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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 신상발언을 통해 미국의 <뉴욕타임스>(아래 NYT) 보도를 슬쩍 왜곡한 데 이어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도 사실과 다르게 인용 보도해 이 의원을 비판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NYT의 8월 28일(현지시각)자 국제면에 실린 '좌파 지도자가 한국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Leftist Leaders Accused of Trying to Overthrow South Korean Government)는 제목의 기사.
 NYT의 8월 28일(현지시각)자 국제면에 실린 '좌파 지도자가 한국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Leftist Leaders Accused of Trying to Overthrow South Korean Government)는 제목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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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석기 의원이 한 신상 발언 중 NYT 기사 관련 발언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번 저에 대한 내란음모죄 수사를 유신시대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과 비교해 보도했습니다. "국정원이, 대선 연루 사건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에 기대고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들이 비슷한 종류의 혐의로 재판도 없이 고문당하고 때론 처형당했다"며 폭로하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관해 <조선일보>는 "하지만 NYT의 실제 보도 내용은 통진당의 주장 전달에 방점을 둔 것으로, 이 의원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었다"며 "이석기 의원이 거론한 기사는 NYT의 8월 28일(현지시각)자 국제면에 실린 '좌파 지도자가 한국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Leftist Leaders Accused of Trying to Overthrow South Korean Government)는 제목의 기사다"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석기 의원이 주장한 '마녀사냥' 부분이 NYT의 분석이 아니라 야당 정치인들의 발언을 단순 인용해 보도했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NYT 원문은 실제로 "야당 정치인들은 박근혜 보수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국정원 (선거) 개입 스캔들로부터 돌려놓기 위해 마녀 사냥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Opposition politicians said the conservative government of President Park Geun-hye was resorting to a witch hunt to divert attention from a scandal involving the agency)는 것으로 야당 정치인들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NYT는 또 통진당을 2차례에 걸쳐 '극좌'라고 표현했고, 최근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통진당 관계자들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부르는 행위'라고 중립적으로 표현했다"며 NYT 기사를 분석했다.

NYT "국정원이 정치적 폭풍 야기했다" 언급

<머니투데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러나 기사 원문을 살펴보면 '유신시대'라는 표현은 통진당이 발표한 내용을 NYT가 인용하는 과정에서 등장할 뿐이다"라며 "당시 NYT는 기사 마지막 문단에 지난달 28일 통진당이 발표한 "국가정보원이 이 의원과 통진당 당직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유신시대 독재 체제를 떠오르게 한다"는 내용을 인용했다"고 기사화했다.

이어 "NYT는 그러면서 '유신시대'라는 표현을 설명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많은 정치적 반대자들이 내란 등의 혐의로 고문을 당하거나 정당한 재판 없이 사형당했다는 등의 내용을 전했다"고 밝혔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우선 지난 8월 29일 자로 NYT의 한국 담당 최상훈 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바탕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선일보>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이석기 의원의 NYT 관련 발언 중 두 번째 문장("국정원이, 대선 연루 사건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에 기대고 있다)은 <조선일보>가 보도하였듯 한국 야당 정치권의 입장을 전달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석기 의원이 이를 마치 NYT 기자가 마치 자신들의 입장이나 분석으로 인용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런데 이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이 NYT 기사가 단지 "통진당의 주장 전달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했으며 <머니투데이> 또한, 이러한 보도는 "NYT는 그러면서 '유신시대'라는 표현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NYT는 해당 기사 첫머리에서 "이미 국내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어 충격을 준 강력한 국가 정보기관이 내란 혐의로 매우 이례적으로 급습을 단행함으로써 (한국에) 정치적 폭풍을 일으켰다"고 분명히 보도했다.

The highly unusual raids and charges of treason touched off a political storm in a country already rocked by accusations of meddling in domestic politics by the country's powerful intelligence agency

즉 NYT는 단순한 사실관계만 전한 것이 아니고 '국정원의 행동이 정치적 폭풍을 자아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며 지나간 과거만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참고로 문제가 되는 기사 마지막 두 문장은 아래와 같다.

