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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사람은 참 행복합니다. 옛날에는 서울이 천릿길이라고 했지만, 고속버스를 타면 3시간 30분이면 갑니다. 요즘 KTX도 있습니다. 요즘 진주가 진주의료원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만 대학병원, 종합병원 그리고 전문병원도 많습니다. 서울을 가지 않더라도 의료혜택을 받는 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가장 복 받은 사람들이 사는 진주

하지만 이런 문명 혜택보다 진주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1시간이면 지리산을, 40분이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좋은 동네가 없을 것입니다. 남강과 촉석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남강 둔치는 괭이로 땅을 파면 '유물'이 나올 정도로 청동기시대 유물이 많습니다. 청동기 박물관을 만들어 놓을 정도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양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양호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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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록 인공호수이지만, 진양호도 진주 사람들이 받은 축복 중 하나입니다. 진양호 때문에 진주 사람들은 '가뭄'을 모릅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먹는 물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아마 진주 사람들이 가뭄이 들어 식수를 제한받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목은 타들어갈 것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과 어제(5일) 진양호를 갔습니다. 토요일은 우리 가족이, 어제는 조카들과 함께 갔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양호는 어머니 품같이 아늑했습니다. 전망대에서 지리산도 보입니다. 손을 뻗으면 지리산이 잡힐 듯 가까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지개가 손에 잡히지 않듯, 지리산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내 눈 앞에 지리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지리산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산인지 안 다면 진주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서울 사람 하나도 안 부럽습니다.

 진양호 전망대에서 본 지리산. 저 뒷편에 지리산이 보입니다. 진주가 얼마나 복 받은 도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진양호 전망대에서 본 지리산. 저 뒷편에 지리산이 보입니다. 진주가 얼마나 복 받은 도시인지 알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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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는 어디 갔니?"
"모르겠어요?"

"김 막둥이 어디 있니?"
"여기 있어요."
"빨리 와도 소용 없네. 막둥이 없이 사진 찍어야겠다."

전망대에서 진양호를 뒤로 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데 막둥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온 가족이 함께 다닙니다. 그럴 때마다 중3 큰 아이가 동선을 자기 마음대로 잡아서 온 가족이 눈치를 보는 데, 그날은 막둥이가 동선을 놓쳤습니다. 사진을 찍은 아내와 막둥이는 진양호를 뒤로한 사진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진양호를 뒷배경으로. 어 그런데 막둥이가 없습니다.
 진양호를 뒷배경으로. 어 그런데 막둥이가 없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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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는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사진을 찍었지만, 아빠없는 사진이었습니다. 전망대에서 진양호로 내려가거나 진양호에서 전망대로 오라는 길은 두 갈래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365계단입니다. 더운 여름 365계단을 오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가족을 내려갔습니다. 1987년 4월 군대 가기 전에도 이 계단을 올랐습니다. 365계단을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365계단을 다 오르고, 그리고 내려가면 근심이 다 사라질까요? 한 번 실험해 보세요.
 365계단을 다 오르고, 그리고 내려가면 근심이 다 사라질까요? 한 번 실험해 보세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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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호 365계단. 계단을 다 오르면 모든 근심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진양호 365계단. 계단을 다 오르면 모든 근심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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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호에 오시면 꼭 365계단을 걸어 올라가시면, 소원도 이루어지고 근심과 걱정도 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어머니 품같은 진양호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대한민국 영산인 지리산이 손 뻗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소원은 이루어졌고, 근심과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진양호를 본 아이들도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진양호가 좋았던지 다시 가고 싶다고 합니다. 막내 동생 아이들도 집에 왔는 데 찜통같은 집에 하루 종일 있을 수 없어, 아이들과 함께 이틀만에 다시 진양호를 찾았습니다. 월요일이고 한낮이라 그런지 진양호 가족공원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진양호 가족공원이 아니라...'우리가족공원'이에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
"그럼 '우리가족공원'이네."
"시이소가 신기하게 생겼어요?"
"미끄럼틀 타도 돼요?"

"아빠 시이소 함께 타요."
"큰아빠 나하고 같이 놀아요. 큰아빠 이게 뭐이에요."

 진양호 가족 쉼터는 우리 아이들 가족 쉼터였습니다.
 진양호 가족 쉼터는 우리 아이들 가족 쉼터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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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호 가족쉼터는 우리 아이들 쉼터였습니다.
 진양호 가족쉼터는 우리 아이들 쉼터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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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아이들 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리 아이들 셋과 조카 둘(원래 셋이지만, 큰 아이는 인도, 태국, 캄보디아 탐방 중)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땀이 나기 시작하자. 더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목적지인 어린이교통안전공원입니다. 남강댐 바로 아래 있는 교통공원은 막둥이가 1년에 적어도 두 번은 와야 한 해를 보냈다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곳입니다.

역시 이곳도 사람이 얼마 없었습니다. 봄과 가을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에 20분이면 더 이상 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타고 싶은 것만큼 탓습니다. 실증이 날 정도로. 덥지도 않은지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저도 하루 종일 땀 흘리면서 몸을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지리산도 가깝고, 바닷가도 가까운 진주로 오세요. 진주는 참 행복하고, 건강한 동네입니다.

 진양호 어린이교통안전공원
 진양호 어린이교통안전공원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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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호#진주#남강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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