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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종편과 보도채널 신청 사업자들의 주주구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 1차 기자회견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종편과 보도채널 신청 사업자들의 주주구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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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오후 7시 41분]

"큰 것 한 방은 없지만, 이런 주주 구성으로 시작한 사업이 과연 정당하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29일 '종합편성채널(종편) 및 보도전문방송채널(보도채널) 사업자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아래 언론연대, 대표 전규찬)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종편 심사 자료를 수령한 뒤, 그는 검증전담팀 좌장을 맡았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선 검증팀이 내놓은 첫 번째 결과물로 '주주 구성 분석' 현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언론연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종편과 보도채널 주주명단도 공개했다.

검증팀은 6개 종편 신청 사업자 가운데 사업 승인을 받은 <조선일보>의 TV조선과 <중앙일보>의 JTBC, <동아일보>의 채널A와 탈락한 태광산업의 CUN과 <한국경제신문>의 HUB 등 5곳과 보도채널 신청을 했던 <연합뉴스>의 뉴스Y, <서울신문>의 서울뉴스, <머니투데이>의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의 HTV, CBS의 뉴스온 등 5곳이 승인 신청 당시 제출한 서류를 분석했다. 다만 법원에 자료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MBN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주주 유형을 개인, 상장회사, 비상장회사 등, 비영리법인, 외국법인 등으로 나눠보니 주주 숫자로든, 출자금액으로든 비상장회사의 비중이 컸다. TV조선과 JTBC, 채널A, CUN의 경우 전체 주주 수에서 비상장회사는 평균 50.1%를 차지했다. 여기에 5개 보도채널를 합한 뒤 계산해봐도 47.7%였다. 4개 종편 사업자와 5개 보도채널 사업자의 출자 금액에서 비상장회사의 비율을 따져본 결과 역시 평균 53.3%에 달했다.

김상조 교수는 "원래 비상장회사는 상장회사에 비해 경영 투명성이 떨어지는 곳들인 데다 종편 등에 출자한 회사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며 "주주 구성의 불투명성이 종편 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비상장회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고, 언제 현금화할 수 있을지 모르는 (종편과 보도채널)에 왜 투자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하도급업체 9개·현대차 18개 종편 투자, 재벌 대신 아니냐"

가능성 중 하나는 '대기업의 위장 투자'다. 김 교수는 "재벌이 직접 들어가는 대신 하도급 업체의 팔을 비틀어 (종편 투자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냐, 비상장회사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주로 참여한 대기업 하도급업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확보해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2010년 하도급업체 일부 명단 덕분에 몇몇 업체가 드러났다.

검증팀은 이 명단을 토대로 삼성전자 하도급 업체 가운데 9곳이, 현대차는 18곳이 TV조선과 JTBC, 채널A 등에 출자했음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영리법인 주주들을 업종별로 구분하면 자동차 관련회사가 35곳이나 됐다"며 "자동차부품회사가 주주로 많이 들어온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상한 주주'들은 더 있었다. 검증팀은 전체 주주명단에서 미래, 토마토, 현대스위스(현대스위스·현대스위스2), 제일, 부산, 솔로몬증권(솔로몬저축은행 계열사), 참, 청주 등 저축은행 8곳의 이름을 찾아냈다. 저축은행들은 JTBC와 채널A, 뉴스Y, 머니투데이에 총 300억 4000만 원을 출자했다.

저축은행 8곳, 종편·보도채널에 300억 출자

그런데 부산과 토마토, 제일, 미래, 솔로몬은 저축은행 부실이 드러났던 2011~2012년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저축은행 5곳이 종편·보도채널에 투자한 금액을 합하면 237억 원에 달한다. 김 교수는 "저축은행들이 언론사 주주로서 구조조정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던 것"으로 짐작하면서 "영업정지된 곳에 사실상 국민의 세금인 예금보험공사 자금이 투입된 만큼 무리한 투자의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학교재단과 의료재단 등 비영리법인의 투자도 눈에 띄었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종편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비영리법인의 자금 운영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검증팀 분석 결과, 종편과 보도채널에 투자한 비영리법인은 27곳이었다. 그 규모는 TV조선에 150억을 출자한 학교법인 단호학원(용인대)이 가장 컸고, 을지대와 연관 있는 학교법인 을지학원과 의료법인 을지병원은 각각 60억 원, 30억 원씩 총 90억 원을 뉴스Y에 출자했다.

한편 TV조선에 50억 원을 출자한 학교법인 고운학원(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방상훈 <조선> 사장과 사돈지간이다. 수원대 학생들은 지난 3월 학교 쪽에 TV조선 출자 이유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며, 현재 등록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관련 기사 : 수원대 학생들 뿔났다 "등록금 어디다 썼나? 종편 투자?"). 김상조 교수는 투캐피탈 등 외국법인이 TV조선과 JTBC, 채널A, CUN, 뉴스Y, 뉴스온 등에 1424억 7900만 원 출자한 것을 두고도 "투자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똑같은 질문·답변인데도 "종편과 달리 보도채널엔 가혹"... 특혜 의혹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종편과 보도채널 신청법인의 적정성과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 1차 기자회견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종편과 보도채널 신청법인의 적정성과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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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팀은 또 방통위의 당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신청 법인 및 주주 구성의 적정성' 심사의 경우 (평가요소인) 주주 구성의 다양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고, '건전성'은 법률 위반 여부를 따져 봐야 하는데 국세청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는데도 (방통위가)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 위원장은 이어 "방통위가 사업자 의견청취한 속기록을 보면 종편과 달리 보도채널 쪽 평가는 가혹했다"고 꼬집었다. 속기록에 나온 종편 사업자 심사 소견서는 대부분 2~3줄뿐이었지만, 보도채널 사업자의 경우 내용이 상세했고 '부적절, 미흡함'이란 표현을 써가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다. 또 방통위 심사위원들은 채널A와 뉴스Y에게 똑같이 '학교 등이 주주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냐'고 물었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뉴스Y를 두고 낸 소견은 더 구체적이고 냉정했다.

채널A : 법인의 주주로 대학과 유명 명사를 참여시킨 점은 부적절할 수 있음.
뉴스Y : 사립학교법상 건전한 재무, 회계, 운영을 요구하는데 수익 전망이 상당기간 낮은 보도채널사업에 학교법인이 참여하는 것은 주주 구성의 적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함. 보도채널과 무관하며 자산 운영의 건전성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학교법인이 2대 구성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은 주주 구성의 적정성 관점에서 다소 미흡하다고 보임.

언론연대는 언론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한 '지분 1% 이상 소유한 종편·보도채널 주요 주주명단'이 오는 31일 나오면 승인 심사 당시 제출한 명단과 변동사항이 없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방통위가 종편을 승인할 때 3년간 주요 주주의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만큼, 주요 주주 변경 여부는 종편 재승인 심사의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언론연대는 또 8월 중순쯤 추가 분석 내용을 발표하고, 그달 말 전체 검증 결과를 종합한 내용을 공개한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저희가 하는 검증의 진정한 이유는 권력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폭력적으로 이뤄진 종편의 탄생 과정을 제대로 검증해야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책임감 때문"이라며 "전문성을 갖춰 차분하게 검증 결과를 내놓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승인 무효 사유 등이 나오면 법적 대응을 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추혜선(맨 왼쪽)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신청 사업자의 검증 과정에서 승인 무효 사유 등이 나오면 법적 대응을 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 1차 기자회견 추혜선(맨 왼쪽)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신청 사업자의 검증 과정에서 승인 무효 사유 등이 나오면 법적 대응을 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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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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