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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만재도
만재도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만재도 ⓒ 이재언

만재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20㎞의 거리에 위치한 섬으로 신안군 흑산면에 속해 있다. 예전에는 진도군 조도면에 속하였으나, 1983년 행정구역이 재편되어 신안군 흑산면에 속하게 되었다. 0.59㎢의 면적을 가진 아담한 크기의 섬이다.

섬에 사람이 처음 들어온 시기는 조선 숙종 26년(1700) 경으로 평택 임씨인 임충재가 진도에서 이주해와 정착하였다고 전해온다. 바다 한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먼데 섬 또는 만대도라고 했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晩捚島가 된다. 또 다른 지명 유래로는 재물을 가득 실은 섬의 의미로 晩財島 또는 해가 지고 나면 고기가 많이 잡힌다 하여 晩才島라 했다 한다.

태도군도에서 남쪽으로 만재도가 있고 그보다 더 남서쪽으로 가거도가 있으며 가거도보다는 만재도가 목포항과 더 가깝다. 그런데 여객선은 목포항에서 흑산도와 상․하태도를 경유하여 가거도에서 1시간 정도 머무르다가 만재도로 향하는 코스로 운항하고 있다.

만재도 마을  선착장에서 마을이 보인다.
만재도 마을 선착장에서 마을이 보인다. ⓒ 이재언

만재도 선착장  한가로히 몇 척이 배들이 보인다.
만재도 선착장 한가로히 몇 척이 배들이 보인다. ⓒ 이재언

뱃길로 무려 5시간이 넘게 걸리다보니 만재도가 낙도 중에 낙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리 쾌속선이 가져온 1일생활권 시대라 해도 만재도에 가면, 꼼짝없이 하루를 묵을 수밖에….

이 작은 섬이 한때는 돈섬, 보물섬으로 불리며 돈이 풍족했던 적이 있었다. 주민들은 만재도의 황금기를 1930~1960년대라고 회상한다. 당시는 만재도 근해에서 전갱이과의 가라지라는 생선이 대풍을 이루던 시기였다. 가라지를 잡는 수백여 척의 풍선(돛단배)들이 성시를 이루었고, 이곳에서 가라지 파시가 열려 거래가 이루어지니 자연히 풍요를 누리는 잘사는 섬이 되었다. 돈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 앞 해변에 있는 몽돌해수욕장에 진을 친 12개의 가건물 기생집에서는 노랫가락이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다 한다.

고등어보다 조금 큰 고급 어종인 가라지는 인근의 가거도나 하태도에서는 구경조차 못하는데, 유독 만재도 부근에서만 많이 잡혔다고 한다. 해방 전후 온 민족이 가난했을 적에 만재도 사람들만은 이 가라지 덕에 부자였다 한다. 마을의 아이들이 가라지 몇 마리를 가게에 가지고 가서 사탕과 바꿔먹는 풍속도가 만재도에는 있었다.

가라지가 가져다준 돈으로 섬경제는 풍족했고, 그 덕분에 자녀들을 대학교육까지 시킬 수 있었다. 인근의 섬에서 딸 가진 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만재도로 시집보내려 했던 시절이었다. 황금기에는 이 작은 섬에 100가구가 넘게 살았다. 마을 건너편 산밑에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살던 집터의 흔적이 남아 있어 그 옛날의 영화를 말해준다.

1960년대 초, 만재도 근해에서 가라지가 갑자기 사라져 38년간의 황금기가 끝난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될 것만 같던 풍족함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섬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이주정책에 부응하여 농사라도 짓기위해 많은 가구가 진도로 떠났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였다. 당시 만재도 사람들은 11월이면 염장한 생선과 마른 생선, 미역 등을 돗단배에 가득 싣고 진도나 해남 등지로 가서 식량 및 생필품과 바꾸고 지붕을 이을 볏짚을 싣고 들어와 월동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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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짝지  여기서 미역과 다시마 생선 등을 말린다.
마을 앞 짝지 여기서 미역과 다시마 생선 등을 말린다. ⓒ 이재언

만재도의 일몰  만재도 위로 해가 지고 있다.
만재도의 일몰 만재도 위로 해가 지고 있다. ⓒ 이재언

만재도 역시 여객선의 접안시설이 갖춰 있지 않아 종선이 마중 나와서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른다. 섬에 다가갈수록 선착장 위로 보이는 마을이 전부이며 고즈넉한 섬이다. 선착장은 섬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100미터는 족히 될 정도로 긴 방파제 안에는 고작 고깃배 너댓척이 정박해 있다. 여객선에서 내려 방파제가 꺾이는 부분에는 몽돌해안이 있다. 주먹 만한 자갈로 이뤄진 해변이 초승달 모양으로 크게 휘어져 있다. 만재도에서 가장 먼저 외지인의 눈길을 빼앗는 것은 아무래도 이 앞짝지 해수욕장이 아닐까 싶다.

만재도는 방파제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가면 길 입구에 만재도의 유일한 편의시설인 만재슈퍼가 있고 이곳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만재교회로 가는 오르막길이다. 마을로 드니, 돌담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돌담길 사이로 노인 몇 분이 어선의 주낙을 정리하고 손질한 주낙에 미끼를 끼우고 있었다. 섬마을의 평화로운 풍정이다. 해안을 낀 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가면 또 다른 마을 오른쪽으로 새로지은 단층짜리 회색 건물이 만재도 보건소이다. 그 앞은 제법 넓은 마당이 있는데 예전에 흑산초등학교 만재분교였던 곳. 그러나 학교였음을 입증할 만한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지금은 콘도로 사용되는 민박시설이 들어서 있다.

