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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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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에 침묵하는 언론을 규탄하는 촛불을 언론인들이 직접 들었다.

16일 오후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국정원 대선 개입 보도 통제 규탄 및 공정 보도 실천을 위한 언론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언론인들이 든 200여 개(주최 쪽 추산) 촛불은 문화제가 열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인도를 밝혔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현직 언론인들이 주로 참석했다. 퇴근 후 출입증을 목에 건 채 노트북 가방을 메고 달려온 기자·PD들이 많았다. 전직언론인, 해직언론인을 비롯해 원로언론인, 언론단체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 모인 언론인들은 국정원 사태 규탄 '촛불 여론'에 침묵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자성했다. 특히 공영방송 KBS·MBC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사안을 축소·왜곡해 보도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매주 서울 시청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에게 미안하다"며 "권력을 감시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해 자괴감에 빠진 언론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 'MB씨 뉴스 deathㅋ'라고 사망선고 받아"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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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MBC본부(아래 KBS 새노조·MBC 노조)는 최근 국정원 사태 축소보도 논란과 관련해 내부 상황을 전했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은 "언론사 간부와 사주란 사람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파적 목소리'라며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인 내부 비판마저 '정파적 일부세력의 의견'이라며 온갖 징계로 보복한다"고 고발했다.

이성주 MBC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국정원 사태 축소보도와 관련해) 보고서를 내도, 한때 기자라 불렸던 간부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정치적 프레임을 입힌다"며 "기자들은 관련 기사를 하나라도 더 내기 위해 하루하루 작은 싸움을 벌이지만 뉴스에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MBC <뉴스데스크>는 'MB씨 뉴스 deathㅋ'라고 사망선고까지 받았다"며 "사람들 앞에 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청문회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천장은 그동안 불거진 댓글공작과 축소수사와 관련해 전면 부인했다.

해직언론인인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오늘 국민들은 원세훈-김용판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목도했는데, 그들을 오만방자하게 만든 죄는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언론에 있다"며 "두 사람은 국정조사장에 나와서도 '방송사들은 오늘 이 현장을 여야 공방으로 처리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참석 언론인들 '공정보도 실천' 다짐... "보도 통제에 단호히 맞서겠다"

그러면서도 언론인들은 공정보도를 실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상석 언론노조 SBS본부 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 국정원 사태 보도 논란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어느 정권이 권력을 잡든 언론이 제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에서는 국정원 사태 관련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담긴 영상 상영, 문화 공연 등도 이어졌다. 참석한 언론인들은 '타도 언론장악' '사수 공정보도'라 적힌 얼음을 깨는 퍼포먼스를 펼친 뒤 '공정보도 실천 결의문'을 함께 읽으며 문화제를 마쳤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어렵게 쌓아올린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촛불집회 취재 현장에서 동료 기자들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모든 언론인들과 힘을 합쳐 보도 통제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실을 규명해 언론을 다시 국민과 진실의 편으로 돌려놓겠다"며 "나아가 해직 언론인 복직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의 자율성을 쟁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태그:#촛불집회, #국정원 대선개입,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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