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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숲길. 나무 숲 사이로 나무널판이 깔린 '데크로드'가 나타난다.
 제암산 숲길. 나무 숲 사이로 나무널판이 깔린 '데크로드'가 나타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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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길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도 지났는데 아직도 한여름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세상사도 답답하기만 하다. 머리 속까지 전해지는 청량한 바람이 그립다. 제암산(807m)으로 간다. 호남정맥의 끝자락,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봄 철쭉으로 천상의 화원을 연출했던 산이다. 가을에는 억새로 은빛 물결을 이룰 곳이다. 정상의 바위가 임금 제(帝) 자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산 서쪽의 장흥 석대들은 동학농민군의 최후 격전지였다. 동쪽의 웅치면은 석대들 싸움에서 패한 동학교도들이 오랫동안 숨어 살며 항쟁을 했던, 옛날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는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산 정상에 서면 청정해역인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성의 명물 차밭도 발 아래로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무등산과 제주도까지 보인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전망이 아주 좋다.

억새 일렁이는 제암산의 임금바위. 지난해 가을 모습이다.
 억새 일렁이는 제암산의 임금바위. 지난해 가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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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시비. 제암산자연휴양림의 계곡과 어우러져 있다.
 제암산 시비. 제암산자연휴양림의 계곡과 어우러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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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암산이 품은 자연휴양림이다. 숲이 울창하다. 나무 냄새가 금세 온몸 구석구석을 음이온으로 채워준다. 언제 지쳤는가 싶을 정도로 활력이 되살아난다.

숲이 주는 그늘이 넓다. 공기가 맑다. 바람도 제법 선선하다.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다. 물도 깨끗하다. 많은 사람들이 계곡과 계곡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저만치 달아나고 없다.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감미롭다.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도 여유를 가져다준다. 눈과 귀가 피서를 하는가 싶더니 시나브로 마음속까지 청량해진다.

제암산자연휴양림 산책로. 솔방솔방 걷기 편하게 돼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 산책로. 솔방솔방 걷기 편하게 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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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자연휴양림 산책로. 목재칩과 나무톱밥이 깔려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 산책로. 목재칩과 나무톱밥이 깔려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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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간다. 숲이 넓다. 소나무와 굴참나무 울창하다. 편백나무, 고로쇠나무도 빼곡하다. 나무의 향에 코가 호사를 누린다. 숲길도 잘 단장돼 있다. 길에 목재칩과 톱밥도 수북하게 깔려 있다. 그 느낌이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푹신하다. 오가는 발길도 없다. 숲길이 고스란히 나만의 것이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오르니 휴양림전망대에 닿는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조금 생뚱맞다. 주변 풍광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은 좋다. 제암산의 정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난 봄 철쭉 흐드러졌던 사자산과 일림산 봉우리도 이어진다. 다른 쪽으로는 웅치면 소재지와 웅치들녘이 사뿐히 내려앉아 있다.

숲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길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호젓하다. 길섶에서 노란 원추리꽃이 얼굴을 내민다. 보랏빛 도라지꽃도 듬성듬성 보인다.

제암산자연휴양림 데크로드. 숲 사이로 나무데크가 예쁘게 놓여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 데크로드. 숲 사이로 나무데크가 예쁘게 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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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솔방(천천히) 걷다보니 나무널판이 깔린 길과 만난다. 이른바 '데크로드'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길을 따라 다소곳이 놓여 있다. 기존의 산책로나 등산로와는 별개다. 보성군은 제암산 숲에 데크로드 5㎞를 깔고 있다. 이 가운데 3.8㎞가 마무리돼 있다. 나머지도 연말까지 끝낼 계획이라는 게 주광수(40) 제암산자연휴양림 관리소장의 얘기다.

여기서부터 데크로드를 따라 간다. 삼삼오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어린아이를 보듬고 나온 젊은 부부도 눈에 띈다. 데크로드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갓난아이를 태운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평탄하고 부드럽다.

데크로드를 따라 걷는데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 사이로 탁 트인 곳이 있다. 데크로드의 전망지점인 셈이다. 저만치 활성산과 봉화산, 구봉산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 앞으로 펼쳐진 웅치들도 넓다. 들녘 앞으로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 웅치면 대산리다. 수원 백씨의 집성촌이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의 데크로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하게 놓여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의 데크로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하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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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데크로드에서 내려다 본 풍경. 웅치들이 샛누렇게 물들고 있다. 왼쪽에 전망대도 보인다.
 제암산 데크로드에서 내려다 본 풍경. 웅치들이 샛누렇게 물들고 있다. 왼쪽에 전망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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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지나온 휴양림전망대도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에 다른 전망대 같다. 제법 멋있게 보인다. '100미터 미인'이라고.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니 멋스럽다. 그 너머로 쭈뼛쭈뼛 보이는 아파트가 있는 곳은 보성읍이다.

데크로드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을 지그재그로 돌아 산막 '차향기 가득한 집'으로 안내한다. 매표소에서 제암산 아래로 타원형을 그리며 돌아온 셈이다.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이었다. 오래 걸은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안내판을 훑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 거리도 상당했다. 그 사이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서쪽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하룻밤 묵을 산막도 깔끔하다. 편백나무로 벽면을 장식해 코끝이 상쾌하다. 마음까지 풀어놓기에 그만이다.

제암산자연휴양림 숲길. 음이온을 호흡하며 싸목싸목 걷기 좋은 곳이다.
 제암산자연휴양림 숲길. 음이온을 호흡하며 싸목싸목 걷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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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자연휴양림 데크로드. 풍경과도 잘 어우러져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 데크로드. 풍경과도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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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에서 광주제2순환도로를 타고 화순으로 나간다. 화순읍에서 29번 국도 타고 보성읍 방면으로, 이어 895번 지방도 타고 웅치면 방면으로 조리교차로를 지나면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된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려면 보성군 웅치면 대산길330 또는 웅치면 대산리 산113-1번지를 입력하면 된다.



태그:#제암산자연휴양림, #보성, #제암산, #데크로드, #웅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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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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