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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추적해봐야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더 잡>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맺는 모습을 통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더 잡> 표지.
 <더 잡> 표지.
ⓒ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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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월드>라는 컴퓨터 관련 잡지의 광고 담당자인 앨런은 꽤 유능한 편이다. 동시에 부하들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미덕으로 갖추고 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사고를 일으키는 부하 이반의 실수도 대신 수습하려 든다. 겉으로는 미련해 보이지만, 이 미덕은 앨런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므로 끝내 지켜낸다.

비서 데비와의 관계 역시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들 라울이 가게 될 최고의 유치원 <파버 아카데미> 학비 때문에 데비는 괴롭다.

앨런은 그런 그녀에게 새해 전에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을 준다. 이후 데비가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못 받게 된 등록금을 자신이 대신 납부하면서까지 앨런은 책임을 다하려 한다.

이렇게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앨런은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는 인수합병을 하는 데 필요한 희생양이나 자금 세탁을 위해 세운 유령 회사의 들러리 직원으로 이용된다.

앨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P가 생각났다. P의 회사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는 성실하고 이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순진하기조차 하다. 그런 P는 최근 두 사람 몫의 일을 부여 받았다. 평소에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P는 그 일들을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필요하기에 선택받았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세뇌시킨다.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지만 이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내려 한다. 두 가지 일을 제때 못 맞추면 같이 일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협박을 채찍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이후 P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앨런은 2번이나 이용 당했고 그 끝엔 해고라는 두 글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처절하게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그의 주절거림에 지친 가족들도 그를 떠나갔다.

P의 운명도 앨런의 운명과 별다르지 않았다. P 역시 서서히 지쳐가다 자진퇴사를 결정했고 가족들은 살아남지 못한 그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P는 철저히 '루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앨런의 행보는? 그는 주저앉은 P와는 달리 자신이 또다시 이용된 것을 안 순간 최상의 시나리오를 짜 그들에게 한 방 멋지게 먹인다. 그리고 '루저'가 되기 직전 탈출한다. 덤으로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까지 얻는다.

P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성실함, 올곧음, 책임감이 곧 사회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준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용당하지 않을 정도의 지혜를 갖고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양심을 지키면서도 이윤을 얻는 '샤프한 직장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씀 |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08. | 1만4500원)



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2013)


태그:#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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