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초연금 공약후퇴에 곤혹스러운 이영찬 차관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기초연금 공약후퇴에 곤혹스러운 이영찬 차관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기사보강: 14일 오후 9시 50분]

지난달 25일 정부가 '기초연금안'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발표 한 달 전 이미 해당 기초연금안의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놓고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공방이 오갔다.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언주·김성주 민주당 의원 등은 "8월 말 당시 복지부에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안을 연계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해당 문건에서 지적했는데 지금은 왜 달라졌냐"면서 "해당 문건의 원본을 공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 위원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또한 해당 문건의 공개를 촉구했지만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대통령 기록물이 될 수도 있어 공개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오후에도 관련 지적이 야당에서 제기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이 정쟁만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문서 원본 왜 공개 못하나" vs "대통령 기록물 될 수 있어 공개 못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이란 제목 아래 복지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해당 문건에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방식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9월 25일 정부안 발표보다 한 달 전인 8월 30일 보고됐지만, 이후 며칠 만에 청와대가 연계방식 확정안을 복지부에 통보했고 진영 당시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이 문건은 지난 13일 이언주·김용익 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알게 된 9월 중순경부터 복지부의 누가, 청와대의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자료 사본을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발췌본만 보냈다"며 "이 과정에서 따로 청와대 보고자료 원본을 입수해 13일 공개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국정감사 오전 질의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발췌본은 자신들이 입수한 원본과는 차이가 있다며, "8월 말에 보고한 자료에서 왜 복지부에 불리한 부분은 쏙 빼놓고 제출했느냐,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보고서를 대통령 비서실에 가져가게 되면, 그게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기초연금 문제점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 공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안의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공개하자,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다.
▲ 기초연금 문제점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 공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안의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공개하자,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 의원은 이어 "해당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연계안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연금액은 아직 낮은 수준이고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 볼 우려가 있다'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면서 "그런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이 바뀐 이유는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정부안과 동일한 현재와 달리, 당시 복지부는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안을 바로 시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김성주 민주당 의원 또한 "공개하는 게 뭐가 그렇게 두렵나, 국가 기밀인 남북정상회의록도 공개된 마당에 숨길 게 있나"라며 "결정 과정에 대한 정책 자료를 달라는데 왜 못 하시냐"고 지적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또한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의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한데 그걸 왜 못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건 공개에 힘을 실었고, 오제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또한 "복지부는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 원본을 국회에 제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 진 전 장관 결재도 없이 문건 발표? "구두로 다 보고했다"

야당 의원들은 8월 30일 복지부가 해당 문건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한 이후, 9월 중순 입장을 바꿔 '국민연금 연계안'을 다시 청와대에 서면보고한 과정에서 장관의 결재가 누락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청와대에 보고된 최종안에 당시 진영 전 장관이 결재했느냐"고 묻자, 오전 답변에서 "그렇다"고 했던 이영찬 차관은 같은 날 오후 말을 바꿨다. 그는 "결재가 이뤄진 것은 딱 한번으로, 입법예고하는 날 제가 결재한 것 밖에 없고 그 전까지는 결재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진 전 장관에게 모든 상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를 문서로 보낼 수도 있고 말로 보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이 차관의 말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최동익 민주당 의원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국민연금 사안을 구두보고만 하고 발표했다는 건가, 구멍가게도 그렇게는 안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오제세 위원장 또한 "정부가 대국민 발표를 하면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진 전 장관이 왜 사퇴했나 궁금했는데 비밀이 풀리는 것 같다"며 "(해당 연계안에 대한) 동의가 진영 장관에게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양성일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실무자로서 저는 청와대의 보완 지시에 따라 최선을 다했고, 장관님도 하라고 하셨고 2주간 계속 관련 상황을 보고 드렸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한 공방이 길어지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쟁만 심화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기초연금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거듭 사과드리고 약속드리는데도 이런 얘기가 계속되는 것 같다"며 "정책 국감을 하자"고 말했다. 공방이 과열되자 오제세 위원장은 오후 6시경 국정감사를 20여 분간 중지시키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기초연금#국민연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