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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달팽이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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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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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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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녀석들을 처음 만난 것은 석달 전 시골집에 내려가서 상추를 뜯던 때였습니다. 엄지 손톱만한 그다지 크지 않은 달팽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녀석들입니다. 모양 좋고 색깔 좋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달팽이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깔끔한 집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저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연상태에서 달팽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방울토마토 팩에 시골 흙을 담고 그 안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도시로 처음 올라온 날 녀석들은 두리번 두리번 정신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지요.

달팽이 고구마
 달팽이 고구마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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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히 녀석들의 집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시골에서 보내온 고구마에 싹이 올라와 있더군요. 처음에는 시골에서 흙만 담아왔는데 생각해보니 고구마를 심어놓으면 혹시 달팽이가 그 자라나는 잎을 먹으며 자체적으로 먹이 조절을 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허사였습니다. 녀석들은 고구마 잎을 먹지 않습니다. 엽채류라고 해서 상추, 배추, 열무, 시금치, 깻잎 등만을 먹기 때문이지요. 사람도 고구마 잎은 반찬으로 안 먹지요. 어째 녀석들의 먹이가 사람과 똑같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달팽이
 두리번 두리번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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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역시 두리번거리기 대장입니다. 녀석이 성격은 호기심이 워낙 많아서 더듬이를 최대한 세우고 이곳저것을 탐색합니다. 몸을 얼마나 길게 늘이는지 저 상태에서 주변에 먹이를 놓아주면 엄청 늘어납니다. 도대체 한계가 어디일까 싶을 정도로 녀석의 몸은 용수철처럼 늘어납니다.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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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아십니까? 하얗고 약간 투명하며 둥글둥글한 것 말입니다. 바로 두 녀석이 사랑을 해서 낳은 달팽이 알입니다. 고구마 아래쪽을 파고 들어가서 깊숙한 곳에 알을 낳았네요. 도시로 온 지 약 2주만의 결과입니다.

달팽이는 한몸에 암수가 같이 존재하는 자웅동체입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알을 낳지 못합니다. 둘이 사랑을 나누어야 결과가 나옵니다. 여하튼 신기하고 기특하지 않습니까? 아내는 처음에 이것을 보고 달팽이 똥이냐고 묻더군요.저는 웃고 말았습니다.

아기 달팽이
 아기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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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상태에서 약 1주일 쯤 지나니 부화하고 새끼 달팽이가 태어났습니다. 더듬이까지 갖추고 제대로 붙어 있습니다. 크기는 매우 작은데요. 깨알만합니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서 좀 커보이지만 살제로는 매우 작습니다.

새끼들은 참 희한합니다. 저렇게 두면 계속 위로 올라와 붙습니다. 꼼짝 않고 며칠 동안 붙어 있습니다. 건드리면 뚝 떨어지고…. 마치 죽은 것 같지만 물을 뿌려주면 금세 꿈틀거리며 기어 다닙니다. 며칠 동안 먹지 않고 잠을 자는 특성이 있는 달팽이입니다. 일부는 분양하고 나머지는 시골로 데려가서 자연에 풀어주었습니다.

시골 달팽이
 시골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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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달팽이
 시골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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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 때 녀석들을 시골로 데리고 갔습니다. 녀석들이 살고 있던 텃밭으로 데리고 간 후 뚜껑을 열어 놓으니 바로 기어 나오더군요. 탐색하고 말 것도 없이 녀석들은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고향의 향기를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뚜껑을 열자마자 바로 저렇게 나올 수 있을까요?

달팽이 사랑
 달팽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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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던 곳, 상추에 올려놓았습니다. 잠시 자유를 만끽한 듯 녀석들은 서로의 몸을 탐색하는 모습을 취하며 몸을 길게 늘어뜨립니다. 얼마만에 맛보는 자유인가? 이대로 여기서 살게 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이들이 매일 관찰하고 먹이주고 하는 즉 학습을 하는 상황이라 놓아줄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대신 집을 좀 더 자연과 가깝게 꾸며보기로 했습니다.

달팽이 새집
 달팽이 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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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안에 고구마 이외에 상추와 열무도 옮겨 심었습니다. 밭에서 살 때보다 엄청나게 좁아지긴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친정 나들이'를 마치고 도시로 돌아온 두 녀석들. 많이 아쉬웠는지 꿈틀거리지도 않고 웅크리고 있네요.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종종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흙도 갈아줄 겸 해서요.

덩치가 큰 반려동물도 아니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녀석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네요. 어디를 가거나 다녀왔을 때 꼭 이 녀석들부터 챙기고 돌봐주기까지 하니까요. 처음엔 단순히 관찰만 하려고 했는데 알도 까면서 사람을 감동시키고 아름다운 자태를 종종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을 놀라게 만드는 이 두 녀석.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태그:#달팽이 키우기, #껍질달팽이, #달팽이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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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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