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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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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고리 3호기 등 신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이유로 밀양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을 밝혔지만 그 실상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위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12일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밀양송전탑 건설은 노후 원전 수명을 계속 연장시키려는 꼼수임이 드러났다"며 "이 문제는 (정부가) 지금 논의 중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연계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실 의뢰로 '밀양송전탑 대안 검토와 정책제언' 연구용역을 수행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8월 21일 확정된 '제6차 장기송배전설비계획'에 밀양 구간과 관련, 특이한 사실이 두 가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고리 1호기는 2017년 1차 수명만료 예정이고, 신고리 7·8호기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이 천지(영덕) 1·2호기로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사실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과, 신고리 7·8호기를 모두 세우려는 계획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리 1호기가 예정대로 2017년 수명이 끝나면 이 지역 발전용량은 달라진다. 그에 따라 2차에너지기본계획도 달라지기 때문에 고리 1호기 수명 문제는 제6차 장기손배전설비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등 화력발전소 폐지 계획은 들어가 있지만 고리 1호기 등 원전 폐지계획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인정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이 대표는 "신고리 7·8호기 변경 계획까지 고려하지 않은 채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된다면 정부가 전력 수급 규모를 부적절하게 예측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신고리 7·8호기 건설로 고리지역에 원전 12기가 들어선다면 그 밀집도가 과다하며 이 때문에 각종 사고에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제가 잘못된 계획 속에서 밀양송전탑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는 뜻.

연구팀은 밀양송전탑 반대주민들이 대안으로 제시해온 지중화 공사와 기존회선 증용량 등도 검토했다. 지난 6~7월 밀양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됐지만, 파행으로 끝난 탓에 이 문제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지중화 공사의 비용·시간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765킬로볼트(kV) 송전탑 구간과 지중화 구간을 345kV 송전으로 바꾸는 대신 지중화 회선 수를 줄이고, 공법 변경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하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 한다면, 지중화 공사는 한전이 주장했던 1조 4000억 원의 43% 수준인 5953억 원으로도 가능하다.

"반대 주민 제시한 지중화·기존 회선 증용량 등 대안, 다시 검토해야"

이들은 또 보고서에서 정부와 한국전력이 '밀양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며 내세운 근거들 역시 빈약하다고 했다. 정부가 그동안 산업부 장관 고시인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유지기준'에 따라 밀양송전탑을 세우지 않으면 '과도안정도(갑작스런 사고 등에도 송전을 계속할 수 있는 정도) 위반'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고시는 '과도안정도'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과도안정도는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에만 나오는 사안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대 쪽 주민들이 주장해온 '기존 회선 증용량' 역시 대안 중 하나로 꼽혔다. 연구팀은 2013년 겨울만 해도 고리·신고리 지역 모든 발전소가 가동되는 기간은 13일뿐이었던 점을 고려, 기존 회선을 증용량한다면 송전탑을 새로 짓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전력거래소 2012년 중장기전력계통운영방안 등을 분석한 결과, 부산지역 전력공급 계획이 필요한데 밀양송전탑이 들어설 고리~북경남 구간은 대구·경북지역에 전력을 공급한다며 송전선 계획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끝으로 밀양송전탑의 여러 대안과 노후원전 폐쇄·신규원전 건설 계획 등을 함께 검토해야하므로 2차 에너지기본계획 논의과정에 이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웃주민들과 함께 밀양송전탑 공사 반대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자 상동면 대책위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의 잘못된 원전 정책을 이제는 멈춰야할 때"라며 "저희는 목숨 걸고 (송전탑을) 막겠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상계획을 발표하고 반대 주민들에게 양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어제(11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기 전에 '밀양시와 한전이 태양광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말아 달라, 반대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보상협의체가 내린 결론을 발표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정 총리는 반대주민들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우리나라에 전기가 부족하니까 밀양송전탑을 꼭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저희 대표들이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나와서 밀양시청으로 이동하는데 '가구당 400만 원씩 준다, 태양광사업 MOU를 맺었다'는 기사가 뜨더라. 저희가 돈 모자라서 보태달라고 했냐. 왜 저희들 말은 듣지도 않느냐."

보상 원치 않는데... "정부, 법적 근거 없는 현금 보상 약속으로 주민 현혹"

11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밀양시 산외면사무소를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함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11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밀양시 산외면사무소를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함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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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또 "송전탑 때문에 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다, 짝퉁부품 탓에 원전이 올 여름에 몇 기나 세워져 있었느냐"며 "원전이 제 구실 못하는 상황인데, 왜 자꾸만 지어야 하고 또 (고리지역) 한 곳에 그렇게 많이 짓는 것이냐"며 "정부에 묻고 싶지만 대답해 줄 사람이 없다,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울먹였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가구당 보상금 400만 원 지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12일 보도자료를 내 "정홍원 총리가 '가구당 현금 400만 원씩 총 74억 원 보상하겠다'며 내놓은 특별지원안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민과 밀양주민을 기만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 중인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지원법'에는 가구당 현금보상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없고, 보상금 전액을 집행할 한전 내규 어디에도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은 "한전 '송변전설비 건설관련 특수보상심의위원회 내규'는 아예 '지역지원사업의 경우 현금 또는 현금에 준하는 물품으로 마을주민에게 분배하는 결정은 금지된다'고 명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밀양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법적 근거도 없는 보상안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명백한 국가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을 수확시기를 앞두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주민들을 또다시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정부와 한전에 공사 재개 중단을 요구했다.


태그:#밀양송전탑, #장하나,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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