자진출두를 앞두고 그렇게 또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 검찰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였다. 이로 인해 기나긴 법정 싸움이 시작되었고, 지난간 투쟁과정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현대자동차의 탄압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어야 했고, 또 다른 두 명의 노동자는 분신이라는 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명의 노동자는 목숨을 걸고 296일간 철탑농성을 해야만 했다."

두 노동자는 자신들이 현대차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다니면서 그리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활동하면서 겪은 일에 대하여 빠짐없이 이야기 하였습니다.

"사법기관인 검찰과 법원, 행정기관인 노동부는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은 철저히 외면했다. 오히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정몽구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면서 '법대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무차별적인 구속과 수배, 그리고 손배가압류로 탄압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명료하다. 10년 넘게 범죄행위를 저지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한 진짜 범죄자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을 '법대로' 처벌하라는 것이다."

저도 10여년간 현대차에 일하러 다니면서 가졌던 불만이 그것이었습니다. 하청업체라는 이름은 불법파견이었습니다. 위장된 도급업체. 현대차는 그렇게 불법으로 십수 년간 노동착취를 했는데도 경찰도, 검찰도, 사법부도 처벌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울산, 아산, 전주공장 합쳐서 1만여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고용해 사업주만 배불리고 있었는데도 현대차 사주는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도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본교섭 16차, 실무협의 12차에 걸쳐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언론을 통해서는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거짓 선동으로 여론을 매도하면서 실제로는 3500명 신규채용안만 고수하고 있다. 사소한 실수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혔더라도 사과하고 위로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교섭과정에서 지금까지 저지른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하여 자기반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신규채용이나마 해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식으로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신규채용은 불법파견 문제와 별개로 단지 결원을 충원하는 일반적인 문제인 것이다. 즉, 단체협약에 의해 당연히 정규직으로 충원되어야 할 정년퇴직 자리와 신차투입 등으로 인한 M/H 보충인원일 뿐이다. 한 마디로 현대자동차의 신규채용 생색내기는 불법파견 문제를 기만적으로 회피하려는 적반하장에 다름 아니다."

"대화로 풀자"며 비정규직 노조는 수도 없이 현대차에 협상자리를 요청했었습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와 대화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불법파견 피해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조는 한발 물러서 현대차노조와 함께 협상 자리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원하청 노조간 입장차이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노조와 입장차이를 조율 하느라 또 시간을 허비 했습니다. 답답하기는 현대차도 마찬가지였던지 그들은 노사협의 중 일방적으로 신규채용안을 발표해버렸습니다. 원청노조도 큰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신규채용은 발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노노분쟁을 시킨다며 발끈했지만 거대한 힘에 밀렸었습니다.

"지난 7월 20일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이후 공장 안에 갇혀 수배생활을 해온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 박현제와 전 조직부장 김응효는 경찰에 자진출석하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성용 수석부지회장이 울산구치소에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출석을 끝으로 현대자동차의 불법행위로 인해 그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도 죽거나 해고당하거나 구속・수배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불법파견 범죄자인 정몽구 회장의 처벌과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기자들 앞에서 담담한 어조로 회견문을 읽어 내려 갔지만 두 경찰에 자진출두할 두 비정규직 노동자는 얼마나 떨리는 마음이었을까요? 90년대초 현대목재 다니던 시절, 저도 노조활동 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수배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수십 여명의 경찰이 들이 닥쳤습니다. 저는 경찰에게 잡힐까 두려웠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수사기관은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노조활동 하면서 알게된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노조활동하다 잡혀가면 좌경용공이나 빨갱이로 만들어지는 일이 허다할 때 였습니다. 모진 고문을 당하여 정신병자가 되는 경우도 보았었습니다. 그래서 무서웠습니다. 정처없이 떠돌며 수배생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가족이 있을 테고 가정이 있을 겁니다. 남편을, 자식을 대법판결 이행하라고 주장한 것 뿐인데 경찰에 잡혀가 구속되어 버린다면 얼마나 가슴아파 하겠습니까. 비정규직 노조는 그 불법파견 문제를 풀어 보려다가 소송을 당해 수십 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피해자가 법정 구속되고 있습니다. 차라리 대법원에서 현대차 입장을 들어 불법파견 아니라고 했더라면 '대법판결 이행하라'며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벌금 맞을 일도 없었을 테고 경찰 수배와 법정구속도 없었을 겁니다.

불법파견이라고 판결 내렸으면 그 가해자부터 법정처벌하고 피해자들의 기본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노동부와 사법부가 할 일 아닙니까? 어찌 가해자는 가만히 두고 피해자만 또다시 피해를 입어야 합니까. 그들의 마지막 발언이 저에겐 더 힘들게 다가옵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3위 안에 들어가는 자동차계 글로벌 기업입니다. 그만큼 위상있는 대기업이면 대기업답게 도덕경영, 윤리경영, 양심경영을 추진해야 마땅합니다. 정부도 수수방관 할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에서도 인정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피해자 입장에서 소홀함 없이 풀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더이상 불법으로 노동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끝으로 불법파견 투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수배생활을 정리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조합원 동지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에 당선된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일치단결하여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투쟁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들 역시  경찰 조사에 당당히 임할 것이며,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고 현장에 복귀하여 작게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역사의 현장에 더욱 헌신하겠다는 결의를 밝힌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 역사속으로 사라진 철탑농성장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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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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