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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상안동 29-1번지 비닐하우스에서 부추를 재배중인 천동우씨
 울산 북구 상안동 29-1번지 비닐하우스에서 부추를 재배중인 천동우씨
ⓒ 천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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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가도 가야죠, 원하는 일을 매일 즐겁게 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농부아닙니까."

울산 북구 북구 상안동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천동우(34)씨는 "농사가 재미도 있고 수입도 높으며, 특히 친환경 급식 재료를 지역학교에 공급해 보람도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북구 상안동은 비닐하우스가 즐비한데, 천동우씨의 비닐하우스에는 '천가네 다드림'이라 명칭이 붙어 있다. '천가네'라는 명침으로 봐서 부모님과 관련이 있을 듯싶다.

아니나 다를까. 북구가 고향인 그는 농사를 짓는 부모 밑에서 어릴때부터 농사 짓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대학을 나와 현대중공업 협력 업체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 2010년, 문득 "어, 이게 아닌데…"라며 본능이 꿈틀거렸다. 하루하루 각박한 도시생활과 쌓이는 스트레스는 어릴적부터 보고 들었던 농사일이 자꾸 생각나게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고 한다. 농사 지으며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때는 '아들 만큼은 농사 말고 더 큰 포부를 펼쳤으면' 하는 뜻이 있었던 것. 그런데 돌연 아들이 잘 다니는 회사를 그만 두고 농사일에 뛰어 들겠다고 하자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천동우씨는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를 따라 논과 밭을 오가며 일을 도왔다"며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돕던 농사일이라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부모님도 손을 들었다. 아들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아버지는 2011년부터 부추농사를 그에게 맡겼다. 이어 그는 부모님의 비닐하우스와는 별개로 6612㎡(2000평)에 비닐하우스 5동을 임대해 부추농사를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 든 그는 더 바빠졌다고 한다. 농사일을 돕는 것과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웃을 찾아 다니며 갖가가 가지고 있는 비법을 배우고, 농업기술센터에 등록해 영농후계자 교육을 받는 등 열정을 쏟았다.

부모님의 비닐하우스와 그의 비닐하우스는 따로있지만 일을 할 때는 품앗이 형식으로 서로 도왔다. 그렇게 2011년 첫 수확을 하자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5000만 원의 수익이 돌아왔다. 순전히 자신 혼자의 수익이었다.

부추의 경우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4번 정도 계속 수확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고, 특히 울산 부추는 상품성이 좋아 대부분 서울로 출하하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부추 외에도 친환경 농업으로 열무와 감자, 배추 등을 재배해 지역 학교에 급식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자체의 친환경급식, 귀농을 결심하는 데 한몫

그가 귀농을 결심한데는 자신의 고향에서 친환경급식을 시작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울산 북구는 지난 2010년부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지자체가 친환경급식비를 지원하고 권장하고 나섰던 것(관련기사: 1420원짜리 점심, 이렇게 바뀌었어요).

울산 북구의 친환경급식은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학교에 직접 공급해 유통 중간 마진을 없앴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 만족, 아이들 건강, 농민 소득 증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천씨는 세 마리 토끼 중 한 명으로, 확실한 시장을 확보한 셈이다. 그것도 보람까지 느끼면서.

천씨는 "친환경 농업은 농약을 전혀 치지 않기 때문에 일이 더 많고 힘들지만, 미래 농업을 생각하면 반드시 친환경이 답이다"며 "우리 지역 아이들에게 좋은 급식 재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권장으로 학교급식에 납품하고 있지만 농사 지으면서 나오는 상품 전부를 납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나머지 상품들은 판로를 개척하기가 쉽지 않은 것.

그는 "울산 전역에 친환경 학교급식이 시행되면 정말 신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직거래장터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신나는 일이므로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임대해서 농사 짓는 땅이 자신의 농토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구슬 땀을 흘린다. 또한 귀농을 꿈꾸거나, 특히 도시생활과 직장생활에 갈등하는 자신의 연령대에게는 경험을 나눠 농사 짓는 기쁨을 널리 알리는 것이 현재의 꿈이라고 밝혔다.


태그:#울산 북구 친환경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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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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