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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세의 나이로 보나, 위로는 연로하신 80대, 90대 부모님과 아래로는 아직 독립하려면 한참 남은 20대 아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처지로 보나, 나는 전형적인 중년 아줌마다.

사전을 찾아보니 '중년'을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20세에 성인이 되고, 평균 수명을 80세로 계산했을 때 그 정가운데가 50세니까 '쉰 살 안팎의 나이'는 당연히 중년이다. 이 책 <남자, 여자 그리고 중년> 역시 '50세에서 2, 3년 더한 나이'를 중년으로 놓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20년 세월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덜 헤매면서 살 것인'지 덤덤하게 풀어놓고 있다.    

책 <남자, 여자 그리고 중년>  표지
▲ 책 <남자, 여자 그리고 중년> 표지
ⓒ 아주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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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쯤 되고보면 살아온 이야기를 한 번쯤 정리하고, 앞에 놓인 인생에 대해서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평범한 사람도 그럴진대 하물며 글 쓰는 일을 평생 해온 사람이라며 그 바람이 좀 더 큰 듯하다.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중년과 노년의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면 내 짐작이 그리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워낙 많으니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대를 갖고 집어든 책에 실망하기 일쑤지만, 별 기대 없이 고른 책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을 때는 '야호!'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바로 이 책이 후자. 별로 두껍지도 않고 일본 남성이 자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뭐 그리 별스러운 게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는데, 웬 걸 간단한 표현 속에 많은 생각을 담고 있으면서도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예 책의 맨 앞 '들어가며'에서 중년에 생각할 아홉 가지를 나열하는 것부터 시작하니 요점정리부터 하고 책을 읽게 되는 셈이다. 

참, 한 가지. 술술 풀어나가는 이야기 속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저자의 부인은 바로 나이 듦에 대한 책으로 명성이 자자한 베스트 셀러 작가 '소노 아야코'. 부부가 이런 책을 썼으니 두 사람의 노년은 무조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행간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두 사람 역시 다른 노년부부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으니 약간은 위로가 된다.

저자 '미우라 슈몬'이 제안하는 중년에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  

1.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야 할 때다.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것처럼 중년에는 노후 설계를 해야 한다는 뜻.

2. 반려자를 소중히 여겨야 할 때다.
중년 남자에게 유일하게 잘난 척할 수 있는 곳은 가정이므로 남편을 가엽게 생각해주자.  

3. 병도 자랑해야 할 때다.
크고 작은 병마와 싸우면서 온 힘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시기.

4. 싸움에서 져야 할 때다.
집안의 생활 중심은 아내다. 참견하지 말자. 악처를 만드는 것도 남편이다. 

5. 귀를 열어두어야 할 때다.
인생의 선배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응하는 정신적인 준비를 하자.

6. 새로운 요리를 즐겨야 할 때다.
하루 세끼,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음식을 먹어왔으니 새롭게 도전해 보자.

7. 고독을 이겨낼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별 후 고독만 되새김질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생활을 자신의 힘으로 채워야 한다.

8. 나이가 들면 치매는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기억하는 것이 줄어들면 판단력도 줄어든다. 그러나 치매에는 인생의 번잡한 인간관계에서 해방된다는 한 줄기 구원의 빛도 있다.

9. 낮잠을 자다가 죽음을 맞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비록 헤맬지라도 해결의 길이 있음을 믿고 평소에 준비하며 살자. 

덧붙이는 글 | <남자, 여자 그리고 중년> (미우라 슈몬 지음, 전선영 옮김 / 아주좋은날, 2012)



남자, 여자 그리고 중년

미우라 슈몬 지음, 전선영 옮김, 사석원 외 그림, 아주좋은날(2012)


#남자, 여자 그리고 중년#미우라 슈몬#중년#나이 듦#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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