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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 8일 서울 일본 대사관에서 시작된 수요 집회가 어느덧 21년. 10월 2일 수요집회는 1094번째를 맞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아베 정부의 노골적인 군사 대국화 움직임과 맞물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단 56명, 정부와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앞장서고 있다.... 기자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 맞잡은 청소년

10월2일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10월2일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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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수요일 오전, 오산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보영, 전세원(17) 학생(이하 보영, 세원)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서울 중학동에 위치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국사 선생님이 내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UCC 만들기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서였다.

오산에서 서울 중학동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넘는 거리. 먼 거리를 왔기 때문일까. 보영이는 수요집회 시작을 앞두고 조금 투덜대는 마음도 있었다.

'무슨 수행평가를 이렇게 내줘?'

하지만 불편했던 마음은 수요집회의 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낮 12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주한 일본대사관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외침은 뜨거웠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시민들을 보며 보영이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학교 국사선생님이 특별한 수행평가를 내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낮 12시, '일본은 반성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 속에 1094번째 수요 집회는 시작했다. 세원이도 진지하게 집회에 임했다. 예전부터 관심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쑥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전세원)

수요집회 자유발언대에 나선 서울 중암중 학생들
 수요집회 자유발언대에 나선 서울 중암중 학생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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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에서 온 보영, 세원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요 집회 현장에는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용기를 내 자유 발언대에 선 중학생들도 있었다. 중암중학교 박지연, 박도리, 박예슬, 이혜원(16) 학생이었다.

시간을 내어 수요집회를 찾았다는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 될 수 있기를" 바랐다. 한 학생은 자유발언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유를 물으니 "할머니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억울해서"라고 했다.

수요집회, 가장 많은 인원 차지한 연령대는 청소년

10월2일 수요집회에 모인 시민들
 10월2일 수요집회에 모인 시민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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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요집회에는 사회 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회사원, 대학생, 청소년을 비롯해 가톨릭 수녀와 일본에서 온 일본인 교직원들도 있었다. 교토에서 온 일본인 교직원들은 수요집회 자유발언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뜻을 같이 할 뜻을 밝혔다.

"저희들은 교토 교직원 모임입니다. 저희들의 선배 교사들은 전쟁 중에 자기학생들을 전쟁터에 보냈습니다. 그렇게 보낸 학생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죽은 학생들의 한을 받아 들이고 학생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말라는 선배들의 마음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일본군 위안부 해결을 위해서 이렇게 (수요집회를) 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수요시위가 하루 빨리 끝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해결을 여러분과 같이 똑같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 인식을 여러분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위안부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수요집회 초기부터 시위에 참여했다는 가톨릭 거룩한말씀의수녀회와 보혈선교수녀회 소속 정수진(비올라), 서은영(에반젤로), 김진희(크리스티나) 수녀는 수요 집회 참가 이유에 대해 "소외된 곳에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이날 수요 집회,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한 연령대는 청소년들이었다. 2000년대 들어 수요집회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활빌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는 이날 "요즘 수요집회는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10월2일 수요집회 발언대에 나선 김복동 할머니
 10월2일 수요집회 발언대에 나선 김복동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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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수요집회에 참여한 계기는 다수가 과제(수행평가)나 뉴스를 통한 호기심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청소년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부천 무한도전 대안학교 학생들도 그런 청소년들 중 하나다. 자유발언대에 선 이들은 할머니에 응원을 담은 편지를 읽었다.

"(중략) 일본 정부에 투쟁하고 항의하는 할머니들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다음 세대에 후손들이 저처럼 역사의식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그런 일을 겪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우리가 위안부에 대해서 잘 알고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일제강점기에 겪었던 우리나라의 고통을 기리고 올바로 인식한다면 그런 일이 없겠죠.(중략) 응원할게요. 힘내세요."

수요 집회의 끝, 이날 집회의 끝은 평상시와 달랐다. 이례적으로 김복동 할머니가 앞으로 나서 마음 속에 있는 울분을 토했다. 일본군 위안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우리 정부를 향한 아쉬움의 표시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해달라! 우리가 (할머니들이) 다니면서 이렇게 해야겠습니까. 이 나라 대통령을 뽑을 때는 국민들을 다 보살피고 억울한 사람들을 해결 지으라고 맡긴 것이 아닙니까. (중략) 우리 정부는 뭘 합니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라고 뽑았습니까? 국민들을 보살피라고 뽑아 놓은 건데…. 또 눈보라를 맞게 생겼습니다."

56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와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측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헌번 재판소 판결(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방치한 건 위헌) 이후  2년이 넘었지만 중재위 회부를 비롯해 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 우리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좀 더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은 그 중 하나, 약 200만 명의 서명(추정)이 진행된 1억인 서명운동은 우리 국민의 적극적 노력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일이다.

수요집회에 참여한 오산고 학생들, 오른쪽부터 전세원, 박보영 학생
 수요집회에 참여한 오산고 학생들, 오른쪽부터 전세원, 박보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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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요 집회는 오산에서 찾아온 보영, 세원이게는 우리 근현대사를 좀 더 이해하는 배움의 시간이 됐다. 두 학생은 무엇보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현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우리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일본이 깊은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평소에 '위안부' 소식을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고 접했을 때는 '일본 나빴네'라는 생각 밖에 못하였는데 '위안부' 할머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일본 정부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도 일본 만만치 않게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집회에서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시위를 하시는 시민 분들을 보고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나이 또래보다도 어린 친구들도 왔었고, 나이가 좀 계신 분들도 오셨고 이렇게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해 힘써 주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박보영)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수요일 정오에 일본 대사관으로가 시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꼭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깊은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전세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해 일본 정부는 21년 넘게 답이 없다. 이런 일본에 맞선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은 아쉬움을 준다. 일본에 대해 중재위 회부 등의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일부 단체의 과거사 왜곡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된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모 교과서 서술내용이 왜곡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청소년들의 수요집회 참여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적잖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언제까지 청소년들에게 짐을 떠넘겨야 할까. 이제 정부와 기성세대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이제는 정말 해결해야 한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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