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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8일 오후 5시 38분]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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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벌이는 속에, 매형의 묘소 주변 위로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안 주민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에 사는 서아무개(66)씨는 지난 4일 매형의 묘소를 보고 실신한 뒤 8일 현재 밀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서씨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송전탑이 세워지고, 초고압 송전선로가 묘소 주변 위를 지나가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송전탑 공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씨의 매형 묘소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26번 철탑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 있다. 서씨 매형의 묘소 옆에는 서씨 누나(86)의 '가묘'도 만들어 놓았다. 126번 철탑은 밀양시 부북면 도방마을과 상동면 여수마을 경계에 있다.

밀양 상동면 여수·금호마을 주민들은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기 전인 지난 1일부터 126번 철탑 아래 산 속에서 철야 농성하고 있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주민들은 간간히 충돌을 빚기도 한다.

농성하던 서씨는 지난 4일 오후 매형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나섰다. 이 묘소는 철탑 공사 현장과 주민 농성장 사이에 있는데, 이 거리는 200m 정도다. 서씨는 소주 1병을 들고 묘소에 가려고 했지만, 처음에는 경찰이 막아섰다.

서씨는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을 대동하고 묘소에 갔다가 쓰러졌던 것이다. 그는 "철탑 주변에 묘소가 있는데, 죽은 사람을 전자파 때문에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누나는 저를 업어 키우다시피 했고, 묘소 주변에 송전탑이 들어서고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며 "쓰러진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구급차에 실려 오는 동안 '할아버지 숨 좀 쉬세요' 하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며칠 있으면서 이제 기력이 조금 살아나는데, 지금도 손발이 저리고 온몸이 아프다"며 "매형 묘소 너머에 있는 다른 묘소 주변을 보니 스티로폼과 담배꽁초가 널려있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서아무개씨 매형의 묘소는 126번 철탑 현장 안에 있는 게 아니고 등산로 주변에 있으며, 훼손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등산로 주변에 있는 하나의 묘소에 잔디가 일부 없어진 게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지나는 사람들이 묘소를 밟지 않도록 '경계 로프'를 설치해 놓았고, 잔디를 보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철탑 공사를 벌이면서 2년 전부터 '분묘개장안내'를 했다. 126번 철탑 현장 안에는 모두 6개의 분묘가 있었다. 한전은 이 가운데 2기는 연고자와 협의를 해서 조치를 했고, 나머지 4기는 연고자가 없어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분묘 1기 봉분 위로 철탑 현장의 울타리인 펜스를 설치했다가 지난 5일 분묘 바깥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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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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