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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겁이 난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싶다. 형님은 '내가 죽어야 철탑이 세워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평소에도 철탑이 세워지면 안된다고 하셨다. 왜 국민한테 피해를 가게 하느냐. 제발 공사를 중단했으면 한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를 외치며 2012년 1월 16일 분신자살한 고 이치우(당시 74세)씨의 동생인 이상우(73)씨가 한 말이다. 이상우씨는 2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 건너편에 있는 움막 안에서 <오마이뉴스>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일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2012년 1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해 분신자살한 고 이치우(당시 74살)씨의 동생인 이상우(74)씨가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건너편 움막에 나와 있다.
 2일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2012년 1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해 분신자살한 고 이치우(당시 74살)씨의 동생인 이상우(74)씨가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건너편 움막에 나와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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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치우씨는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에서 분신자살했다. 당시 한국전력공사가 고인의 땅에 철탑을 지으려고 하자 하루 종일 실랑이를 벌이다 그 날 저녁 분신 자살한 것이다.

동생 이상우씨는 이날 오전 5시경부터 움막에 있었다. 이날 밀양시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에 나섰는데 이씨는 주민 10여 명과 함께 움막을 지키기 위해 하루종일 움막 안에 있었다.

이씨는 이틀 전인 9월 30일 병원에서 퇴원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부인(70)은 밀양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상우씨는 "집사람이 병원에 있어 오늘도 가봐야 하는데 여기가 더 중요하기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형이 분신자살한 뒤 건강이 나빠졌다. 그는 "형님이 죽고 나서 신경을 얼마나 썼던지, 그 전에는 양쪽 귀가 멀쩡했는데 그 뒤로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며느리는 보청기를 해야 한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씨는 "송전선로가 과연 765kV까지 필요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국토에서는 그 정도로 초고압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까 형님 생각이 자꾸만 난다"고 말했다.

보라마을 주민 "우리를 죽이고 철탑을 세워라"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 건너편 움막은 주로 보라마을 주민들이 지켰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송전탑 공사는 절대 안된다"거나 "우리를 죽이고 철탑을 세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소재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건설공사 자재 적치장' 건너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사진은 천주교 예수성심시녀회 부산관구 울주수녀원 소속 수녀 10여명이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
 2일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소재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건설공사 자재 적치장' 건너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사진은 천주교 예수성심시녀회 부산관구 울주수녀원 소속 수녀 10여명이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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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소재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건설공사 자재 적치장' 건너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사진은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움막의 일부 시설물을 뜯어내자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2일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소재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건설공사 자재 적치장' 건너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사진은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움막의 일부 시설물을 뜯어내자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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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우(보라마을)씨는 "우리는 끝까지 반대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보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만 하는데 우리는 보상이 필요 없다, 정부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한테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용근(희곡리)씨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데,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철탑이 들어선다면 이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끝까지 합심단결해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라마을 이장 이종숙(71)씨는 "보라마을에는 102번 철탑 현장이 있는데, 주민들은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기구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한 채 농성하고 있다"며 "어제부터 주민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경찰차량이 마을 앞에 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곳 움막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예수성심시녀회 부산관구 울주수녀원 소속 수녀 10여 명이 이날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했다. 한 수녀는 "1일에도 밀양을 방문했는데 공권력이 투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수녀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경 밀양시청 공무원과 경찰이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시도하자 주민들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2일 오후 5시30분경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단장면 단장리 '송전선로 장비 적치장' 맞은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섰다가 무산된 뒤, 주민들이 밀양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2일 오후 5시30분경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단장면 단장리 '송전선로 장비 적치장' 맞은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섰다가 무산된 뒤, 주민들이 밀양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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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한국전력공사, #이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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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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