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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볼러스(PILOBOLUS)의 대표작 ‘쉐도우랜드’는 그림자 연기와 춤, 음악과 서커스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필로볼러스(PILOBOLUS)의 대표작 ‘쉐도우랜드’는 그림자 연기와 춤, 음악과 서커스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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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 아래서 이리저리 손을 움직여 귀가 긴 토끼와 입이 뾰족한 여우, 팔랑거리는 날갯짓이 애처로워 보이는 나비를 만들며 깔깔거리던 어느날 밤의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시아 단독으로 한국에서 공연한 필로볼러스 월드투어 <그림자댄스>(SHADOWLAND)를 관람 뒤 귀가하던 지난 밤의 일이다.

필로볼러스(PILOBOLUS)의 대표작 <쉐도우랜드>는 그림자 연기와 춤·음악과 서커스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잠든 소녀의 그림자가 미지의 세계인 쉐도우랜드를 여행하며 겪는 신비로운 모험을 그리고 있다.

서커스에 가까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소녀의 모험 스토리와 어울려 극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서커스에 가까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소녀의 모험 스토리와 어울려 극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 SMI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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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과 함께 잠잘 준비를 하는 소녀는 이내 잠에 빠져들어 신비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소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시계 토끼를 따라가듯, 재미있게 생긴 생물을 따라가다 위험에 처하는가 하면, 괴물의 힘으로 반인반수의 괴물로 변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등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모험을 계속한다. 어린이 관객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탄성을 연발했고, 무대 앞으로 몸을 점점 기울이며 극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시간 70분은 빨리 지나갔다. 원색 배경 위로 드러난 검은 그림자 연기와 공연 사이사이에 얼핏 엿보이는 무용수들의 몸과 무대 위에 다양한 소품들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서커스에 가까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소녀의 모험 이야기와 잘 어울려 극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본 공연 이후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필로볼러스는 말춤을 추며 관객들의 흥을 돋웠고, 한국 곳곳의 명소를 그림자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인 커튼콜은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원색 배경 위로 드러난 검은 그림자 연기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색 배경 위로 드러난 검은 그림자 연기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SMI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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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자면 작품이 보여준 그림자에 대한 접근방식이었다. 그림자는 보통 예술작품에서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림자를 또 다른 하나의 나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 그림자의 존재를 무대 중심으로 끌어냈다. 여기에 유년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그림자놀이를 접목시켜 동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기존의 이미지에서 무게감을 한결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찰리 채플린은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고 말했다. 공연 관람하는 시간만큼이라도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느끼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을 맡길 것! 이것이야말로 필로볼러스의 그림자댄스를 제대로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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