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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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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 전역에 평화가 정착되었는데 유독 서북 해역에서만 1990년대 이후 다섯 번의 교전이 발생했다. 이제 서해는 한반도 평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문제는 다섯 차례 교전이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무력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자신의 신간에 <서해전쟁>(메디치미디어 펴냄)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편집장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생명과 평화가 넘치던 서북 해역이 지금은 남북간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한민국의 환부가 된 이유에 대해 지난 3년간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의 제1차 연평해전에서부터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과거 12년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일어난 5번의 남북 간 전투의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까?

김 편집장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청와대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한미연합사령부, 2함대 사령부의 작전부서를 거친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과 현역장교,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증언을 기록했다. 이 책에 "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다"는 부제가 붙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그 결과 NLL 인근에서 벌어진 다섯 차례의 전투는 모두 위기관리에 서툰 해군과 합참, 비합리적인 국방부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합작품이었다는 것이 김 편집장이 내린 결론이다. 특히 그는 "서해의 복잡한 해양환경 때문에 군사작전에 매우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데도 바다에 대해 무지한 육군 중심의 합참 고위 지휘관들이 지상군 식의 '선 방어' 개념을 해군에 강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서해에서의 안보실패 책임이 NLL 논쟁으로 이어졌고, 그 논쟁의 상대는 북한이 아니라 국내의 반대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즉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쟁이 보여주듯, NLL 논쟁을 주도한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이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NLL 논쟁이 '국내 정치용'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분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지만, 북한이나 종북세력 때문에 안보에 실패했다고 하는 '핑계대기' 식의 안보담론에 끌려가게 되면 영원히 교훈을 찾지 못하고 악순환만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편집장의 지적이다. 그래서 김 편집장은 <서해전쟁>을 "핑계대기식 안보담론에 대한 도전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교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비판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안보 문제가 예전에는 관리 가능한 영역이었는데 보수 정권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관리 불가능한 영역으로 급속히 이동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26일 오전 김 편집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인터뷰는 <오마이뉴스> 상암동 본사에서 진행됐다.

 <서해전쟁>
ⓒ 메디치미디어
- <서해전쟁>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합참과 2함대사령부 사이의 심각한 갈등이 노출되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인터뷰를 하기가 정말 힘이 들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군 상부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육·해·공군 사이에 결말 없는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러면서 도대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서 어떤 문제가 노출 되었기에 지휘구조까지 건드리는가 하는 의문을 갖던 차에, 이 때부터 해군과 공군 예비역들 가슴속에 한이 맺혀 있던 얘기들이 터져 나왔다. 여러 사람들이 연락을 해와서 자발적으로 얘기를 해주었다.

또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NLL 문제가 우리 정치의 모든 것을 다 바꾸어 놓을 듯이 불거졌다. 사실 최근 2~3년 동안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몰랐던 것, 또 정부가 정치적 필요에 의해 필요한 부분만 공개하고 바닷물 속에 수장시켜 버렸던 진실,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체를 복원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서 서해 문제를 다 아우르는 포괄적인 책이 한 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이유가 바로 이 책이 <서해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게 된 배경이다."

