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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현장 주변이 공사 재개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산 속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다시 보내 준다'고 해서 집에 잠시 들렀던 주민들이 농성 현장으로 가지 못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또 경찰이 송전탑 공사를 위해 3000여명을 투입하고, 시민 11명을 연행한데 이어 이들 가운데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밀양의 공안정국 사태'라 지적했다.

"경찰과 대치하다 집에 내려왔다가 복귀 못해"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일부터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송전탑 공사를 벌어지고 있는데, 잠시 집에 들렀던 주민들이 다시 농성장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 4일에 이어 5일에도 벌어지고 있다.

3일부터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 장비와 인력이 공사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산 임도에서 철야 농성한 가운데, 4일 오전 다른 주민들이 합류하기 위해 올라가려고 했지만 경찰에 막혀 가지 못하고 있다.
 3일부터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 장비와 인력이 공사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산 임도에서 철야 농성한 가운데, 4일 오전 다른 주민들이 합류하기 위해 올라가려고 했지만 경찰에 막혀 가지 못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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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20여명이 부북면 도방마을에 있는 126번 철탑 아래 농성장으로 올라가려다가 경찰에 막혔다.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이곳에서 농성해오다 4일 오후 일부 주민만 남겨두고 내려 왔다.

대책위는 "주민들은 사흘 동안 산속에서 노숙하다시피 했고, 집에서 키우는 짐승한테 먹이를 주고 수확해 놓은 곡식을 살펴보기 위한 등의 목적으로 4일 오후 집에 내려왔다"며 "당시 경찰은 '다시 대치 현장으로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인데, 5일 아침에 오니 올려 보내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사 2명 등 의료지원팀이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이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역시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산속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집에 들렀던 주민들이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은 4일에도 벌어졌다.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평리마을 쪽 임도에서 주민 20여명이 3일부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가 일부가 내려왔다. 이 주민들은 84~85번, 88~89번 철탑 현장으로 가는 다른 길목인 바드리마을 입구 쪽에서 농성하다 이곳으로 왔던 것이다.

교장으로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고준길(71)씨는 "주민들은 며칠째 집에 가지도 못해, 소나 짐승들 먹을거리도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에 경찰은 집에 갔다 오면 다시 올려 보내 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농성하다 집에 갔던 주민들이 다시 오면 현장으로 보내준다는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면서 "농성장에서 내려온 주민은 절대로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밀양의 공안정국 사태 규탄"

경찰이 송전탑 반대 시위 현장에서 업무집행방해와 경찰폭행 등의 혐의로 붙잡았던 연행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지난 3일 현장에서 모두 11명을 연행했고, 이 가운데 4명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7명은 오늘 오전 모두 풀려났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에너지정의행동, 청년좌파, 초록농활대, 탈핵희망버스, 밀양765kV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5일 "밀양의 공안정국 사태 규탄과 무리한 연행, 구속영장 신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의 경찰의 대거 투입과 물리적인 충돌사태는 명백한 공안정국이다"며 "지난 10월 1일 공사재개 이후 밀양에 3000명 이상의 공권력이 투입되었고, 각 건설 현장에는 다시 주민들의 반대에 대한 충돌 사태 등 공사강행을 위한 강도 높은 공권력 행사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국민들과 밀양의 주민들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한전의 입장만을 비호하고 있으며,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형식적인 중립의 태도조차 버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경찰은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고 공표하고 있고,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 대한 폭력행사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의 상황은 현재 전쟁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며 "연행된 이들은 부당한 공사강행과 헬기수송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농성장마저 철거당하는 국가폭력에 항의하는 연로한 주민들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단체들은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항의하는 전국의 시민들은 외부 불순세력이 아니다"며 "주민들은 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시민들의 항의와 활동이 과연 구속될 일인가, 경찰의 부당한 한전비호에 따른 폭력적인 연행과 구속영장신청이라는 대처가 정당한 처사인가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4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주민들이 위험하다. 이렇게 밀어붙이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송전탑 공사 중단하라"고 외쳤다. 사진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헬리콥터는 계속 반복적으로 운행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4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주민들이 위험하다. 이렇게 밀어붙이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송전탑 공사 중단하라"고 외쳤다. 사진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헬리콥터는 계속 반복적으로 운행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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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부당한 공사강행에 항의하는 밀양 주민들의 생존권 파탄에 양심을 가지고 동참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을 즉각 철회할 것"과 "선량한 밀양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막대한 공권력을 투입해 밀양을 공안정국으로 몰아넣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소임을 상기하고 당장 공권력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전력 "국민 60% 공사 찬성"... 대책위 "엉터리 여론조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두고 엉터리 논란을 빚고 있다. 4일 한국전력은 보도자료를 통해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전 국민의 60%가 찬성한다"고 밝혔고,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한국전력은 "송전탑 공사재개와 관련하여 전 국민의 약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밀양시 주민들도 50.7%가 찬성했다"며 "국민의 59.6%가 찬성하고 반대는 22.5%로 나타나 찬성이 반대의 3배에 이르며, 밀양시 주민들도 50.7%의 찬성을 보여 반대 30.9%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외부단체의 개입은 전국적으로 65.6%가 밀양은 67.2%의 주민이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공권력 투입에 대하여 전국 조사에서는 찬성이 54.0%대 반대 35.8%, 밀양은 찬성 46.3%대 반대 39.2%의 큰 차이로 찬성 여론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전력은 "갈등 해결을 위한 추가보상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이 반대보다 6배나 많은 65.1%로 나타났으며, 밀양 주민의 보상방안 인지도도 64.2%의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3~4일 사이 밀양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오차율은 ±3.1%, 신뢰수준은 95%).

이 여론조사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한국전력은 엉터리 여론조사로 여론 호도하려 들지 말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한국전력과 보수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에 대한 여론조사는 의뢰 주체가 사업 시행자인 한국전력으로,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문항 설정으로 마사지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실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던 이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찬성 문항에는 '여름철 전력공급 안정을 위해서~'라면서 대단히 긍정적이고 공익적인 가치를 담은, 그러나, 실제 사실과 다른 한국전력의 주장으로 매우 길게 이어지는 반면, 반대 문항은 듣는 이가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할 시간적 여유 없이 짧고 중립적인 멘트로 구성되어 있어 '찬성'을 선택하게끔 유도된 설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리얼미터와 한국전력은 정확한 설문 문항 내용을 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한국전력은 이런 형태의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 토론을 비롯한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1일부터 5일까지 주민 24명이 경찰과 충돌하거나 농성하다 쓰러지거나 부상, 탈진 등의 상태를 보이며 병원에 후송되었고, 5일 현재 입원에 있는 주민은 10여명에 이르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갔거나 농성에 복귀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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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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