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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교육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펴냈다. 사진은 3월 7일 경남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때 김복득 할머니와 고영진 교육감이 함께 책을 들고 서 있는 모습.
 경남도교육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교육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펴냈다. 사진은 3월 7일 경남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때 김복득 할머니와 고영진 교육감이 함께 책을 들고 서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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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생존 최고령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95, 통영)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역사교육자료집 일본어판이 나왔다. 경남도교육청은 김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펴내고 오는 13일 일본에 우편발송한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3월 <나를 잊지 마세요>를 펴낸 뒤, 경상대 교수(일어교육)와 장학관․장학사 등을 통해 일본어판 번역·발간작업을 벌여왔다. <나를 잊지 마세요>는 교사용·학생용 자료집과 동영상(CD)으로 제작됐다.

김복득 할머니는 1918년 통영 태평동에서 태어나 22살 되던 해인 1939년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취업사기) 통영 강구안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간 뒤, 다시 중국으로 갔다. 이후 할머니는 대련에서 3년, 다시 필리핀에서 4년간 '후미코'라는 이름으로 지옥과 같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할머니는 1945년 해방 무렵 군함을 타고 일본 나가사키항으로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벌여왔다. 할머니는 출판기념회 때 받은 성금의 일부를 통영 남망산의 '정의비' 건립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일본어판 책은 오는 13일 창원우체국에서 일본 등에 우편발송된다. 발송대상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과 아베 수상, 일본 교육계 지도자, 반기문 UN 사무총장, 주일 한국학교와 교육원, 주일 대사관과 거류민단 등이다. 또 청와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대일항쟁기위원회 등에도 자료를 발송한다.

이날 고영진 교육감과 김복득 할머니,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피해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 등과 함께 통영 남망산 정의비에서 도서 헌정식을 연다.

고영진 교육감은 이날 일본에 자료를 발송하면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도 함께 보낼 예정이다. 고 교육감은 "이제 할머니들은 잘못된 과거를 일본의 참회를 통해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한다"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눈물이 그칠 수 있는 날을 함께 기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미리 공개된 고 교육감의 편지 전문이다.

하시모토 일본 오사카 시장님 귀하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본인은 대한민국 경상남도교육감 고영진입니다.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 무더워집니다. 동북아시아에 함께 한 일본과 중국 또한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기상재해로 모두 어렵고 힘든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도 함께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일·중 동북아 삼국의 공존과 공생을 생각해봅니다.

하시모토 시장님, 올해도 8월이 왔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8월이 유난히 더 뜨거운 2013년, 광복 68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에는 아직 68년이 더 넘은 상처의 흔적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역사가 왜곡되면서 과거가 부끄러운 시간으로 묻혀지고 잊혀져갑니다. 이제는 이미 여든, 혹은 아흔이 되어버린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소녀들의 절규도 목이 쉬어갑니다.

하시모토 시장님, 역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입니다. 조상들이 남긴 과거의 흔적은 비록 그것이 오욕과 분노, 치욕의 역사일지라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진실에 입각하여 인식하고 그리고 후세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이제 96세의 고령이 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의 생생한 기억으로 '나를 잊지마세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역사정립을 위해 과거의 아픈 상처를 할머니의 구술로 증언한 책은 일본의 강점과 나라 잃은 백성이 당했던 인권유린의 아픔을 후손들이 바로 알게 해주는 역사교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김복득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일본에게 역사적 책임과 반성을 촉구합니다. 역사적 책임감이란 자신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오늘을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직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조상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후손들이 사죄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을 의무로 여기는 독일은 과거의 반성을 통해 선조의 과오 속에서도 지금 존경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 그 모습,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이 미국에도 세워졌습니다. 기록과 보존을 통해 역사는 흔적을 남기며  세대를 초월하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 소중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 이제「나를 잊지 마세요」가 백성의 삶은 국가의 번영과 평화에 의해 담보되지만 힘없는 나라 백성의 삶이라도 당연히 대우받고 존중되어야 하는 소중한 인권임을 상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우리 경상남도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일본의 피해 복구를 돕고자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금통의 동전까지 다 털었던 초등학생의 마음과 함께 경남에서만 약 6억 원의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본인은 이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한·일 양국이 결코 먼 나라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할 줄 아는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선진화된 의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일본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강국 일본의 발전을 견인하는 국민정신이 이웃한 주변국들에게 더 큰 가르침이 되어 동북아시아의 나라들이 함께 인류공영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미래는 더불어 함께 사는 공존의 시대가 되어야합니다. 우리가 교육으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 또한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입니다. 이제 글로벌 강국 일본은 오욕의 역사지만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품격 있는 자세로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해야 할 때입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는 "일본이 사과 한마디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할 텐데"라고 출판기념회서 내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제 할머니들은 잘못된 과거를 일본의 참회를 통해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합니다.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눈물이 그칠 수 있는 날을 이제 시장님과 함께 기원하고 싶습니다.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노력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경상남도교육청 교육감   고영진


태그:#일본군위안부, #김복득 할머니, #경남도교육청, #고영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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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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