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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 이행, 평화협정 체결 촉구를 기조로 하는 '광복 68주년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문화제'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행사는 68주년 광복절로 날짜가 전환된 직후인, 15일 12시 20분경부터 시작됐다.

전날인 14일 오후 7시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관한 남북 간의 합의서가 도출된 직후였기에, 행사는 더욱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각 단위의 학생들이 공연에서 선보일 율동 연습을 하느라 분주했다. 전국 각지에서 행사 참여를 위해 상경한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처럼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약 2만 명(주최측 추산) 가량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는 전날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문화제'에 모인 사람 수와 비슷한 규모였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68주년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평화협정 체결'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68주년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평화협정 체결'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강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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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의 시작은 각계 대표들의 발언으로 장식됐다. 첫 발언을 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은 "자주.민주.통일 기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6.15, 10.4 공동선언, 그리고 그 이전의 7.4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오 의장은 "미국산 아파치 헬기 36대 값으로 한해 1조 8천억 원의 돈이 미국 군수업체 돈으로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라면서 분단 상황에서 미국이 누리는 이익에 관해 언급했다. 아울러 "세상에 작전지휘를 (남의 나라에)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나라가 이 세상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며 미국으로부터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방금 전 이 자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는데, 노동자들이 위원장인 내 말은 안 듣고 절반이 군중 속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선전하러 간 것 같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앞으로의 민주노총 활동 방향을 다짐했다. 이광석 전농 의장은 민간교류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내자고 촉구했다. 이 의장은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농 차원에서의 방안으로 <남북농민 추수한마당>을 계획 중이라 했다. 이 행사를 통해 올 가을엔 꼭 남북 농민간의 만남을 성사시키겠단 각오를 밝혔다.

이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낸 두 축은 6.15 공동선언과 (국민들의)촛불"이었다며, "수구세력의 수많은 방해에도 6.15 선언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였고, 색깔론에 맞선 국민들의 촛불은 대결 세력이 더 이상 색깔론 공격을 펼치기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순리대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게끔 만들었다"고 했다. 한편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및, 6.15, 10.4 선언에 명시된 대로 3자, 또는 4자 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며 앞으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주로 나왔던 구호는 '공동선언 이행',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통일인사 탄압 중단 및 석방' 등이었다. 통일인사 탄압 중단 구호의 경우, 최근 들어 대표적 통일운동 단체 중 하나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의 몇몇 인사에 대한 구속 사태 등으로 인해 나온 것이었다. 그로 인해 범민련 남측본부 김을수 의장대행, 김세창 조직위원, 김성일 사무처장, 이창호 대외처장 등 최근 구속된 범민련 구성원들에 대한 석방을 촉구하는 구호들이 울려퍼졌다.

행사 중반부부터 '지역.부문 마당'이란 이름하에 각 단위에서 준비한 공연이 열렸다. 가장 먼저 나온 청소년 부문의 경우, 절반의 학생들은 북녘 청소년들을 상징하는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 남측 청소년 역할의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과 함께 율동을 선보였다. 대학생 부문에선 지난 7월 26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평화나비콘서트>의 기획단 학생들이 매스게임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열어갈 힘찬 날개짓'이란 글귀를 선보여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민중가요 <평화 만들기> 반주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광주 지역에서 온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만담을 선보여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농민 부문에선 상징 의식을 보여줬다. 남과 북 농민들이 함께 하는 통일열차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세 가지 얼어붙은 장벽(미국, 종북공세, 대북적대정책)을 깨부수는 내용이었다. 이 세 요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다는 뜻에서였다. 공연을 하는 농민들이 각각 '미국', '종북공세', '대북적대정책'이라 쓰인 얼음들을 망치로 함께 부술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한편, 울산 지역 부문 공연자들은 풍물 공연과 함께 민족무용을 선보였다. 민족무용을 선보이던 인원들은 한반도기를 든 채로 화려한 공연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국민문화제 중앙문예단이 선보인 뮤지컬 공연 <메이드 인 개성>이었다. 개성공단에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공연의 주역 중 한 명이 재일 조선인 역할이다)동포들이 함께 일하면서 우정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극중에서 남남북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공단에서 만드는 냄비가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인정 받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극중에 연출된다. 스텔스기와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등,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도 철수 명령이 떨어진다.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도중에, 재일 조선인 처녀가 자신은 혼자 여기 남아 냄비를 만들겠다고 한다.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자신(실제로 현재도 일본엔 적지 않은 조선적, 즉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택하지 않은 채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이 많다. 분단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단 이유에서다)이 유일하게 '조국의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 개성공단이었다며, 이곳에 끝까지 있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노동자들도 끝까지 남아서 남은 동료들을 돕겠다고 하더니, 결국 모두 그대로 남는다는 내용이었다. 민족의 하나됨을 강하게 강조하는 내용에 감동해 일부 관중 중엔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 대형 한반도기가 오랜만에 관중들 앞에 등장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평화통일 관련 행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형 한반도기였다. 한반도기는 관중들 머리 위쪽에 펼쳐졌다. 한반도기의 왼쪽엔 '국정원 해체', 오른쪽엔 '남북공동선언 이행'이라 적힌 깃발들이 펼쳐졌다. 이 퍼포먼스를 끝으로 국민문화제는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새벽 2시 30분경부턴 <평화통일영화제>란 이름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 상영이 이루어졌다.


#평화협정#6.15 공동선언#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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