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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필홍 홍천군수 골프장 취소하라'. 6일 홍천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골프장 반대 주민들.
 '허필홍 홍천군수 골프장 취소하라'. 6일 홍천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골프장 반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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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내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이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홍천군 구만리 주민들은 최문순 도지사에게 골프장 건설을 직권 취소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그 외 홍천군 갈마곡리 등에서는 골프장을 대체사업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을 놓고 홍천군청과 주민들이 서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홍천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은 모두 6곳이다. 군 단위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홍천군 구만리에서는 주민들이 8년 넘게 골프장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원주지방환경청이 "구만리 골프장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자연환경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음"을 확인해줬다. 주민들은 그 결과를 가지고,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골프장 건설을 직권 취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조만간 최 지사를 만나 결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최근 구만리 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재검토한 결과, 식생군락과 녹지자연도, 그리고 포유류 조사 등에서 '부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포유류 같은 경우, 멸종위기종인 삵과 하늘다람쥐 등에 대한 조사가 누락됐다. 그리고 자연환경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조사자로 집어넣는 등 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사실도 확인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그 이후 환경영향평가업체를 고발 조치했다.

이번에 원주지방환경청이 확인한 내용은 그동안 구만리 주민들이 골프장을 상대로 제기해온 문제들이 대부분 사실임을 입증해주는 것이었다. 이에 구만리 주민들은 원주지방환경청이 구만리 골프장에 부실과 거짓이 있음을 인정한 이상, 최문순 지사에게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구만리 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 반경순 위원장은 "8월 중 직권 취소를 요구하는 싸움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 위원장은 "구만리 골프장은 원주지방환경청이 밝힌 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강원도가 직접 나서서 엄밀한 현장 조사를 거치고 나면 직권 취소 결정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구만리 골프장의 경우,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정황이 너무 분명해 최 지사가 직권 취소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구만리 골프장은 '대규모 복합시설'에 해당돼 직권 취소 권한이 도지사에게 있다.

'풍요로운 홍천! 행복한 군민!' 표어를 내건 홍청군청. 그 현관 앞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밤낮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
 '풍요로운 홍천! 행복한 군민!' 표어를 내건 홍청군청. 그 현관 앞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밤낮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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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 주민들 "구만리 골프장, 최문순 지사가 직권 취소해야"

홍천군에는 현재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이 구만리를 제외하고도, 갈마곡리·월운리·괘석리·동막리·팔봉리 등 다섯 군데가 더 있다. 구만리뿐만 아니라, 갈마곡리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골프장 건설 문제를 놓고 홍천군청과 주민들 사이에 상당히 오랜 기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골프장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도 일부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홍천군청이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성을 띠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홍천군청이 지금까지 주민들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취해온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아직은 홍천군 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크게 만족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다. 골프장마다 해법이 다른 것도 문제다.