Treason charges were sometimes used by South Korea's former military dictators to arrest dissidents, but after the country was democratized, the tables were turned: two former presidents, Chun Doo-hwan and Roh Tae-woo, were convicted in 1996 of mutiny and treason for their roles in a 1979 military coup and 1980 crackdowns on a pro-democracy uprising in the southern city of Kwangju that left hundreds killed.

(내란죄는 한국에서 군부 독재자 시절 정치적 반대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판이 바뀌어 1980년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해 수백 명을 숨지게 하였으며 1979년에는 군사 반란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1996년 내란죄로 기소했다)

On Wednesday, the United Progressive party said that the raid was reminiscent of the Yushin, or "revitalization," era, when Ms. Park's father, Park Chung-hee, ruled the country with an iron fist. He came to power in a military coup in 1961 and ruled for 18 years; during his tenure, dissidents were tortured and sometimes executed without a proper trial on the same kinds of accusations now leveled at Mr. Lee.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once known as KCIA, was a favorite tool in campaigns to frame the dictators' political opponents as North Korea sympathizers; successive governments since then have vowed to reform the agency and keep it out of domestic politics.

(수요일(8월 28일) 통합진보당은 이번 급습이 유신 시절의 부활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철권통치를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8년간이나 통치했다. 그 시기 반대자들은 고문을 당했으며 종종 정당한 재판 없이 '지금 이석기에게 적용된' 것과 같은 기소(혐의)로 처형되기도 했다. 한때 KICA로 알려졌던 국가정보원은 독재자의 정치적 반대자들은 북한과 동조자를 만드는 데 즐겨 쓰던 방식(tool)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정부에서는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내 정치와는 발을 떼겠다고 약속했었다)

따라서 8월 29일자 NYT 보도 기사는 단지 통진당의 주장만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세하게 한국의 과거 상황을 전하고 있으며, 또한 "지금은 이석기에게 조준되어 있는 것(now leveled at Mr. Lee.)"이 "과거 국정원이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데 즐겨 사용하던 방식"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NYT "이석기 사건은 국정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을 때 나와"

그렇다면 작금의 이른바 '이석기 사건'를 바라보는 NYT 최상훈 한국 담당 기자의 입장은 무엇일까? 그는 이미 1999년 <뉴욕타임스>에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보도해 2000년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 기자는 이석기 의원의 신상 발언 후에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었다는 "한국 국회 내란 모의 체포 지지(South Korean Lawmakers Back Arrest of Colleague for Treason)" 서울발 4일자 기사에서 아래 두 문장으로 이번 이석기 사태에 관한 입장의 일단을 밝히고 있다.

Mr. Lee's case — and the timing of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raid against the homes and offices of Mr. Lee and his followers last week — have rocked the country for days, setting off charges from the opposition that the spy agency is resorting to its old trick of concocting espionage cases and threats from North Korea to divert attention from domestic political crises and calls to curtail its power.

(이석기 사건- 국정원이 지난주 이씨의 집과 사무실,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급습에 관한 시기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 (개입)에 대한 위기와 권력 약화를 요구하는 관심을 (돌리고자) 북한의 위협과 연계되어 있다는 낡은 스파이 음모를 꾸미려 한다는 반대자들에게 (내란)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며칠째 한국을 뒤흔들었다)

The case comes amid heightened concern over the actions of South Korea's intelligence apparatus. Won Sei-hoon, a former head of the spy agency, now stands trial on charges of ordering a team of agents to begin an online smear campaign last year against government critics, including presidential candidates who ran against Park Geun-hye, who was then the governing-party candidate and is now the president, in December.

(이 사건은 지난해 지금은 대통령이 된 당시 집권당 박근혜 후보를 반대하는 대선 후보를 포함하여 정부 비판론자들을 반대하기 위해 (국정원) 내부 부서에 온라인 비방 캠페인을 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원의 전 원세훈 원장 등 한국 국가 정보기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NYT의 8월 29일자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이른바 '종미'가 '종북'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이 미국의 NYT 기사를 거론하며 자기들의 주장을 마치 NYT의 분석인 것처럼 거론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또한 이 한 가지 잘못된 사실을 끄집어내면서 NYT가 이번 '이석기 사건'에 관해 아무런 평가나 분석 없이 보도한 것으로 호도하는 일부 보수 언론들의 태도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태그:#뉴욕타임스,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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