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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감기'
영화 '감기' ⓒ 아이러브시네마
'감염속도 초당 3.4명, 시간당 2000명, 발병 후 36시간 내 사망'

<감기>(김성수 감독, 아이러브시네마 제작)를 상징하는 숫자다. 감염 속도만큼 관객수도 놀랍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감기>는 지난 21일까지 누적 관객 수 219만 671명을 기록했다. 비슷한 재난 영화인 <연가시>(박정우 감독, 2012년 개봉)보다 가파르다.

<감기>가 개봉 일 주일 만에 200만 명을 넘고, 감염 속도가 초당 3.4명이라는 것보다 필자가 더 주목한 것은 바로 촬영장소 때문이었다. <감기> 주요 촬영지는 바로 경상남도(도지사 홍준표)가 폐업한 진주의료원이다. 진주시민으로서 <감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는 <감기> 일반 시사회를 22일 진주CGV 영화관에서 열었다. 이들은 ▲ 진주의료원 재개원 염원을 담은 부채 나눠주기 ▲ <감기> 포스터 패러디 작품 인증사진 찍기 ▲ 홍준표 도지사에게 한마디 ▲ 서명운동 행사를 가졌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감기'시사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감기'시사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 김동수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은 "<감기> 속에 나오는 병원 장면은 진주의료원에서 대부분 촬영했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지역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진주의료원이 폐업된 후 굉장히 불편하다", "진주의료원이 없었으면 안 된다", "우리가 뽑은 지사인데 적자라는 이유로 폐업하는 것은 안 된다"는 여론이 나이 드신 분들에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새누리당도 비판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약 한 달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진주의료원의 조속한 재개원 방안을 1개월 내 마련할 것' 등을 담아 결과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회의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박 지부장은 새누리당이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할 의지가 있다면 하루 빨리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구에 진주의료원이 있는 김미영 진주시의원도 "도지사는 도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홍준표 지사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인들과 농민들, 특히 장애인들이 진주의료원이 폐업되면서 엄청나게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진주의료원은 재개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노조 진주의료원 지부가 22일 경남 진주엠비씨네에서 영화 '감기' 촬영지인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한 지역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반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에 앞서 박석용 지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보건노조 진주의료원 지부가 22일 경남 진주엠비씨네에서 영화 '감기' 촬영지인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한 지역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반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에 앞서 박석용 지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동수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감기' 시사회를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감기' 시사회를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 김동수

이날 <감기> 시사회에는 진주의료원이 주요 촬영지라는 사실 때문인지, 관람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중요한 이유는 <감기> 속 바이러스와 비슷한 신종플루가 지난 2009년 전국을 휩쓸었을 때, 진주의료원은 공공병원으로서 밤낮없이 신종플루환자들을 돌보는 등 공공의료의 중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 지사는 적자를 빌미로 폐업 시켜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착한 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홍준표 지사를 두고 사람들은 <감기>를 '객기', '광기'로 패러디해 비판했다.

 대통령 무시! 국회무시!하는 '객기'를 부리는 홍준표 경남지사. 영화 감기 보고 마음을 돌렸으면 한다.
대통령 무시! 국회무시!하는 '객기'를 부리는 홍준표 경남지사. 영화 감기 보고 마음을 돌렸으면 한다. ⓒ 김동수

영화 <감기>를 보면, 국무총리가 대통령(차인표 분)의 명령을 어기고 발포를 명령한다. 미국 관리는 '전작권'을 들이밀며, 분당 폭격을 시도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폭격은 막아냈지만, 분당을 지역구로 둔 의원과 총리를 비롯한 고위관료들은 분당 시민들의 생명권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은 흡사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을 보는 듯했다.

영화 내용은 현실과 조금 다르지만, 국가위기 상황, 특히 사람 생명이 직결된 문제에서 국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감기>는 보여주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 생명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감염자라고 해도 존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이 재개원해야 하는 이유다.

 진주의료원 간판은 더 이상 없다. 과연 진주의료원은 재개원할 수 있을까?
진주의료원 간판은 더 이상 없다. 과연 진주의료원은 재개원할 수 있을까? ⓒ 김동수

홍 지사는 다음 주 월요일 진주를 방문한다. 경남지역 시군지역을 초도 순시 첫 지역을 진주로 택한 것이다. 의료공공성 확보와 진주의료원 폐업철회를 위한 진주시민대책위는 22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자존심 짓밟고, 국정조사 결과도 무시하는 홍준표 지사의 진주 방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은 끝나지 않았다."


#감기#진주의료원#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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