- 지난 1990년대 말까지 심각한 충돌이 없었던 NLL 인근 해역이 분쟁의 바다가 된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실제 서해 교전은 세 가지 경로로 일어났다. 첫 번째는 NLL을 수호하느냐 마느냐가 국가의 핵심이익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라기보다 구성된 관념이다. 바다에서 선을 확고하게 수호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선을 사수한다는 것이 마치 국가의 핵심이익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반면 북한도 이 선을 무력화해야만 자신들의 핵심이익이 보호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NLL 인근 해역은 남북한의 국가의지가 충돌하는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두 번째 측면은 해군의 특성에서 기인했다. 해군력은 대단히 공세적이고 융통성 있고 기동성 있는 전력인데, 지상에서와는 달리 바다에서는 상대방 함정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무력충돌의 위험이 급속도로 높아지게 된다. 아무런 엄폐물도 없고, 선제사격도 못하는 상태에서 무장한 적과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 전투원이 불안해지고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도 공격징후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꾸 싸우라고 등 떠미는 여론이 있다는 점이다. 현장 지휘관에게 맡겨 놓으면 잘할 일도 NLL을 넘어온 북한 함정을 제때 차단하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질타, 또 상급기관의 책임추궁 등이 있기 때문에 현장의 전투원들은 점점 더 공세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여론이 나오고 정치권력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원하기 때문에 전투원들이 자꾸 앞으로 밀려서 나가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NLL은 우리 전투원들의 생명과 평화를 삼켜 버리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 책에서는 비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감성 안보'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합참의 육군 출신 장군들은 마치 지상의 군사 목표물을 점령하고 깃발을 꽂듯이 서해 안보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바다에서도 북한에게 무엇인가 보여주려는 강압적인 군사정책을 구사하려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껴 구석으로 도망가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국가 위신이 세워진다는 믿음이다.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서해에서 저질러 온 일을 보면 이들은 불리한 공간에 우리 전투원들을 맨 앞으로 내밀고, 그것을 북한에 과시하려는 국방 수뇌부의 공명심에 일선 병사들이 동원되어 왔다. 새로운 첨단 무기가 도입되면 북한에 이를 알리고 싶어서 언론 기사를 키운다. 언론은 한시라도 북한을 응징하도록 여론을 조성하기 때문에 우리 전투 병력과 함정들은 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리한 공간으로 내몰린다. 그들이 서해에서 안보를 이야기할수록 안보가 더 실패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군대와 서해5도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이런 식의 안보가 지금 NLL 사수라는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NLL 사수는 과도한 전술 개념... 통제 개념으로 가야"

지난 6월 28일 오후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고위원,홍문종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이 평화공원을 찾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부조를 어루만져보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오후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고위원,홍문종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이 평화공원을 찾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부조를 어루만져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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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NLL 사수라는 개념은 허황된 것인가.
"NLL을 따라 함정을 1km 간격으로 죽 늘어서 있으라던가, 아니면 공군 전투기 편대를 출동시켜서 NLL을 따라 일렬로 비행하라던가 이런 식의 지시는 해군과 공군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결과다. 이건 마치 지상군이 철조망을 치고 경계병을 세우는 개념인데, 해군과 공군은 어떤 선을 차단하는 전력이 아니다. 어떤 선을 지키기 위해 적하고 근접해 있으라는 이런 개념은 현대전술의 측면에서 아주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다. 북한군에 비해 초현대식 전투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박치기, 들이받기 식의 고대에나 통할 전술을 답습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던 면이 크다. 서해의 안전은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징후가 있으면 후방에 있던 우리 해·공군 전력이 출동해서 제압하는 개념으로 확보될 수 있다.

NLL 사수라는 말도 그렇다. 사수라는 말이 죽어서 싸우라는 말인데 왜 죽어서 싸우는가? 이런 식의 과도한 전술개념은 제1연평해전 때 발명된 개념이고 사실 그렇게 오래된 개념도 아니다. 선 방어가 아니고 통제 개념으로 가야 한다. 이 해역에서 우리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적의 위협이 있다면 그 위협을 차단하고 또 우리가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을 가짐으로써 전체 해역의 안전을 통제한다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지금도 보이지도 않는 바다의 선을 놓고 '한 발짝만 넘어와도, 1cm만 넘어와도...'라는 비현실적인 말을 하는데 아니, NLL을 지키라고 하면 바다 위의 물을 지키라는 얘긴가?"

- 안보는 결과로 얘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물론이다. 안보는 '평화적으로 관리했는가, 그러지 못했나', 평화가 깨졌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냈나, 그러지 못했나', '국가 이익을 지켰는가, 못지켰는가' 이런 결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결과로서의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이런 면에서 잘못된 것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상을 이야기한 것은 유기농에 비유할 수 있다.

유기농이란 게 벌레도 살게 해주고 곡식도 건강하게 가꾸겠다는 것 아닌가. 서해문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한 것이 평화협력지대 구상이었다. 난 그 구상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보완할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접근을 한 번 해 봄으로써 이후 서해에서의 평화 문제를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을 주었다는데서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그 토대 위에서 앞으로 북한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 건가를 고민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런데 유기농 농사를 잘 지어가고 있는데 맹독성 농약을 뿌려대는, 무조건 해충하고 전쟁을 벌이는 것이 농사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형국이다."


태그:#김종대, #서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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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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