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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가득 희망 이어리>
<눈물가득 희망 이어리> ⓒ 틔움
<눈물가득 희망 다이어리>(틔움 펴냄)란 책을 읽다가 '만성신부전증'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가 이 만성신부전증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 걸리면 평생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 신장이식을 해야만 한다는 것, 당연히 치료비도 많이 나온다는 것 정도와 어른들이나 걸리는 병 정도로만 알고 있는 등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을 거쳐 혈액으로 흡수되는데 이때 혈액 정화와 노폐물 배출을 콩팥(신장)이 담당한단다. 하루 200리터, 몸 속 5리터의 혈액을 40회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장 즉 콩팥에 이상이 있으면 빈혈이 발생한다. 그리고 뼈와 근육, 신경이 손상되는 등 신체 전반적으로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몸에서 빠져나가야 할 노폐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노폐물 때문에 탁해진 혈액은 독소를 품고 몸속 여기저기를 돌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게 만성신부전증이다.

만성신부전증의 증상은 쉬었는데도 피로감이 계속된다거나, 어지럽다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등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한다. 이 정도는 나 또한 바쁘고 긴장된 일이 계속될 때 종종 겪기도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흔히 겪는 증세인 것 같다. 그리고 푹 쉬고 나면 쉽게 가라앉기 때문에 '몸살?','먹는 게 부실해서?' 정도로 생각하거나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문제는 만성신부전증은 큰 자각 증상없이 시작된다는 것. 만성신부전증이 진행되는 사람이 이정도의 자각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만성신부전 진행 3단계이거나 이미 80%까지 진행된 상태라는 것이다. 콩팥의 기능이 겨우 유지되는 정도라 투석치료나 신장이식을 준비해야 하거나, 하루라도 빨리 신장 이식을 해야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란다.

일기 1)오늘도 밥을 못 먹는 나를 보면서 엄마가 한숨을 쉰다. 나는 이 세상에서 엄마의 한숨 소리가 가장 슬프다. 엄마가 원하는 거면 다 들어주고 싶다.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데, 밥은 그냥 먹기만 해도 엄마가 기뻐할 텐데…. 나는 왜 그것도 해주지 못할까? "하나님, 음식을 먹으면 단맛이 나게 해주세요. 모래알 씹는 거 같아 힘들어요. 밥을 달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일기 2)가족이 없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아마 벌써 하나님 나라에 갔을 것이다. 하나님, 정말 고통스러우니 데려가세요. 악을 썼을 것이다. 골백번도 더 그랬을 거다. 하지만 살고 싶었다. 천국도 좋은 곳이란 걸 알지만, 나 하나라면 그곳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엄마와 아빠와 은선이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루라도 더 가족을 보고 싶어서 견뎠다. 아주 편해서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악을 쓰지만, 사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우리 가족. 가족은 내가 사는 이유다.-<눈물가득 희망 다이어리>에서

이 책의 주인공 고 김은혜씨도 별다른 증상 없이 만성신부전증에 걸린다. 어느 정도의 자각 증상이 있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병을 키우고 만다.

은혜가 만성신부전증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소변 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러나 한 달이나 지나 병원에 가게 된다. 당시 외할머니가 당뇨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은혜의 엄마가 하루걸러 하루꼴로 병원에 모시고 가 치료를 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은혜는 학원에 가기 힘들다, 힘이 없다고 호소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외할머니 때문에 은혜를 세심하게 돌아볼 여유가 없는데다가, 이제까지 아무런 장애 없이 건강하고 밝게 자란 터라 성장기 소녀들에게 흔히 왔다 사라지는 빈혈 때문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흘려들으며 "할머니가 좀 나아지면 병원에 가보자"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하루가 급했는데 왜 이제야 오셨어요? 만성신부전증인데, 심장까지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살 수 없으니 포기하세요!"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후 찾은 병원에선 이처럼 말한다. 그리고 6년간의 투병 끝에 은혜는 죽고 만다. 소변에 이상이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은 한 달 전에만 진찰받았어도 치료 가능성이 높았을 터인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이 만성신부전증이 상당히 진행되고 만 것이다.

일기 3) 몸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보고 싶다. 친구들도, 동생도, 엄마도, 아빠도…. 몸이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상관없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보고 싶다. 밥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도, 밥상 앞에 같이 앉아 있는 동생을 보면서도,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빠를 보면서도 보고 싶다. 내 눈 속에 모두 담아두고 싶다. 어쩌면 나는 떠날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잊힐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괜찮다. 내 눈 속에만 잘 담아두고 내가 잊지 않으면 괜찮다. 얼른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나서 울고, 내가 떠올라서 아픈 건 싫다. 남겨진 사람들이 아프면, 나는 다시 아파야 한다. 그건 정말 싫다.

