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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순박한 할머니들과 동족상잔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냐."
"죽어도 현장에서 죽겠다."
"유일하게 저항하는 것은 우리 마음대로 죽는 길 밖에 없다."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누르는 것이고, 우리는 피를 토하며 죽고 싶다."
"대처하다 끌려나오면 그 자리가 명당으로 죽겠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밀양 경과지 주민들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은 27일 밝혔다. 한국전력공사가 빠르면 10월 2일께부터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 기동대 30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여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현장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현장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곽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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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경찰청장은 26일 밀양을 방문해 "송전탑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밀양경찰서에서 관련 회의를 연 이 경찰청장은 "주민들이 국책사업의 수행에 반대하면서 경찰을 폭행하거나 공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책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창원 소재 경남지방경찰청 운동장에선 기동대 대원들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밀양 송전탑 현장 투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5일 "내년 여름철 전력수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며 "10월중 공사재개 방침을 정한 상태로 현재 구체적인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4개면 주민 2962명 '정부 보상안 반대' 서명

경과지 주민들은 27일 움막농성을 벌이는 등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4개면 주민 2962명이 '정부 보상안 반대'에 서명했다"며 "한국전력이 전체 마을 중 절반 가량인 15개 마을에서 공사에 합의했다는 주장은 날조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남우(71·부북면)씨는 "순박한 주민들은 국토와 농토를 죽이지 않고 살려서 미래세대에 물려주려고 한다"며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해서 힘없는 할머니들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연일 계속된 움막농성에 지친 이씨는 "정부가 할머니들과 동족상잔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냐"며 "참으로 슬프고 답답한 노릇이며, 독재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니고 이게 무엇이냐"라고 한탄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현장 입구에 움막 농성을 하면서 "죽기로 싸우겠다"며 무덤을 파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현장 입구에 움막 농성을 하면서 "죽기로 싸우겠다"며 무덤을 파놓고 있다.
ⓒ 곽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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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북면 평밭마을 움막농성장에 있는 이씨는 "주민들은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정의를 짓밟고 인간 존엄성을 전기와 돈 때문에 짓밟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 교사 출신인 그는 "처음에는 몸이 좋지 않아 현장에 나오지 않았는데 할머니들이 철탑을 막는 것을 보면서 양심상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고, 죽어도 현장에서 죽겠다며 나왔다"고 밝혔다.

안영수(58·산외면)씨는 "주민들은 공사가 들어오면 필사적으로 막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은 송전선로 공사 시행과정부터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했고, 송전선로 우회와 지중화가 가능한데도 안된다는 것만 되풀이 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전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깡패집단도 아니고 이게 뭐냐"며 "한마디로 말해 일제 강점기처럼 국민의 재산을 강제 수탈해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산외면 괴곡마을에 사는 그는 "마을에는 웃동네와 아랫동네가 있는데, 한 쪽이 공사에 찬성하면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깨졌다"면서 "우리는 한국전력이 공사에 들어갈 경우 막을 것이고, 끌려 나오면 그 자리에서 굶어 죽겠다는 각오다, 유일하게 저항하는 길은 우리 마음대로 죽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루시아(58·단장면)씨는 "경찰 병력이 3000명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너무 웃기지 않나"라며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많은 병력이 들어온다는 게 너무 어이 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반하장이며, 처음부터 정치하는 사람들이 잘못해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가가 국민을 죽이려고 한다, 국가간에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경찰이 전쟁이 난 것처럼 훈련을 하고 있으니 피를 토하며 죽고 싶다"며 "지금 용회동마을에 있는데, 우리는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으며, 공사가 시작되면 여기서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자(58·상동면)씨는 "총리도 왔다가고 경찰청장도 오고, 이 판에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나, 우리는 큰 욕심 없고,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겠다는 것 뿐"이라며 "나이든 사람들이 정부에 바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고 어떻게든 공사를 막아낼 것"이라며 "대치하다가 끌려나오면 그 자리가 명당으로, 거기서 단식하든 죽든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27일 민주당 조경태 국회의원이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27일 민주당 조경태 국회의원이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 조경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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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갈등은 8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2012년 1월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고 이치우(당시 74살)씨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분신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최고위원인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27일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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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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