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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6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17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6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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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국면' 탈출을 꾀하는 여야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9일 양당 대표 회담을 위한 조율에 돌입했다. 지난 26일에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NLL 논란 중단"을 한 목소리로 외친 참이다.

속전속결로 다음 날인 27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당이 NLL 수호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민주당에 회담을 제안했고, 민주당도 원칙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NLL 종식'에 여야가 마음을 한 데 모은 듯하다.

문제는 당 내 강경파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느냐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강경파들은 민주당이 제안한 의제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사전·사후 자료 열람, 국정원 개혁' 등에 모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새누리당에 속지 말고 일치단결해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내부 갈등 속에 여야는 회담 의제조차 정리하지 못했고, 회담은 다음 달 초로 미뤄질 전망이다. 여야 모두 바삐 움직였지만 성과는 없는 형국이다.

여야 회담, 의제 조율 난항... '강경파' 목소리 높아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회담) 실무 접촉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 쟁점들이 있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가급적 원만한 회담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회담의 상대자인 김한길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전병헌 원내대표가 나서 "소모적인 정국의 종식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에 임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나서 NLL 논란 종식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에는 NLL 국면이 여야 모두에게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NLL 논란'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해지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 지도부 모두 회의록 열람을 결정하며 '강제적·구속적 당론'으로 의원들에게 찬성을 강제한 책임에서 가벼울 수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회의록 공개 반대를 외친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상대적 이득이 쏠리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5일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36%)과 민주당 지지율(18%)이 동반 하락했다. 연중 최저치다. (22일~25일 조사, 성인 1227명 대상) 반면, 같은 조사에서 무당파는 43%로 나타났다.

이에 여야 대표는 합심해 회담에 동을 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이견이 첨예하다. 당 내 강경파들과의 입장 조율이 필요한 민감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대표적 강경파인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NLL 논란을 종식할) 유일무이한 방법은 국정원의 음원(녹음파일) 공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지 않은 채다.

강경파들은 민주당이 제안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검찰 수사와 관련해 공정한 수사방안 확보 ▲NLL 대화록 논란 종식을 위해 정상회담 사전·사후 회의록 열람 ▲국가정보원의 개혁방안 논의 등 3가지 의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바탕(국정원본 정상회담 음원을 함께 열람한) 위에서 정상회담 전후자료(부속자료) 열람한 이후에 여야가 함께 NLL 수호의지를 공동선언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부속자료만 열람하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정쟁 소지가 있을 뿐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경파들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회담 성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를 우려한 듯, 소장파인 조해진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NLL 정쟁이 장기화 하면서 국민에게 실망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여야 내 강경파들이 판을 깨는 돌출행동을 해서 여야 협상이 본의 아니게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기류가 엇갈리면서, 황우여 대표가 강경파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느냐가 회동 성공의 핵심 요소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회담 제안? 민주당 족쇄 채우는 것"... 반대 목소리

민주당에서는 회담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황 대표가 대표 회담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새누리당 내에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NLL) 정쟁 중단을 선언 했음에도,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녹음파일 공개'를 강력히 촉구하는 등 상반되는 태도를 보였고, 일방적으로 대화록 실종 문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정쟁을 키워 놓고, 정쟁 중단 선언'을 하면 누가 진정성 있는 제의라 보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난관은 민주당 내 강경파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황 대표의 회담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속아서는 안 되고 일치단결해 싸워야 한다"며 "황 대표의 제안은 국조는 미루고 검찰 수사는 당겨서 민주당 족쇄를 채우자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내용에 대한 당 내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 회담 진행 시 논란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야 간사 합의는 악마의 합의"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신 최고위원은 "국정조사 공개 원칙에서 멀어졌고, (국정원 기관보고를) 8월 5일로 합의해 이번 주에 휴가를 간다는 뜻"이라며 "대단히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증인 선정과 관련해서도 "결정적 지뢰밭이 될 것"이라며 "증인 선정에서 도저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청문회 하나마나다라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국조를 해야 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겠다"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야 모두 의제 조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황 대표 측 여상규 비서실장은 "몇 가지 (합의가) 어려운 의제들이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 측 노웅래 비서실장은 "NLL 대화록 실종에 대해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냐, 그 부분도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의제가 조율되지 않고 있다, 성과 없는 회담을 할 수는 없다"며 "근시일 내에 회담이 이뤄지긴 어려울 거 같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국제의원연맹 회의 주재를 위해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중 회담 의제가 합의되지 않으면 다음 달 5일 이후에나 회담이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꽉 막힌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황우여·김한길 대표에게 달려있다. 상대적 협상파 즉, '비둘기파'인 양당 대표가 강경파(매파)의 반대를 뚫고 얼마만큼의 의지를 관철해 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NLL 국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두 대표가 향후 대표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 기점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내 강경파 혹은 핵심 친박계에 밀려 당내 입지가 좁아진 황 대표, '예기치 않은 회의록 실종,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는 국정조사' 등 쏟아지는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 대표. 모두 현 상황을 깰 '한 방'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대표의 '리더십'은 발휘될 수 있을까.


태그:#황우여, #김한길, #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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