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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폭염대비, 전월세대책, 다자간 외교 준비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폭염대비, 전월세대책, 다자간 외교 준비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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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정치권, 그 중에서도 특히 야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으로 민생 입법에 차질이 생겼고,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실현 노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게 야당 압박에 나선 박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틀 연속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 증대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책임을 야당에게 돌렸다. 정부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쟁을 앞세운 민주당이 민생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 위한 세수 차질, 민주당 탓한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거론하면서 "(2조원 이상의 해외투자가) 만약 다른 나라로 옮겨간다면 우리 국민들과 기업에 얼마나 큰 손해이겠느냐, 앞으로 정치가 국민의 입장에서 거듭나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상생의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장외투쟁 장기화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박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외국인투자촉진법같이 주요한 관련 법안들은 경제활성화와 세수 확보에도 중요한 사항들"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정치인은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챙기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는 등 야권의 장외투쟁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회 심의 과정 중 여야 합의를 통해 수정된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하경제 탈세를 뿌리 뽑기 위해서 지난번에 FIU법 등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로 수정이 돼서 세수 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일 국회를 통과한 FIU법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한 의심거래정보와 2000만 원 이상의 고액현금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법안 심사과정에서 국세청 권한 비대화를 막기 위해 FIU가 자료를 넘기기 전 정보분석심의위를 거치도록 했고, 당사자에게 자료 이관 사실을 알려주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제출된 법안의 미비점을 수정·보완하는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 활동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정부 발목 잡기로 낙인 찍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탈세 근절, 예산 낭비 및 복지 예산 누수 방지 등을 통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 공약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왜곡'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국민들께 세금 부담을 덜 주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왜곡해서 해석하기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다 같이 노력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들과 수석비서관들에게 반드시 지하경제 양성화와 탈세 근절,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 관련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여당에 입법 가이드라인 제시... 야당과 대화는 거부

문제는 박 대통령이 여당과 정부에 이 같은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도 협조를 구해야 할 대상인 야당과의 대화는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협조 요청 대신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민주당을 '반민생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강공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만 해도 그렇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만들 때 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이 법에 대해 야당은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 대기업 경제력 집중 우려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필수지만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 테이블 마련에는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법안뿐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라는 큰 산을 넘기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데도 박 대통령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대표도 요구하고 있는 양자 혹은 3자 여야 대표회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는 야당과의 대화 테이블 마련 필요성에 대해 "아직은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 회담 가능성과 관련 "감은 저절로 떨어지는 법이 없다"며 시기상조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 규명과 박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야당을 우선순위를 망각한 채 정쟁을 일삼는 세력, 경제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야당의 무조건 굴복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야당을 반민생세력 규정한 대통령... 민주당 "무책임하고 독선적"

청와대의 침묵이 깊어질수록 민주당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할 대통령이 진지하게 정국 경색을 풀 해법을 찾는 대신 남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장외 투쟁 및 원내 투쟁 병행전 장기화가 현실화되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커졌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통해 시국을 풀자는 야당 대표의 요구를 여전히 묵살하며 정국을 꼬이게 하는 매우 중요한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정국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당사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구경꾼 정치하듯 3인칭 화법으로 정국 상황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독선적 태도다. 박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스스로에게 모든 책임이 있고, 대통령이 중심이 돼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식하는 데서 정국의 해법이 시작될 것"라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근혜#청와대#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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