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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컬 <드립걸즈> 포스터
 코믹컬 <드립걸즈> 포스터
ⓒ YK엔터테인먼트,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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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방구석 극장이 영 신통치 않다면 마음에 드는 친구 혹은 연인을 옆구리에 끼고 즐거운 공연 한 편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그 많은 공연 중에 뭘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그래서 준비했다! 평일에 고이고이 쌓아둔 피로함을 한방에 날려버릴 최강 개그 공연,강하게 추천한다! 그 이름은 바로, <드립걸즈>!

응? <드립걸즈>? 순간 <드림걸즈>를 잘못 적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겠지만 정확히 이 공연의 이름은 <드립걸즈>다. 국내 최고의 개그우먼들이 주축이 돼 골드팀(안영미, 강유미, 김경아, 정경미), 레드팀(이국주, 장도연, 박나래, 서은미)으로 나눠 공연하는 <드립걸즈>는 '애드립'과 '걸즈'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 되시겠다!

지난 토요일(12일) 오후 5시,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한 아트홀에서 관람한 골드팀의 <드립걸즈> 공연은 방구석 극장에선 절대 구경할 수 없는 유료 공연만의 특권(?)으로 가득했다. 우리에게는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로 익숙한 네 개그우먼(안영미, 강유미, 김경아, 정경미)은 그 등장부터 화려했다. 금빛 원피스를 입고 나름 뮤지컬 색깔을 내기 위해 노래를 립싱크하며 춤을 추는 그녀들의 노력이란, 그 자체만으로 뭔가 코믹함이 뿜어져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했다.

노래 중간, 각자의 개인기 타임이 있는데 이때가 특히 압권이다. '여자 신동엽'이라 불리는 안영미는 개인기로 케이블 방송에서 몇 차례 보였던 일명 '가슴브레이크'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정경미는 "돈 주고 왔으니 실컷 봐라!"하고 관객을 향해 외친다. 이것이 앞서 말한 유료 공연의 특권(?)이라고 우기는 셈이다. 개인 취향에 따라 업그레이드 된 가슴브레이크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정말 진기하고 재밌는 광경이니까.

<드립걸즈>의 골드팀이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립걸즈>의 골드팀이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YK엔터테인먼트,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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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공연이 끝나면 준비된 몇 개의 콩트가 차례로 이어진다. 콩트 사이에는 미리 찍어둔 야외 콩트 영상이 상영된다. 이 짤막한 영상도 꽤 공들여 찍은 티가 나 관객들은 웃으며 다음 콩트가 준비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 영상 덕에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드립걸즈>만의 작은 배려다.

첫 콩트는 방송에서 봤던 '안부선' , '고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건 수사물(?)이었다. '혹시 방송에서 했던 내용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은 아닐까" 잠시 걱정했지만, 캐릭터만 가져왔을 뿐, 모든 내용과 개그 포인트는 '유료 공연 정신'에 입각해 있었다. 드물게 정상적이고 수시로 비정상적인 개그가 관객의 혼을 빼앗는다.

공연을 시작하며 김경아가 왜 자신이 갖고 있는 교양, 상식을 최대한 내려놓아야 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했는지 그 말이 점차 이해가기 시작했다. 안영미가 말한 이 공연의 등급은 '209금'이었지만 체감 등급은 수시로 기준을 왔다갔다 난리도 아니었다.

<드립걸즈>의 주된 개그 코드는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과 궤를 달리한다.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코드의 개그는 죄다 이 공연에 털어 넣었다 보면 된다. 성과 욕설은 기본 중의 기본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별의별 병맛 코드들이 줄기차게 이어져 안면 근육 셀프 마사지를 유발한다. 단연, 웃기는 걸로 이만한 공연은 없는 듯 싶다.

<드립걸즈>의 대부분 콩트는 관객 참여로 이루어진다. 무대에서 셋째 줄 좌석까지는 '드립 존'이라 하여 이 좌석의 관객들은 드립걸즈의 먹잇감으로 자유 이용(?)된다. 이날도 여러 명이 적잖이 쓰임을 당했다.

가장 관객 참여가 많았던 콩트는 '응답하라 1994'. 이 콩트에는 4명의 남성 관객이 드립걸즈의 남자친구 역할이랍시고 먹잇감으로 이용됐다. 안영미는 자신이 골라온 남성 관객의 몸을 훑고 연신 야한 농담을 던지고, 강유미는 남성 관객을 일본인으로 설정해 엉터리 일본어를 뽐내며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다. 대강의 설정만 주어지고 거의 애드립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네 개그우먼의 개그는 멈출 줄 모른다. 그녀들이 프로 개그우먼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드립걸즈>는 앞서 소개한 콩트 외에도 '차력, 남자 화장실, 홈쇼핑'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콩트를 관객 앞에 선보인다. 약속된 두 시간은 내내 웃다가 지나간다. 하도 웃어서 얼굴을 주무르며 나왔지만, 박수를 하도 쳐서 손바닥이 시뻘게졌지만, 올해 가장 많이 웃은 두 시간을 선물 받아 기분은 최고였다. 두말없이 웃고 싶다면 지금 바로 <드립걸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 JK SOUL's 필름매거진(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드립걸즈,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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