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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000에 서울에 5억 원 아파트 3채 갖고 있는 사람이 연 93만 원 절약하려고 복잡하게 꼬여있는 담보대출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 같으면 안할 거 같은데? 기자 양반같으면 하겠수?"

서울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이지훈(가명)씨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전세 알아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 제도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전세 대책 중 하나인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을 오는 23일부터 6개 시중은행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리 공개된 상품 내용을 접한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모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출금리 3% 후반~4% 초반... 세입자 입장에서도 매력 떨어져

경기 용인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경기 용인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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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전세대책이다.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하거나 집주인이 대신 대출을 받고 이자를 세입자가 갚는 등 대출 방식을 변경해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늘린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선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후 금융기관에게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은 임차인이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여야 신청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전세보증금 3억 원(지방은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상환 능력별 보증한도가 있어 실 대출금액은 부부합산 소득의 3.5~4.5배 수준으로 제한된다.

대출 금리는 평균 3% 후반에서 4% 초반 수준. 기존 신용대출금리(6~7%)보다는 2~3%p 인하효과가 있지만,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전세자금보증 대출금리와는 0.3~0.5%p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별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받아 채워넣는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전세재계약인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대출한도도 5000만 원(지방 3000만 원)으로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에 비해 적다.

국토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 도입으로 무주택 서민의 전세금 마련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해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고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추진해 임대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주인에 인센티브 없어... 실효성 낮을 것"

목돈 안 드는 전세 도입제도는 발표 직후부터 업계에서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집주인으로 하여금 대출을 받게 하는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상당한 혹평에 시달렸다.

이에 정책 전담부서인 국토부 측은 세금 감면 등 충분한 인센티브로 제도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꾸준히 밝혀 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공개된 세부 인센티브 내용을 본 공인중개사들은 "실효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판단의 근거가 된 것은 국토부가 내놓은 시뮬레이션 자료다. 국토부는 서울에 5억 원 상당의 85㎡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는 근로소득 5000만 원의 집주인이 보유주택 2채를 각각 2억 원씩 받고 있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5000만 원씩 목돈 안 드는 전세 방식으로 올려받을 경우 소득세 60만 원, 재산세 9만 원, 종합부동산세 24만 원 등 연간 93만 원의 세금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포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김성한(가명)씨는 "중개수수료까지 합쳐도 집주인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168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에서 호언장담한 것 치고는 집주인에게 거의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목동 A공인 대표 박희진(가명)씨는 "세입자가 대출이자 납부를 밀리게 될 경우 집주인이 신용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런 걸 감수하면서 대출을 대신 받아주는 집주인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등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서민의 전세금 마련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전세 공급 자체가 없어 전세 시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요즘 전세집 주인이 완전 '갑'인데 전혀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평했다. 그는 "전세집을 구할 수 없을 텐데 목돈이 안 들면 뭐 하느냐"고 덧붙였다.


태그:#목돈 안드는, #전세대란, #박근혜, #전세대책,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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