어쩌면 나는 떠날지도 몰라요. 잠드는 것처럼 편하게 떠나게 해주세요. 어쩌면 나는 잊힐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나를 얼른 잊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나는 괜찮아요. 평생을 살아도 얻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충분히 행복했어요. 그리고 하늘에서도 더더욱 행복하게 살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눈물가득 희망 다이어리> 은혜의 마지막 일기에서

이 책은 이처럼 만성신부전증으로 청소년기를 투병으로 보낸 은혜가 6년 동안 고통을 이겨내며 쓴 일기를 작가 오선화씨가 책으로 묶은 것이다.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은 그 날부터 은혜는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로 이후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옮겨 1년 동안 치료를 받은 후 아버지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은혜와 가족은 삶의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은혜 몸속에 들어간 아버지의 신장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썩고 만다. 그리하여 제거 수술을 받게 된다.

투병생활 6년, 은혜는 힘든 투병생활 중에도 대학에 합격해 과대표가 된다거나 장학금까지 받는 우수학생이 되는 등 열심히 살아가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생일(5.9)이 지난 후부터 급속도로 악화되어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삶의 끈을 놓게 된다.

일기 4)나에게 남은 욕심 한 가지, 그것만은 버릴 수 없다. 건강해질 거다. 분명히.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가서 '만성신부전증이란 무서운 병과 싸워 이기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줘야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될 거야.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 꼭 말해줘야지. 건강이면 된다고. 지금 건강하다면 가장 큰 축복을 받은 거라고. 돈이 많거나 성공한 사람도 부러워하지 말라고. 건강하다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늦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거라고. 지금 이 세상에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아주 많이 감사하라고….

일기 5)언젠가는 분명히 지금 내가 쓴 일기를 다듬어 책을 내고 싶다. 나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내가 믿는 하나님은 힘이 있고, 또 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다. 내가 읽고 감동을 얻었던 책처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책으로 만들고 싶다. 나처럼 아프고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오늘도 행복하다고 아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눈물가득 희망 다이어리>에서.

책으로 묶은 이유는 6년 동안 매일 계속되는 고통으로 살다간 은혜의 소원 하나가 병을 이겨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었기 때문, 은혜는 투병 중에도 자신보다 가족의 아픔을 우선 헤아리거나 적극적인 활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힘과 희망이 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병에 대한 원망과 건강할 때는 몰랐던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 병의 고통을 이겨내며 깨닫게 되는 삶의 소중함과 어떻게든지 병마를 이겨내겠다는 희망, 고통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과 사랑,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배려, 우리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한순간의 소중함과 행복, 죽음과 맞서 싸우며 깨달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에 대한 간절함 등이 오롯하게 녹아 있다.

김은혜씨가 남긴 이런 투병 일기 자체가 우리에게 삶의 희망이 되고 메시지가 됨은 물론이다. 삶이 고달픈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될 것 같다. 이런지라 삶이 권태롭다거나 자신의 불행만 두드러지고 커 보여 좌절하는, 자신이 가진 것들의 소중함이나 행복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청소년기의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다간 소녀가 쓴 투병일기인지라 읽는 동안 눈물을 자주 훔쳐야만 했다. 게다가 우리 첫째와 같은 해 한 달 전쯤에 태어난 주인공인지라 '살아있다면 우리 애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텐데'와 같은 생각까지 겹쳐 더욱 남다르게 읽힌 것 같다. 그리고 이제까지 남에게나 걸리는 병 정도로 간과해온 콩팥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한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은 그런 책이 되었다.

참고로 덧붙이면, 2012년 현재 만성 콩팥병 환자가 5년간 37%가 증가하였으며, 투석치료인원만 해도 4만 7천 명에 이른단다. 최근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마른 몸매를 위한 잘못된 식생활에 의한 콩팥 손상도 콩팥병 환자가 느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눈물 가득 희망 다이어리>|오선화 | 김은혜 (지은이) | 틔움 | 2013-08-30 |11,800원



눈물 가득 희망 다이어리

김은혜.오선화 지음, 틔움출판(2013)


#만성신부전증#콩팥질환#신장이식#만성콩팥병#빈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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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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