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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바 국제공항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바 국제공항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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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 앞에는 무거운 숙제가 놓여있다. 박 대통령은 화려했던 국제 외교 무대를 뒤로 하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둘러싼 갈등으로 꽉 막힌 대치 정국을 풀어낼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두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출구 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비교적 성공적인 다자 외교 데뷔전이었다는 성적표를 받아든 박 대통령의 귀국길에 덕담보다는 쓴소리가 쏟아진 것은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귀국을 앞두고 정국 정상화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재오 작심 발언... "최고 권력자가 결단해야"

전날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당사를 찾아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만났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작심한 듯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서 갈등 해결의 제일 큰 권한과 책임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며 "제 1야당이 천막을 쳐놓고 두 달 넘게 버텼는데 (여)당의 노력에 한계가 있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께서 오늘 오시면 먼저 여당 대표를 만나서 사정을 듣고, 그리고 야당 대표를 만나서 사정을 듣고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정원 문제는 국회로 넘기고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를 각각 만나서 정국 현안을 듣고 대통령께서 꼬인 정국을 적극적으로 풀 생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우리도 야당 10년 해보지 않았는가. 우리도 걸핏하면 김대중 대통령 나오라고 하고 노무현 대통령 나오라고 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하지 않았느냐"며 "여당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다 까먹는가. 여당은 야당과 싸워서 이긴다는 자세가 아니라 야당과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또 박 대통령에게 "'방민지구 심어방천'(防民之口 甚於防川, 백성들의 의견을 억압하는 해악은 강물을 막아 생기는 피해보다 더 크다)라는 말을 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귀국을 계기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권과 대통령의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하도록 하겠다"며 "대한민국 제1야당인 민주당도 작은 정치적 계산에 매달리지 말고 통 큰 결단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대통령과 회담에 의지 보여... 이번 주말 회동 이뤄질까

야권에서도 회담 성사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와 민생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이 결단한다면 진심을 다해서 협력할 것"이라며 "대통령 결단으로 대한민국이 미래로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통합의 정치, 100% 대한민국을 말씀하셨고 그 약속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꼭 야당에 '항복'을 받아내려는 생각은 아니리라 생각한다"며 "귀국 후 먼저 민주당의 천막을 방문해서 대치정국을 푸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정국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모양새다. 청와대도 여야 정치권과 회담 성사를 위해 활발한 물밑 접촉에 나서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추석 전에는 회담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야 대치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8일까지 풀리지 않을 경우 대치 정국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추석 연휴 이후 정치권이 10·30 재보선 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여야는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이 목표로 하고 있는 입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돼 청와대와 여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최소한 순방 성과 보고회 형식의 회담이나마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의제만큼은 양보 못한다는 야당... 박 대통령 귀국 선물 풀까

하지만 걸림돌이 없지 않다. 회담 방식과 의제, 국정원 개혁 방안 등에 대한 청와대와 야당의 이견이 여전히 크다. 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는 여전히 민생문제만 다뤄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정원 국기 문란 사건 등에 대한 진실규명, 책임자의 성역 없는 처벌, 국회 주도 국정원 개혁, 국정원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께 사과 있어야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해외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말하기도 하지만, 국정원 개혁이 말해지지 않는 어떤 만남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회담 의제에 있어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와 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제 1야당 대표가 천막당사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7선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제1야당의 대표가 비가 새는 천막에 기거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고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되는지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당이 청와대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남지 않는 추석 전에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와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드리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에 양보와 결단이라는 귀국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박근혜, #이재오,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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