학교 옆의 동백나무 숲이 할머니 당숲이다. 오래 전부터 섬사람들은 이 할머니 당숲에서 당제를 지내왔다. 할머니 당숲 안으로 드니, 교장선생님 공덕비가 세워져 있는 풀밭이다. 만재도 사람들이 할머니 당숲을 소중히 여기고 숭앙하는 이유는, 숲 바로 아래에 섬의 유일한 식수원인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

섬에서 물은 곧 생명의 원천이다. 폐교 앞으로 난 포장길을 따라 곧장 가면 발전소로 이어진다. 발전소 정문에 있는 준공기념 표지석을 보니 1997년으로 새겨져 있다. 내연발전소가 준공된 덕분에 섬사람들은 달라진 세상을 맞게 되었다. 마을주민들은, 호롱불만 켜고 살다 백열등 하나 밝히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처음 본 그 환한 빛이 마치 천국의 빛과 같았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발전소 옆에는 데크 시설을 해두었는데, 이곳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이내 계단은 끝나고 산책길이 이어진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는 척박한 땅이지만 고구마나 감자, 시호라는 약초를 재배하는 곳이다. 이곳이 쇠끝너머(마을너머)인데 여기에 지하수를 담수해 하루 100t 가량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취수원도 설치해 놓았다.

만재도 관광

만재도 풍경 섬 남쪽에 있는 경치
만재도 풍경섬 남쪽에 있는 경치 ⓒ 이재언

청정 해역 만제도  물이 맑아 바다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청정 해역 만제도 물이 맑아 바다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 이재언

가거도나 마라도, 백령도 등은 국토의 끝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잘 알려져 있는 데 비해 만재도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섬이라 이 섬이 갖고 있는 보물이 어떤 것인지 알지를 못한다. 여객선으로 5시간 남짓 걸려야 도착하는 만재도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만큼 자연 그대로 본연의 생태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장점이 이 섬에는 있다. 큰 배를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이 없어 차도선이 닿질 않으므로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도 경운기도 없다.

간간이 들려오는 어선의 엔진 소리를 제외하면 온통 자연의 소리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다르고 닿는 소리가 다르다. 높새바람,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의 소리가 제각기 다르고 세기에 따라, 방향에 따라 또다른 소리결을 만들어낸다. 파도소리 또한 해변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르다. 바위에 세차게 부딪쳐 내는 역동적인 소리, 몽돌에 닿는 뭉근한 소리, 모래알에 닿는 깨알 같은 소리, 뭍에서는 볼 수 없는 이름 모를 새들이 숲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파도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갈매기 소리는 물때에 따라, 어선의 드나듦에 따라 합창의 멜로디와 강약이 달라진다.

돌담길 사이로 새나오는 노동요勞動謠나 타령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태고적 원시의 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섬은 온갖 소음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평화로운 휴양, 진정한 휴식을 누리게끔 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간직한 만재도의 보물을 찾아 배를 타고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의 해안은 다양한 형태의 해식애海蝕崖가 일품이다. 처음 접한 해안의 절경은 서들개. 삼각형 모양의 해벽이 거대하여 웅장함에 압도당하고 만다.

앞산자락의 녹도를 스쳐 지나가면 주상절리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모양도 다양해진다. 주상절리 기둥이 마치 초가지붕을 이고 있는 듯하다는 지붕바위 앞에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새어나오는 감탄사를 거두기도 전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붉은 용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진 용바위가 나타나고, 그 옆 거북바위를 거쳐 구멍이 뚫린 남대문바위가 이어지며 해상유람의 절정을 보여준다.

맑은 바닷물이 일품인 해변에는 자잘하고 구슬 같은 돌들이 파도가 칠 때마다 스르르 스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고 그 해변의 뒤편엔 암벽등반을 하는 등산가들이 탐을 낼 만한 거대한 절벽이 바다로부터 하늘로 솟아 있다.

구멍난 바위  꼬끼리 처럼 생긴 바위
구멍난 바위 꼬끼리 처럼 생긴 바위 ⓒ 이재언

만재도 근처에 있는 무인도  이곳에서 낚시를 하면 고기가 잘 잡힌다.
만재도 근처에 있는 무인도 이곳에서 낚시를 하면 고기가 잘 잡힌다. ⓒ 이재언

만재도 지리

만재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목포 남서쪽 120㎞, 흑산도 남쪽 45㎞ 지점에 있다. 면적 0.590㎢, 해안선 길이 5.5㎞, 산높이 176m인 만재도에 43가구 9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만재도 가는 길
남해퀸호, 목포―가거도, 1일 1회 / 소요시간: 4시간 30분
목포―만재도 노선은 오전 8시 목포여객선터미널을 출발, 비금․도초를 거쳐 흑산도―다물도―상태․중태도―하태도―만재도를 거쳐 오후 12시 30분쯤 가거도에 도착, 10여 분 승객을 실은 뒤, 목포로 돌아온다.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



#만재도 #돈섬#먼섬 #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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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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