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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지(일명 속싯개)
 간사지(일명 속싯개)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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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살(桃花煞)로  당항포대첩을
이룬
고성(固城) 기생 '월이' 
- 이상옥의 디카시 <속싯개>

지난 2005년 12월 28일부터 2006년 1월 8일까지 연극 <간사지>(연출 황남진)가 대학로의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 상연된 바 있다. '간사지'는 경남 고성군 거류면 거산리 앞바다의 간척지로 속칭 '속싯개'를 말한다. '속싯개'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유인하여 궤멸시킨 역사의 현장으로 왜군이 이순신 장군에게 속았다고 해서 속싯개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극단 예우'의 제45회 정기공연인 '간사지'는 2005 문예 위원회 창작활성화 사전지원작품이다. 경남 고성지방의 질펀한 사투리 원형과 고성오광대 및 고성농요를 바탕으로 향토색 짙은 우리네 정감어린 정서를 무대화시킨 것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강태기를 비롯한 유명 연극인들이 출연했다.

 추석 명절인데도 간사지 둑 아래 강태공 한 분이 낚시 삼매에 빠져 있다
 추석 명절인데도 간사지 둑 아래 강태공 한 분이 낚시 삼매에 빠져 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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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란 중 이곳 간척지 조성을 위해 헌신한 국회위원 벽산 김정실 선생의 공적비로 간사지 둑 입구 위치
 6.25 전란 중 이곳 간척지 조성을 위해 헌신한 국회위원 벽산 김정실 선생의 공적비로 간사지 둑 입구 위치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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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지 인근에는 두호마을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당항포 해전에서 왜군들이 패하여 소소강(沼所江)을 따라 도주하던 왜병들을 이순신 장군 휘하 장병이 추격하여 섬멸시킨 왜병의 목(頭)이 무수히 바다에 떠밀려 마을로 왔다고 하여 '머리개'로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당항포해전이 대첩이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일본은 15세기 후반 조선을 침략할 뜻을 품고 밀사를 보냈다. 밀사는 조선의 해변지도 작성과 육로로 침략할 수 있는 전략, 그리고 정사와 민심탐지의 임무를 띠고 울산의 해변을 따라 지도를 작성하면서 동래, 부산, 낙동강, 진해, 마산을 거쳐 고성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고성 당항포의 해변에서 당동, 통영만을 둘러 고성읍 수남동 해변을 따라 삼천포로 가려고 하니 날이 저물어 잠자리를 찾아 들른 곳이 '기생 월이'가 있는 고성 무학동 무기정이었다.

무기정의 기생 월이는 미색이 출중했다. 월이에게 반한 밀사는 임무를 마치고 다시 무기정에 들러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월이의 품에 떨어져 잠들었다. 월이는 잠든 밀사의 가슴을 뒤져 무명 비단보에 다섯 겹, 여섯 겹으로 싼 보자기를 찾아서 그 속에 조선을 침략할 전략과 해로의 공격요지, 육로로 도망할 수 있는 지도가 상세히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붓으로 고성 수남동과 지소강(지금의 마암면 삼락리 간척지)을 연결시켜서 통영군과 동해면, 거류면을 섬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일개 기생에 불과하지만 기생 월이의 기지와 애국심이 아니었던들 당항포대첩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터이다. 고성군에서는 1998년 8월 12일 제1회 당항포대첩축제를 개최하여 매년 당항포대첩 재현과 고성오광대, 농요, 승전무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함께 펼치면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대첩 그 영광을 기리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선 조국을 굳건히 지켜낸 그의 애국애민 정신과 이름 모를 조선수군들의 투혼을 기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생 월이의 아름다운 얘기는 풍문으로만 떠돌 뿐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던 차에, 고성 출신인 정해룡 시인이 임진왜란과 고성의 역사와 기생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이순신 장군의 '당포파왜병'이라는 장계의 한 구절에서 '월이'가 현존했었다는 단서를 발견하고, 지난해 논개보다 더 거룩하고 더 위대한 충절의 여인 월이의 이야기를 그려낸 장편소설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를 펴냈다.

 정해룡의 장편소설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
 정해룡의 장편소설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
ⓒ 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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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항포대첩은 명장 이순신 장군의 전공이기는 하지만, 기생 월이가 일본 밀사의 지도를 거짓으로 고쳐놓지 않았다면 고성은 무지막지한 왜놈에게 얼마나 많은 수탈과 치욕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간 신분이 천한 기녀의 몸이지만 훌륭한 일을 한 것이 분명함에도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기념사업 하나 할 수 없었다. 정해룡 시인이 기생 월이 전설과 함께 무학동 기생 촌 전설, 그리고 당항포 앞바다를 왜놈들이 속았다고 하여 일명 속싯개라 일화를 기초자료로 하여, 장편역사소설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를 펴내었기 때문에 이제, 고성에서 '기생 월이'가 진주의 논개 못지 않는 역사적 인물로 조명할 단단한 기반이 조성되었다.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 출간과 함께 지난해 '제12회 당항포대첩축제' 때는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전국 스토리텔링대회'가 열려 조세윤 문화관광해설사가 대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 스토리텔링대회는 임진왜란 당시 당항포 해전을 대승으로 이끈 충절의 여인 월이의 생애와 업적을 스토리로 발굴하고, 애민ㆍ애국정신과 역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경남문화관광해설사협회가 주관한 전국대회로 첫 대회지만 큰 성황을 이루었다.

문화콘텐츠는 우리 시대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최근 '등 축제'를 놓고 진주시의 "고유축제인가 아니면 보편적인 축제인가"로 진주시와 서울시가 서로 격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고유의 문화콘텐츠 확보는 지자체의 생존과도 같은 일이 되니 양보 없는 다툼이 눈살 찌푸리는 것이면서도 일면 이해가 된다.

고성의 기생 월이는 탁월한 문화콘텐츠이다. 정해룡 시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재조명한 '기생 월이'를 경남 고성은 공룡세계엑스포 못지 않은 문화콘텐츠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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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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