홍천군청은 올해 상반기 내내 주민들이 제기하는 요구에 대해, 그동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다해 왔다"며 더 이상은 주민들에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리고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공무집행 방해 행위로 고발하고, 강원도 골프장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인 박성율 목사를 상대로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한 대응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런 홍천군청이 지난 5일 골프장 반대 주민들에게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군의 입장'을 제시했다. 홍천군청이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한 변화가 있음을 예고한 상태다. 홍천군청은 이날 "최근 골프장에 대한 지방 투자메리트가 적어지고, 골프장 수요 감소 등의 여건 변화로 민선 5기에 들어서면서는 지역에 신규 골프장은 입안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입안하지 않을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홍천군은 우선 갈마곡리에 건설 중인 골프장과 관련해서는 "향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지역 실정과 부합되는 대체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홍천군은 이 골프장이 재정적 위기를 맞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사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월운리에서 진행 중인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골프장 단일 시설로 진행되던 골프장 조성사업은 모든 행정 절차는 중지하였고, 향후 골프장 입안은 하지 않겠으며, 대체 사업이 유치되도록 적극 행정 지원을 하겠다"며, 이 골프장의 경우 아예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괘석리 골프장은 이미 지난 6월 임시 사용 허가를 얻어 현재 운영 중에 있는 골프장으로, 홍천군은 이 골프장과 관련해서는 환경감시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홍천군은 "(골프장) 운영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용소계곡의 경수천 등이 오염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사업시행자와 협의하여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감시단을 운영함으로써,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이 해소되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펼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천군이 제시한 이 같은 '입장'을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종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 홍천군의 제안이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갈마곡리의 경우, 골프장 사업을 다른 사업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그 사업을 이끌어갈 사업주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막리 골프장의 경우도 지역 주민들과 홍천군청 간 이견이 심해, 아직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막리 주민들은 지난 6일 허필홍 홍천군수를 만나 동막리에서 건설 중인 골프장을 직권 취소할 것과 함께 당장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동막리 골프장이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날 허 군수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허 군수와 주민들은 이날 골프장을 직권 취소하기에 앞서 먼저 객관적인 위치에 서 있는 제3의 변호사에게 법률상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변호사 자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동막리 주민들 역시, 직권 취소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까지는 상당히 험한 길을 가야 한다. 동막리 골프장은 군수가 직권 취소 권한을 갖고 있다.

홍천군청 앞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고난받는 강원도민과 함께 드리는 기도회'. 골프장 반대 주민들이 함께 모여 기도와 함께,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홍천군청 앞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고난받는 강원도민과 함께 드리는 기도회'. 골프장 반대 주민들이 함께 모여 기도와 함께,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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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빼앗기고 군청 현관에서 풍찬노숙을 견디고 있는 주민들

강원도 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불법과 탈법이 드러난 골프장들에 대해서는 단체장들이 직권 취소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원창묵 원주시장을 제외하고, 강원도 내 다른 지자체장들은 대부분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내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직권 취소에 앞서, 사업자와 주민들이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직권 취소 결정을 내리는 데는 사업자가 제기하는 행정소송 등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구만리 골프장만 해도, '부실한 환경 조사' 등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강원도골프장민관협의회는 이미 "홍천군 구만리에서 진행 중인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환경영향평가서', '야생 동식물 정밀조사 보고서' 등이 거짓으로 작성되거나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은 이때도 최문순 도지사가 구만리 골프장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강원도골프장민관협의회는 당시 "현장조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부실과 거짓이 확인된 만큼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해서 심각한 문제점이, 하자가 발견된다면 도지사에게 직권 취소를 건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직권 취소는 그 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강원도는 그 대신에 대체사업을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12월,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강원도 내 전체) 골프장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빠른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실제 강릉시 구정리 등에서는 골프장 건설을 취소하는 대신 대체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홍천군 구만리에서는 그 이후로도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홍천군에는 모두 10여 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홍천군에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 데는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가 건설된 것과 큰 연관이 있다. 이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서울의 강남 지역과 가까운 홍천군 등에 골프장 건설이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에 발맞춰 홍천군은 골프장 허가를 남발했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그 결과 지금 홍천군에서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 중, 절반이 넘는 골프장에서 대규모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 홍천군의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생계 수단인 농사를 뒤로 한 채, 골프장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해서 주민들이 강원도청과 홍천군청 앞 아스팔트 위에서 먹고 자며, 노숙농성을 벌인 기간만 600여 일이 넘는다.

그런 와중에 홍천군청은 지난 5월 10일, 주민들이 군청 내 주차장에 비닐 천막을 친 채 100여 일 가까이 지켜온 노숙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그 후로 주민들은 농성장을 몇 차례 더 설치했다. 군청은 그때마다 바로바로 농성장을 철거했다. 주민들은 결국 농성장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군청 현관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노숙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비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홍천군청 앞 노숙농성은 9일로 177일째를 맞고 있다.


태그:#구만리, #최문순, #직권 취소, #반경순, #동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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