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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사표 수리 보류' 카드가 적중한 것일까. 15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선 진상규명 후 사표 수리' 입장을 밝힌 이후 검찰 내부가 잠잠해지고 있어서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표명으로 '검란' 조짐까지 보였던 검찰은 이 수석의 발표 뒤 관망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또 18일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추석 연휴에 채 총장 사퇴 후폭풍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

"존립 위기"라며 격분했던 검찰, 이틀만에 잠잠

채동욱 총장 배웅나온 검찰 간부들 13일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자 검찰 관계자들이 나와 배웅하고 있다. 채 총장의 사의표명은 갑작스럽고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 직후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채동욱 총장 배웅나온 검찰 간부들 13일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자 검찰 관계자들이 나와 배웅하고 있다. 채 총장의 사의표명은 갑작스럽고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 직후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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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총장이 사퇴한 지난 13일 오후 검찰은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서부지검 검사들은 늦게까지 평검사회의를 열어 채 총장에게 사퇴 재고를 요구했다. 다음 날에는 김윤상 대검찰청 감사1과장이 항의성 사의를 표명했다.

곧이어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검찰 존립의 위기"라며 왜 채 총장 감찰을 지시했는지 따져 물었다. 또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등 일부 검찰청의 검사들이 평검사 회의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찰 내부 반발이 가장 높았던 때다.

그런데 이 수석이 입장을 밝힌 이후 검찰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16일에는 검사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에 이번 사건과 관련 일부 검사들의 의견 표출과 관련 댓글이 달렸지만 현재 조직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사표 수리 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 된다.

이날 오후 채 총장의 반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찰 내부 반응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일부 언론에서 채 총장이 이날 자신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표 수리 보류에 채 총장이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채 총장의 입장이 전해진 뒤, 검찰 내부의 동요는 없었다.

채 총장은 청와대의 사표 수리 보류에 16, 17일 이틀간 휴가를 냈으며 총장 부재로 인한 업무는 길태기 대검 차장 검사가 대신하고 있다.

박 대통령, 사표 수리 보류 재차 천명... 진상규명 후, 복귀는 미지수

강창희 국회의장 영접받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강창희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해외순방 귀국보고 후 국회 사랑재에서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갖는다.
▲ 강창희 국회의장 영접받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강창희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해외순방 귀국보고 후 국회 사랑재에서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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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새누리당과의 3자회담에서도 사표 수리 보류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의혹이 증폭되는데 그냥 놔둘 수 없다"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채 총장 감찰 지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신문에 실린 소문 수준인데 사찰하고 뒷조사 해야겠느냐"고 반박하자, 박 대통령은 "당연히 진상규명 해야 하는 것이고 감찰해야 한다"고 응했다. 김 대표가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사퇴시키냐"고 재차 따져 묻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사표를 안 받았다,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 안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채 총장 감찰과 관련해 본격적인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당초 채 총장의 사퇴로 감찰이 취소됐지만 청와대의 사표 수리 보류로 상황이 달라졌다. 법무부는 일단 혼외 아들 논란의 당사자인 임아무개씨 주변을 상대로 탐문을 벌일 계획이다.

채 총장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진실 규명이 이뤄져 사실 무근으로 밝혀져도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마당에 진실 여부에 따라 복귀한다는 것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검찰총장#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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