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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폭탄 수준이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내란죄라는 게 말이 되느냐. 통합진보당은 원내 제3당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 선거를 치른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 내란죄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홍성규 통합진보당(아래 통진당) 대변인이 한 말이다. 지난 28일, 나는 30년 만에 부활한 '내란예비음모' 충격에 휩싸였다. 뉴스를 통해 본 통진당뿐 아니라 민주당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듯해 보였다.

안응모 "북한과 적화 통일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해 보여"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30년 만에 들어보는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앞에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된다. 국정원과 검찰은 3년 전부터 내사를 진행해왔단다. 언론들은 "이석기 의원의 육성이 담긴 남한 내 공산 혁명 녹취록을 확보했다"면서 "녹취록에는 '북한이 침략할 때 파출소나 무기 보관소 등을 습격하라'고 돼 있다"고 보도했다.

 안응모 전 내무부장관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를 기정사실화 했다.
 안응모 전 내무부장관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를 기정사실화 했다.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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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시절 치안본부장을 지낸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은 28일 <TV조선> '박찬희 정혜전의 황금펀치' 출연해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내용을 보면 우리 체제를 완전히 부수고 북한과 적화 통일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YTN>은 '"이석기, 전신전화국 공격 계획 지시" 공안당국 녹취록 확보' 기사에서 "국정원과 검찰 등 공안당국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녹취록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YTN 취재결과 밝혀졌다"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두 곳의 전신전화국 등 주요 통신시설을 공격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런데 '단독보도'라고 했지만, 녹취록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은 29일자 '충격적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 음모 혐의' 사설에서 이석기 의원이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출신임을 언급하면서 "통진당도 그동안 북한의 '김씨 왕조 세습'이나 핵 개발, 인권 탄압 등에 대해선 눈감은 채 '주한 미군 철수'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며 북한의 대변자 노릇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기를 준비해 유사시에 국가 주요 시설을 타격하려 한 내란 음모가 사실로 드러나면 이것은 그동안의 '친북', '종북' 행태와는 차원이 다른 범죄다"며 "반국가 세력이 국회를 근거지로 반국가 무장 폭동을 모의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수사가 시작된 지금, 아직 증거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 중대한 사건 앞에서 국정원과 검찰은 '사실'과 '증거' 외엔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마저 국정원과 검찰의 잘못으로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정원과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동아>는 같은 날 '통진당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 北 연계 여부 밝혀야' 제목 사설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까지 됐는지 아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동아> "내란음모 밝혀지면 통진당 해산"... <중앙> "속단은 금물"

 동아일보 인터넷판...이미 내란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동아일보 인터넷판...이미 내란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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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인 지난해 9월 전시(戰時)사업 세칙을 개정해 전시 상태가 선포되는 경우를 3가지로 구체화했다"면서 "그중 하나가 '남조선 애국역량의 지원 요구가 있거나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될 경우'다. 남조선 애국역량이란 곧 종북 세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그동안 적화 통일을 위해 남한 내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과 연계를 맺는 전술을 치밀하게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로 밝혀지면, 정당해산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동아>는 "통진당은 '유신의 부활' '공안 탄압'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물 타기' 운운하며 수사에 반발하고 압수수색 집행을 방해했다"면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용공 조작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며 통합진보당 반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처럼 <동아>는 재판은커녕 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도 내란예비음모를 기정사실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앙>은 29일 ''이석기 내란음모' 신속·정확하게 진상 밝혀라' 제목 사설에서 "현역 의원이 체제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번 수사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혐의 확인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취했다. 특히 "구체적인 수사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국정원·검찰과 이 의원·통진당 모두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힌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호중 "현재까지 나온 것만으론 '내란음모' 적용 어려워"

전문가들은 '내란죄' 적용 가능성을 어떻게 볼까?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음모라고 하는 것은 우선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겠다고 하는 계획이나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언론 보도에 나온 것을 보면 시기적으로 명확히 특정돼 있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수준에서 계획이 수립된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또 우리나라가 불법 무기류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편인데 구체적인 실행 능력이 확보 돼 있는 상태인지도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 내란음모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교수는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내란음모죄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다"면서 "법원은 대체로 압수수색 영장은 구속영장에 비해 쉽게 발부해주는 경향이 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만 가지고 혐의가 상당히 소명돼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거듭 내란음모 성립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내란음모#이석기#동아일보#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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